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저가형 신차 출시 계획 발표...시간외거래서 13%↑
국내 2차전지 관련주 일제히 상승세...포스코퓨처엠 장중 9%↑
상반기 부진 지속 전망 지배적...4분기에는 반등 가능성도
[서울=뉴스핌] 이윤애 기자 = 국내 2차전지 관련주들이 모처럼 강세를 보이고 있다. 글로벌 전기차 대장주 테슬라가 어닝쇼크에도 저가형 신차 출시 계획 발표에 시간 외 거래에서 13% 이상 급등하면서 관련주들에 대한 투자심리가 호전된 영향이다.
다만 글로벌 전기차 수요 둔화 여파로 시장 전망이 밝지 않고, 테슬라 주가도 여전히 바닥을 다지고 있기 때문에 추세적 상승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나온다.
2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국내 2차전지 관련주들로 구성된 'KRX 2차전지 TOP 10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3.93% 오른 4638.45에 거래를 마쳤다.
종목별로 살펴보면 LG에너지솔루션(4.05%), 삼성SDI(3.69%), SK이노베이션(1.48%) 등 배터리셀 관련주들의 주가가 일제히 강세를 보였다.
2차전지 소재주 가운데 포스코퓨처엠의 상승세가 눈에 띈다. 포스코퓨처엠은 전날 대비 8.00%(2만2200원) 오른 29만7000원에 거래중를 마쳤다. 장중 9.82% 상승한 30만2000원을 터치하기도 했다. LG화학(2.55%)과 에코프로비엠(5.14%), 엘앤에프(5.89%), SK아이이테크놀로지(2.88%) 등도 급등했다.
테슬라발 훈풍이 국내 2차전지 관련주의 주가 상승을 이끈 것으로 보인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밤 장 마감 이후 진행한 실적발표에서 보급형 전기차 '모델2'를 이르면 연말이나 내년 초에는 출시하겠다고 밝혔다. 모델2의 원래 생산 예상 시기는 내년 말로 이를 앞당긴 것이다.
테슬라 매장 [사진=블룸버그통신] |
시장은 바로 환호했다. 앞서 테슬라가 자율주행 로보택시(무인택시)에 집중하기 위해 모델2 생산을 연기 또는 취소했다는 로이터통신의 보도와도 정반대되는 내용이다. 테슬라 주가는 시간외거래에서 13% 이상 급등했다.
안소연 KB증권 연구원은 "구체적인 가격과 출시 일정 언급은 부재했지만, 저가 신모델 출시 계획을 재확인했다"며 "컨퍼런스콜에서 향후 추가 가격 인하가 가능하지만 가격 경쟁력 강화를 통해 판매 증대와 현금흐름 플러스 유지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고 평가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테슬라가 1분기 실적 급감에도 저가용 신차 출시 계획, 수익성 경영 발표 등으로 시간외 주가가 10%대 급등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국내 2차전지 등 전기차 밸류체인 관련주들의 투자심리가 호전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추세적 상승 여부에 대해서는 비관적인 시각이 지배적이다.
고금리에 따른 소비 심리 위축과 미흡한 인프라, 화재 등 안전성에 대한 우려 등으로 전 세계적인 전기차 수요 둔화 우려가 부각된 때문이다.
테슬라가 발표한 올해 1분기 실적을 살펴보면 조금 더 구체적으로 보인다. 1분기 매출은 213억100만달러(약 29조310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 감소했다. 금융정보업체 LSEG가 집계한 월가 예상치인 221억5000만달러를 하회하는 어닝쇼크다. 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감소한 부분도 코로나19로 영향을 받은 2020년 2분기 이후 4년만에 처음이다. 순이익은 11억2900만달러(약1조553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5%나 주저앉았다.
실적 부진은 예견된 일이었다. 테슬라는 전기차 수요 부진으로 인한 재고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사이버트럭 생산을 일시 중단하고 일부 모델의 가격을 인하했다. 미국, 유럽, 중동, 아프리카 등에서 일제히 전기차 가격 인하를 지속하고 있다.
주가도 반응했다. 테슬라 주가는 올 들어 40% 넘게 빠지면서 연일 신저가 기록을 새로 썼다. 전날 종가 기준 144.68달러로 올해 초 248.42달러 대비 거의 반토막 났다. 특히 최근 부진한 판매 실적과 전체 인력 10% 규모의 구조조정 계획 등의 소식이 보도되면서 8거래일 연속 하락세를 보이기도 했다. 테슬라는 이달 초 1분기 인도량이 월가의 예상치(41만4000대)에 못 미치는 38만 6810대라고 발표했다.
2차전지 관련주들도 이같은 분위기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었다. 실적이 하락하면서 주가도 약세를 보였다.
국내 배터리 대장주인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5일 올해 1분기 매출 6조1287억원, 영업이익 1573억원의 잠정 실적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29.9%, 영업이익은 75.2% 감소했다. 특히 영업실적은 미국 IRA(인플레이션 감축법)으로 인한 세액공제액(1889억원)을 제외하면 사실상 316억원의 적자를 냈다. 아직 실적 발표 이전이지만 삼성SDI와 SK온의 실적도 시장 전망치는 대폭 감소를 예상한다. 2차전지 관련주들의 주가도 연초 대비 평균 20~30% 하락했다.
관심은 테슬라와 2차전지 관련주들이 추세적으로 상승할 지 여부다. 전문가들은 올해 전기차 시장의 성장 둔화를 전망하면서 주가도 한동안 힘을 받기 어려울 것이란 시각이 우세하다.
이현욱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전기차 침투율은 2023년 17%에서 2024년 19%로 단기간 성장 둔화 국면이 예상되고 2차전지 기업들의 1분기 실적도 저조할 것으로 전망된다"면서 "다만 여러가지 요인들이 해소되며 중장기적으로 전기차와 배터리 시장은 구조적인 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기대된다"고 했다.
이안나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2차전지 수요 중심의 유의미한 반등은 4분기로 예상한다"며 "국내 2차전지 섹터 반등의 트리거는 GM과 테슬라의 수요에 달려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GM은 지난해 부품 등의 결함으로 이연된 리릭, 허머, 블레이저 등의 수요 증가 및 북미 출시 신차 7종 수요와 테슬라는 하반기 모델 Y 주니퍼 출시로 인한 수요 증가 기대감 존재한다"며 "특히 11월 미국 대선이 마무리되고 고객사 수요 증가 및 4680 등 신규 수주 모멘텀이 존재하는 4분기에 본격 섹터 반등을 기대한다"고 했다.
yuny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