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김태용 감독의 감성 SF 영화 '원더랜드'가 사랑하는 사람과 이별 후 AI로 구현된 새로운 세상을 통해 인간의 가장 간절하고도 소중한 감정들을 일깨운다.
5일 개봉하는 김태용 감독의 영화 '원더랜드'가 탕웨이와 박보검, 수지, 정유미, 최우식 등 초호화 라인업으로 관객들과 만난다. 죽은 사람을 인공지능 영상통화로 복원하는 서비스를 통해 인생에서 가장 큰 상실과 변화 앞에 선 인간 감정의 본질을 들여다본다.
영화 '원더랜드'의 한 장면 [사진=㈜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
◆ 한국형 감성 SF 영화 대표작 될까…탕웨이·박보검·수지·정유미·최우식 한 자리에
'원더랜드'는 죽은 사람을 인공지능으로 복원하는 서비스로 가족의 죽음을 앞두고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서비스로 자리잡았다. 남겨질 딸을 위해 서비스를 신청한 바이리(탕웨이)와 식물인간이 된 태주(박보검)를 그리워하며 가입한 정인 등 사랑하는 사람을 만날 수 없는 배경 속에 두고 매일 영상 통화를 통해 만난다. 어느 날 태주가 기적처럼 깨어나 돌아오고 정인은 현실 속 그와 원더랜드 속 태주를 두고 갈등한다. 세상을 떠난 바이리는 딸과 통화하며 빈 자리를 채워주려 하지만 갑작스런 서비스 종료 소식에 오류에 빠진다.
탕웨이는 바이리 역으로 자신의 죽음을 알지 못하는, 하지만 어렴풋이 예감하는 엄마를 연기한다. 약간의 한국어와 영어로 이루어진 대사는 낯설면서도 친숙하다. 딸의 곁에 실존하지 않고 원더랜드에만 존재하는 바이리는 스스로도 혼란에 빠진 듯한 모습으로 어딘가 나사빠진, 현실이 아닌 세계관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서비스 종료를 앞두고 위기에 처한 와중에도 딸을 향해 간절하게 진심을 드러내면서 관객들의 눈물샘을 기어코 자극한다.
영화 '원더랜드'의 한 장면 [사진=㈜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
수지와 박보검은 승무원 커플이던 과거를 뒤로하고, 위기에 빠진 젊은이들을 그려냈다. 태주를 그리워한 나머지 원더랜드 속 그와 깊숙히 교감하는 정인과 좀처럼 현실에 적응하지 못하는 태주는 시시각각 감정적으로 엇갈린다. 정유미와 최우식은 원더랜드 서비스를 만들고 관리하는 직원 혜리, 현수로 일면 AI같기도 하지만 진심으로 사람들의 혼란과 상실의 아픔을 우려하는 인간적인 면모를 보여준다.
◆ '에에올' '매트릭스' 설정 취한 한국형 감성 SF…삶과 죽음, 미래에 대한 통찰 엿보여
현실과 비현실을 넘나드는 '원더랜드'의 배경은 잠시 적응할 시간이 필요하지만, 바이리와 정인의 상황을 충분히 이해한 뒤엔 자연스레 빠져든다. 특히 서비스 속 AI로 구현된 인물들도 나름의 인격과 세계관을 갖췄다는 설정이 새롭게 느껴진다. 바이리는 딸과의 영상통화를 통해 실존하지 않는 존재에 집착하게 될 위험성을 경고하면서도, 서로 다른 세상의 차원을 뛰어넘어 딸에게 닿고자 하는 절절한 모성애로 인간의 가장 깊숙한 감정을 자극한다.
영화 '원더랜드'의 한 장면 [사진=㈜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
알콩달콩한 사랑을 하던 커플 정인, 태주의 이야기도 폭넓은 공감대를 형성한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절절한 그리움을 달래고 싶어한 나머지 '원더랜드'에 가입한 정인은 쉽고 뭐든지 맞춰주는, 갈등없는 서비스 속 존재와 영원히 본인의 기대같을 수는 없는 현실을 저울질 한다. 닿을 수 없는 가짜를 지우고 현실에 집중해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놓을 수 없는, 다소 막막한 공감이 영화를 보는 내내 이어진다.
김태용 감독은 마치 '에브리원 에브리띵 올 앳 원스' '매트릭스' 같은 SF 명작들의 몇몇 장면을 보는 듯 익숙한 SF영화의 설정을 조금씩 취한 듯하다. 인생의 가장 큰 상실과 변화인 '죽음' 앞에서 두려워하는 인간과 원더랜드에 기댈 수밖에 없는 간절함도, 따라오는 위험성과 과제도 인간이기에 마주하는 고민들이다. 탕웨이부터 수지, 박보검, 정유미와 최우식 등 최고의 배우들이 합류한 이유를 이제야 알 수 있다. 삶과 죽음을 대하는 인간 본연의 감정을 들여다보고 곧 AI로 찾아올 미래의 가능성을 엿보고자 한 감독의 통찰력을 엿볼 수 있다.
jyya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