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배우 정우성이 첫 연출작 '보호자'에서 감독과 주연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지난해 절친한 동료 이정재의 '헌트' 뒤를 이어 또 한명의 감독 겸 배우의 탄생이다.
정우성이 감독으로 나선 영화 '보호자'가 15일 개봉한다. 이 작품은 폭력적인 과거를 청산하고 평범한 삶을 살고자 하는 주인공이 알 수 없는 사건에 휘말리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담았다. 아주 흔하고 클리셰적인 소재와 이야기를 정우성 감독만의 방식으로 확장시켰다.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영화 '보호자'의 감독 겸 주연배우 정우성 [사진=㈜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2023.08.14 jyyang@newspim.com |
"보신 분들이 매력적인 영화라고 말씀을 해주셔서 그게 놀라웠어요. 그런 단어를 써주신 게 감사하죠. 젊은 친구들도 그렇고 영화가 독특하다는 평가, 보신 감독님들도 매력적이라고 얘길 해주셔서 좋았어요. 다른 것보단 독특한 개성이 있는 설정 때문에 그렇게 느끼신 게 아닐까요. 기본 스토리는 클리셰적이지만 사건을 풀어나가는 방식이 조금 다르죠."
'보호자'는 최종 결과물은 물론이고 촬영 당시부터 '정우성스러운' 연출로 이루어진 합이다. 정우성은 "그런 말을 제가 쓴 것은 아니다"라며 웃었지만 그의 작업방식이 여느 감독들과는 조금 다른 지점은 분명히 있었다.
"보통은 영화 작업을 할 때 어떤 신이나 스토리를 구성하려고 하면 회의를 하고 연출부들이 레퍼런스를 모아요. 저는 그런 거 찾지 말라고 했어요. 어떤 작품의 컷을 구현할 필요도 없고 할 수도 없고. 그럼 안된다는 생각을 했죠. 이 신에서 주인공의 감정이 어떤 거기 때문에 어떻게 움직임을 만들어야지 하는 고민을 하다보면 답은 자연스레 찾아진다고 봐요. 이미지를 구현하는데 소통이 오래 걸려도, 누군가의 편의에는 어긋나도 그게 맞다고 생각하고 작업에 임했죠."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영화 '보호자'의 감독 겸 주연배우 정우성 [사진=㈜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2023.08.14 jyyang@newspim.com |
감독 스스로가 클리셰적인 소재, 이야기라고 정확히 언급한 만큼 굳이 이 영화를 연출한 이유를 묻지 않을 수 없었다. 그는 "처음엔 배우로 만났다"면서 우연치 않게 연출까지 맡게 된 계기를 들려줬다.
"'증인' 끝나고 조금 액티브한 액션 연기를 보여드리고 싶던 차였어요. 제작자가 시나리오를 줬는데 조금 빤하기는 하지만 통쾌한 액션이 있고 배우로서 새로운 걸 찾아나가보자 싶었죠. 그러다 감독이 피치못하게 나가게 되면서 '내가 연출할까?' 하니까 그러쟤요. 작전이었던 것 같아요.(웃음) 저쪽에서 큰 그림을 그린 거죠. 막상 연출을 하려니 고민이 컸어요. 단지 클리셰로만 끝내지 않게 나름대로의 포인트를 갖고 풀어보면 연출 도전 이전에, 이 익숙한 이야기를 새롭게 풀어가는 또 다른 도전이 되겠다 생각했죠."
'보호자'가 모두에게 익숙한 조폭물을 벗어나 조금 다른 영화가 된 비결은 두 가지다. 조직과 개인 사이에 세탁기라 불리는 우진(김남길), 진아(박유나)가 개입하게 되고, 여느 한국 영화에서는 볼 수 없던 강력하고 독특한 카체이싱, 자동차 액션신이 등장한다. 직접 열연한 수혁의 자동차 액션에 대한 감독의 생각은 확고했다.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영화 '보호자'의 감독 겸 주연배우 정우성 [사진=㈜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2023.08.14 jyyang@newspim.com |
"수혁이 타는 차가 B사의 오래된 모델인데, 제게도 그렇고 남자들에겐 꽤 인기있는 차예요. 수혁에게 어울리겠다 싶었고 어렵게 구했죠. 수혁은 세상에 나왔는데 어디에도 속할 공간이 없는 사람이에요. 평범함이라는 게 사실 막연하고 얜 그게 뭔지도 몰라요. 그가 숨을 수 있는 공간은 그 차뿐이에요. 육체에 밴 폭력의 근성을 막아주기도 하죠. 로비신에서 차에서 뛰어내린 순간 육체로 다 제압하고 딸 어딨냐고 야수같이 달려들지만, 그런 폭력을 일단은 좀 제한해주려 했어요. 평범하고 좋은 사람이 되고자 하는, 폭력에 대한 후회가 있는 사람으로서 딜레마의 피난처가 차인 셈이죠. 야수성을 포기하고 후회하는 황소같은 모습으로. 달려드는 야수들에게서 방어만 하는, 공격을 뿌리치는 황소의 발버둥치는 장면이 그런 드리프트로 표현됐어요."
영화를 보다보면, 뭔지 알지도 못하는 평범함을 그리는 수혁의 모습이 평범함과 거리가 먼 채로 살아온 배우 정우성과도 맞닿아 보이는 순간도 있다. 극중 우진은 수혁과 배치된 관계로 만나지만 이상하리만치 어느 순간 친근하게 대하는 묘한 관계성을 보여준다. '보호자'를 뻔하지만은 않은, 특별하고 독특한 영화를 만들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해온 만큼 감독 정우성은 온 몸이 망가지도록 홍보에도 열심이다.
"'SNL'이랑 '경영자들'이 화제가 되니 좋았어요. 정말 짜릿해요. 나 웃겼다! 하고 기분 좋아요. 웃기고 싶은 욕구가 늘 있거든요. 워낙 제가 즐기려고 나가는 거라서요. 사실 홍보라고 하지만 그 콘텐츠들이 지닌 온전한 톤앤무드와 가치를 훼손해선 안되니까요. 늘 그렇게 해왔어요. 최선을 다해 누가 되지 않게 즐기려 하죠. 정말 재밌었고 코미디언이란 직업이 참 가치있다 생각해요. 웃음을 만들어내는 연기는 쉽지 않거든요. 게중에도 정극 연기를 꿈꾸는 분들이 많은데 그 얼굴들을 보면서 의외로 어떤 뭉클한 이야기를 할 수 있겠단 셍각도 들어요."
jyya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