국내 증권사 26곳 미국‧유럽 등 해외 부동산 투자금 15.5조원
전체 투자 중 오피스‧숙박시설에 10.3조원 투자
올해 상반기 부동산 PF‧CFD 충당금 적립에 '어닝쇼크' 우려
[서울=뉴스핌] 유명환 기자 = 국내 증권사들의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에 대한 우려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해외 대체투자에 대한 부실 우려가 커지고 있다. 최근 몇 년간 글로벌 상업용 부동산 가치가 떨어지면서 투자 손실에 대한 우려가 불거진 가운데 대형사에 비해 자본력이 떨어지는 중소형 증권사들의 재무 건전성이 악화 시킬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서울=뉴스핌] 유명환 기자 = 2023.07.24 ymh7536@newspim.com |
24일 증권업계와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기준으로 주요 증권사 중 26곳이 투자한 해외 부동산 금액은 총 15조 5000억원으로 이중 오피스가 차지하는 비중이 50%(7조 7500억원)로 집계됐다.
뒤를 이어 숙박시설(17%·2조 6350억원), 주거용(12%·1조 8600억원), 물류(7%·1조 850억원) 등으로 이는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집중적으로 투자한 것으로 풀이된다. 당시 미국과 유럽 등 주요 국책은행의 기준금리가 현재보다 3.5%가량 낮았을 당시 투자를 단행했다.
투자 나라별로는 미국(7조 2850억원)이 47%로 가장 많았고 뒤를 이어 유럽(26%·4조 300억원), 아시아(12%·1조 8600억원), 영국(8%·1조 2400억원) 순으로 집계됐다.
문제는 최근 2년간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을 잡기 위해 기준금리를 인상하면서 투자한 시점보다 높아진 대출 이자를 감당하지 못하고 있고, 현지 부동산 시장이 침체기에 접어들면서 투자금 회수에 난항을 겪고 있다.
국내 증권사들의 대형사 9곳의 해외부동산 펀드·부동산담보대출·우발부채는 자기자본(56조 7000억원) 대비 24%를 차지하고 있다.
반면 중소형 증권사 17곳은 자기자본(18조 4000억원) 대비 해외 부동산 관련 금액은 11%로 대형사보다는 상대적으로 낮지만, 국내 부동산 PF에 익스포저(위험노출) 가능성이 높아 재무적 부담이 가중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실제 미래에셋그룹 계열사인 멀티에셋자산운용은 홍콩 골딘파이낸셜글로벌센터 빌딩에 투자하기 위해 조성한 펀드 자산의 80~100%를 상각하기로 결정했다.
미래에셋증권은 지난 2019년 6월 메자닌(중순위) 방식으로 빌딩투자금 2800억원을 대출해 줬다. 자기자금 300억원을 투자하고 나머지 2500억원은 펀드로 만들어 증권·보험 등 금융사에 재매각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 이후 부동산 시장 침체, 오피스 수요 감소 등으로 인해 투자금 회수가 어려워졌다.
이지스자산운용도 이지스글로벌부동산투자신탁229호를 통해 투자한 독일 트리아논 오피스 건물의 주요 임차인 데카방크가 임대차계약 연장 옵션을 행사하지 않으면서 추가 손실을 막고자 건물 매각을 검토 중인 걸로 알려졌다.
◆ 중소형 증권사, 새마을금고發 재무건전성 우려
업계는 해외 투자에 이어 최근 발생한 새마을금고의 부동산 PF에 참여한 중소형 증권사들의 재무 건전성을 우려하고 있다.
국내 증권사들이 새마을금고와 공동으로 참여한 부동산 PF 익스포저는 2조 7000억원 규모로 파악됐다. 이중 중소형 증권사의 참여 비중은 평균 20.1%로 대형 증권사(4.6%)보다 월등히 높았다. 자기자본 대비 부담으로는 대형사 1.5%, 중소형사 10.3% 수준으로, 중소형사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김예일 한국신용평가 연구원은 "브릿지론 상환 요구에 따른 만기 연장률 저하로 중·후순위 포지션을 보유하고 있는 공동 대주단의 경우 예상보다 비교적 이른 시점에 손실을 인식할 가능성이 일부 있을 수 있다"며 "새마을금고 참여 사업장의 브릿지론이 다른 사업장 대비 부실화 빈도가 높을 경우 해당 사업장에 참여한 업체들의 재무안정성도 크게 저하될 수 있어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전문가들은 올해 상반기 부동산 PF와 차액결제거래(CFD) 관련 충당금 적립과 더불어 주요 수익 부문인 IB와 리테일 실적 악화에 따른 '어닝쇼크'를 우려하고 있다.
위지원 한신평 연구원은 "하반기 부동산 PF 신규 딜이 감소하고 브릿지론 차환 난항 등이 예상되면서 IB 부문의 실적 감소 있을 것"이라며 "다각화된 포트폴리오 갖춘 대형사 대비 IB에 대한 의존도 높은 중소형사의 이익 창출력이 저하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우발부채와 해외 대체투자 부실화 위험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라며 "미래에셋과 하나, 메리츠, 대신증권 등 자기자본 대비 해외 부동산 익스포저가 높은 업체와 하이, 다올투자증권 등 부동산 PF 관련 부실 위험이 큰 업체를 중심으로 모니터링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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