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현과 김지원 뻔하지 않은 연기로 시청자 눈길
조연들도 감초 연기 넘어서 드라마 몰입도 높여
[서울 = 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 tvN 주말극 '눈물의 여왕'을 처음 접했을 때 진부함에 치를 떨었다. 하다하다 '남성판 신데렐라'까지 나오는거야? 그랬다. 재벌가 남성과 평범한 여성의 로맨스는 지겹도록 등장하는 스토리다. 다만 성 역할을 바꿔서 평범한 집안의 남자와 재벌가 여성의 러브스토리로 뒤틀었을 뿐이었다. 조금 색다르다면 재벌가에 사위들이 종가집 전통을 이어가는 가풍에 맞춰 처가살이를 한다는 설정이었다.
그래도 '청춘의 상징'과도 같았던 배우 김수현(백현우)과 김지원(홍해인)이 합을 맞추고, '넝쿨째 굴러온 당신','사랑의 불시착'을 쓴 박지은 작가의 작품이어서 기대를 안했던 것도 아니다. 아니나 다를까. 백화점 재벌집 3세 홍해인과 시골 이장집 아들이자 변호사인 백현우는 '세기의 결혼'을 했지만 홍해인이 덜컥 뇌종양에 걸려 시한부 판정을 받는다. 이런 스토리조차 진부해 보였다.
[서울 = 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 '눈물의 여왕'의 김수현(사진 아래)과 김지원. [사진 = tvN '눈물의 여왕' 방송 화면 캡처] 2024.04.01 oks34@newspim.com |
그러나 '눈물의 여왕'은 회를 거듭할수록 관심이 높아지더니 전국 평균 시청률 16.1%를 기록하며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시청자들은 뻔한 로맨스처럼 보였던 이 드라마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을까. 그 첫째 이유는 남녀주인공의 연기다. 김수현이나 김지원은 단순하게 잘 생기고 예쁜 비주얼 담당에서 벗어나 연기의 맛을 알아가는 게 보였다. 울고 웃다가 때로는 비정한 표정을 지으면서 극의 흐름을 이끌어간다. 김수현은 서울대 법대 출신의 지적인 변호사였다가 술 마시면 '귀여운 술주정'을 일삼는 주책스런 캐릭터를 잘 표현해냈다. 김지원도 재벌3세의 몸애 밴 도도함을 갖고 있으면서도 사랑 앞에서 무너지는 감정연기를 무리없이 보여주었다.
또 하나는 연출력이다. 400억 원이라는 어마어마한 제작비가 들어간 드라마답게 때깔이 다르다. '사랑의 불시착'을 만들었던 장영우·김희원 PD는 마치 뮤직비디오를 연상케 하는 영상미로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현실과 과거가 교차되는 장면도 너무나 자연스럽게 녹여 넣었고, 남녀주인공의 심경변화도 탁월한 연출 솜씨로 표현해 냈다. 빛나는 연출력 때문에 자칫 유치해 보일 수 있는 로맨틱 코미디를 감각적으로 떠받히고 있는 것이다.
[서울 = 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 '눈물의 여왕'에서 조연으로 열연 중인 김주령. [사진 = tvN '눈물의 여왕' 방송 화면 캡처] 2024.04.01 oks34@newspim.com |
탄탄한 조연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해인의 고모 홍범자(김정난)는 어머니 제사에 호피무늬 원피스를 입고 등장하여 뒤집어 놓는가 하면, 아버지 홍만대(김갑수)의 동거녀인 모슬희(이미숙)를 두드려 패는 인물이다. 백현우의 누나 백미선(장윤주)은 퀸즈헤어살롱을 운영하며 부모님에게 얹혀사는데, 시도때도없이 동생인 백현태(김도현)와 티격태격하며 감초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해인의 동창인 윤은성(박성훈)과 모슬희(이미숙)와 더불어 퀸즈그룹을 집어삼키려는 계략을 꾸미는 마담뚜 그레이스 고(김주령)의 활약도 재미있다. 윤은성과 모슬희의 계략에 넘어가서 재벌집이 재산, 회사 경영권까지 모든 것을 빼앗기는 등 현실감이 떨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수현과 김지원이 만들어가는 사랑과 미움, 주변인들이 만들어가는 속고 속이는 반전이 흥미롭다. tvN '눈물의 여왕'은 매주 토, 일요일 밤 9시 20분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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