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수익 보장' 미끼로 유인해 감금, 폭행
보이스피싱 등 불법 행위 가담 강요
2021년 이후 140명 피해...올해에만 38명
정부, 국경검문소 2곳에 '특별여행주의보'
[서울=뉴스핌] 유신모 외교전문기자 = 미얀마·라오스·태국 등 3개국이 메콩강을 끼고 접하는 산악지대 '골든트라이앵글' 지역에서 최근 한국인 청년들을 대상으로 한 취업사기 피해가 급증해 28일 정부가 이에 대한 주의를 당부했다. 정부는 또 이 지역 국경검문소 2곳에 대해 특별여행주의보를 내리기로 했다.
2021년부터 현재까지 외교부에 집계된 이 지역에서의 한국인 대상 취업 사기 피해신고는 총 55건, 140명이다. 주로 고수익 일자리를 미끼로 현지로 유인한 뒤 감금, 폭행해 보이스피싱 등 불법행위를 강요하는 방식이다. 주로 온라인 커뮤니티나 소셜미디어(SNS)에서 '고수익 해외 취업' 광고를 낸 뒤 항공 티켓 제공, 숙식 보장 등을 미끼로 현지로 유인하고 있다. 피해자들은 현지에 도착한 뒤 여권, 휴대전화 등 물품을 빼앗기고 폭행이나 협박을 당해 보이스피싱, 투자사기 등 불법 행위에 가담하게 된 것으로 나타났다.
외교부가 3월1일부터 특별여행주의보를 내린 태국-라오스, 태국-미얀마 국경검문소 [그래픽=외교부] |
외교부 관계자는 "정보기술(IT) 전문가, 단기 고수익 보장, 모델 활동 모집 등 미끼를 가장한 유혹에 현혹되지 않도록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같은 피해는 특히 최근에 급증하는 추세여서 지난해 94명, 올해에는 1월 한달 동안에만 지난해의 40%가 넘는 38명의 피해 신고가 접수됐다. 하지만 골든트라이앵글 지역은 한국 대사관 영사의 방문뿐 아니라 현지 치안 당국조차 접근하기 어려워 피해 구제에 어려움이 있다고 외교부는 밝혔다.
지난해 한국인 19명이 구금됐다가 풀려난 미얀마 타칠레익은 카지노, 유흥업소 등이 많은 우범지역으로, 이 지역에 우리 영사 직원이 방문하려면 미얀마 외교부를 통해 사전 승인 절차를 밟아야 한다. 또 라오스 골든트라이앵글 경제특구의 경우 중국 카지노 업체가 장기 임차계약을 맺고 독특한 자치 지위를 인정받고 있어 라오스 공안과 중국 공안조차도 접근이 쉽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정부는 태국과 라오스 접경 치앙센 국경검문소와 태국과 미얀마 접경 매사이 국경검문소 등 2곳에 대해 3월 1일부터 여행경보 2.5단계에 해당하는 '특별여행주의보'를 내리기로 결정했다. 외교부 관계자는 "취업 사기를 당하는 한국인들이 주로 태국을 거쳐 들어가고 있다는 점에 착안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해 11월엔 골든트라이앵글 쪽을 포함한 미얀마 일부 지역, 이달부터는 라오스 내 골든트라이앵글 경제특구에 '여행금지'에 해당하는 여행경보 4단계를 발령한 바 있다. 외교부 허가를 받지 않고 여행금지 지역에 체류하면 형사처벌을 받을 수도 있다.
경찰 관계자는 "국제공조 네트워크를 강화해 관련 업체 인물들의 불법 행위를 면밀히 조사하는 한편, 향후 유사 사례 발생시 신속히 대응할 수 있도록 유관기관 간 핫라인을 구축해 피해를 최소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근본적인 예방을 위해서는 우리 국민들이 해외 취업 사기에 연루되지 않고 해당 지역을 방문하지 않는 게 매우 중요하다"라고도 당부했다.
opent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