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상형 전자담배 원료이지만 '공산품'...규제 사각지대
'뿌리·줄기 니코틴'도 '합성 니코틴' 둔갑...세수 '0'
업계선 "합성 니코틴도 담배 규제하자" 목소리
합성니코틴 담배에 대한 규제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습니다. 현행법상 담배로 인정되지 않아 세금 등 규제를 피해가지만 시중에 버젓이 담배로 판매되고 있습니다. 사각지대에 방치된 탓에 오히려 합성니코틴 시장은 매년 커지고 있는 실정입니다. 합성니코틴 담배에 대한 문제점을 짚어봤습니다.
[서울=뉴스핌] 전미옥 기자 = 신종 담배인 '합성 니코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담배 규제를 받지 않아 각종 위험에 노출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일반 담배 대비 가격이 저렴해 주머니가 얇은 청소년을 위협하는 것은 물론 규제 대상인 '천연 니코틴'을 '합성 니코틴'으로 둔갑해 판매하는 행태도 늘고 있다.
◆담배 원료로 쓰이지만 공산품...합성 니코틴 수입량 매년 고공행진
현행 담배사업법상 천연 니코틴은 담배로 규제하고 있지만 합성 니코틴은 단순 공산품으로 분류돼 세금이 붙지 않는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수입된 합성 니코틴이 대부분 액상형 전자담배 원료로 사용된다.
실제 관세청이 집계한 국내 합성 니코틴 용액의 수입량은 2020년 56톤(t)에서 2021년 97t, 2022년 119t으로 급격히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해에는 200t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전자담배업계에 따르면 합성 니코틴 1t으로 평균 약 90t의 전자담배 액상 제품을 만들 수 있다. 매년 합성 니코틴 담배 시장이 커지고 있음에도 '담배 규제'에서는 제외되고 있는 실정이다.
서울시 중구 을지로에 위치해 있는 흡연구역. [사진=뉴스핌DB] |
앞서 정부는 지난 2020년 말 법률 개정을 통해 담뱃세 부과 대상에 '연초 뿌리·줄기 추출 니코틴'을 포함했지만 실제 세수 확보 효과는 제로(0)에 가까웠다. 관련해 2020년 기준 12조원이던 담배 제세부담금은 담뱃세 부과 대상 확대 이후인 지난해 11조7000억원으로 오히려 줄었다. 그동안 '연초 뿌리·줄기 추출 니코틴'을 사용하며 세금을 회피하던 액상형 전자담배들이 뿌리줄기 니코틴에 세금이 부과되자 일제히 과세 의무가 없는 '합성 니코틴 담배'로 우회한 결과로 파악된다.
업계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시판되는 전자담배 액상 용액 가운데 합성 니코틴 용액이 차지하는 비중은 92.2%에 수준이다. 한국 전자담배 액상의 1년간 유통량 약 3000만병(30㎖)을 기준으로 누수된 세금액은 연간 약 1조6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담배 연초 추출 니코틴만 '담배' 인정...청소년 보호 등 사각지대
국내에서 합성 니코틴 담배가 '담배'로 규정되지 않는 이유는 원료 바탕의 정의 기준 때문이다. 국내 법에서는 연초 잎에서 추출된 천연니코틴을 사용할 경우에 한해서만 담배로 인정한다.
천연 니코틴으로 만든 액상 전자담배의 경우 1당 약 1800원의 담뱃세가 부과된다. 담뱃세의 종류는 지방소비세, 지방교육세, 폐기물부담금, 국민건강증진부담금 등 5가지(부가가치세 제외)다. 반면 합성 니코틴은 세금이 부과되지 않는다.
합성니코틴이 담배에서 제외되면서 발생하는 각종 사회문제들도 매우 심각한 수준이다. 합성니코틴 담배는 청소년들도 합법적으로 구매할 수 있다. 금연구역에서 합성니코틴 담배를 흡연해도 저지할 방법이 없고 '경고문구 및 그림 표기'에 대한 의무에서도 자유로워 소비자에게 안전성에 대한 정보를 제공할 필요도 없다. '담배 유해성 관리법' 대상에서도 제외돼 안전성도 보장받지 못한다.
◆신속한 법안 개정으로 세수 구멍 메워야
업계에서는 합성니코틴 담배의 비과세 문제가 지속되면 국내 담배 시장의 세수 회피 현상이 확대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앞서 담배 규제 대상으로 확대한 뿌리 및 줄기 추출 니코틴의 사례 봐도 그렇다. 지난 2021년 더불어민주당 진선미 의원이 발표한 '액상형 전자담배 뿌리·줄기 니코틴 허위신고 내역'에 따르면 39개 업체가 연초 잎 니코틴 제품을 세금을 내지 않는 뿌리·줄기 니코틴으로 허위신고해 탈세한 것으로 적발됐다. 그리고 이중 절반 이상의 업체는 단속되자 마자 폐업을 감행, 1116억원 상당의 체납액 징수를 어렵게 만든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지난해 말 더불어민주당 김영주 의원이 관세청으로부터 입수한 자료에 의하면 2022년 11월부터 2023년 7월까지 천연니코틴을 합성니코틴으로 허위신고해 세관에 적발된 탈세 물량만 44만 9100㎖ 에 달했다.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더불어민주당 최혜영 의원은 지난 2020년 '담배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해 합성 니코틴을 과세 및 규제하는 법안을 발의했지만 아직 국회에 계류 중이다.
액상형 전자담배를 제조·수입 ·유통하는 업체들도 합성 니코틴에 대한 정부 규제를 촉구하고 있다. 합성 니코틴 담배를 '담배'로 인정, 규제 테두리 안에서 안전하게 판매할 수 있게 해달라는 것이다.
김도환 전자담배협회 총연합회 부회장은 "액상형 전자담배를 연초 대비 더 나은 대안으로 판매하기 위해서는 담배로 인정하고 규제 해야 한다고 수년간 피력해왔다"며 "정부의 무관심 속에서 액상 전자담배가 온라인 대리구매뿐 아니라 마약 문제까지 얽히는 등 무법지대에 방치되어 문제가 크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합성니코틴이 국내 유통된지 10년이 넘었는데도 여전히 방치되고 있는 것은 정부의 직무유기에 해당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romeo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