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5년간 교제폭력 범죄 검거 8951→1만3939명...55.7% ↑
법 체계 미비로 폭행·협박죄 적용...반의사불벌죄 처벌 불원 많아
전문가, 피해자·가해자 분리 및 보호조치 강화 필요성 제기
[서울=뉴스핌] 박우진 기자 = 최근 교제폭력 범죄가 증가하고 살인으로까지 이어지면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범죄의 특성상 가해자에 대한 처벌이 쉽지 않은데다 법적인 한계도 있어 이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과 함께 피해자 보호조치 강화 필요성도 나온다.
12일 경찰청이 집계한 통계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교제폭력으로 형사입건된 피의자는 2019년 8951명에서 지난해 1만3939명으로 55.7% 증가했다.
최근 3년간은 1만538명, 1만2828명, 1만3939명으로 1만명대를 기록했다. 하지만 같은 기간 구속 인원은 1242명으로 전체 검거인원(5만6079명)에서 2.2%에 그쳤다.
최근 연인을 상대로 살인 등 강력범죄가 잇달아 발생하면서 교제폭력 범죄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달 30일 60대 박학선은 서울 강남 한 오피스텔에서 교제하던 60대 여성과 30대 딸을 흉기로 찌르고 달아났다. 모녀는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숨졌다. 이후 박학선은 경찰에 체포됐고, 지난 2일 서울중앙지법은 '도망할 염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지난달 6일에는 서울 강남역 인근 건물 옥상에서 20대 의대생 최모 씨가 여자친구를 흉기로 찔러 살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최씨는 피해자와 결별 등으로 갈등을 빚은 것으로 알려졌다.
교제폭력 범죄가 증가하고 경각심도 높아지고 있지만 처벌은 경미한 수준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현행법상 교제폭력을 다루는 법조항이 마련돼 있지 않아 주로 교제폭력은 폭행이나 협박 범죄로 다뤄지는데 반의사불벌죄 조항이 적용된다.
관계성 범죄 특성상 피해자가 가해자를 처벌하고자 실제 재판으로 이어가기 힘든 경우가 많아 결국 피해자가 가해자 처벌을 원치 않는다고 한 사례도 적지 않다.
이에 교제폭력 범죄 대응 강화를 위해 특별법을 제정하고 교제폭력 범죄에 대해 반의사불벌죄 적용을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지난 21대 국회에서는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이 '데이트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했으나 임기만료로 폐기됐다.
법안에는 데이트폭력 범죄 특성을 고려해 별도로 처벌 절차와 가해자에 대한 잠정조치 등을 할 수 있도록 했고, 데이트폭력 범죄에 대해 반의사불벌죄 조항을 적용하지 않도록 했다.
전문가들은 특별법 제정이 처벌 강화에 그칠 것이 아니라 피해자와 가해자를 적극적으로 분리하는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하는 등 피해자 보호 조치가 강화되는 방향으로 검토되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서혜진 더라이트하우스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한국여성변호사회 인권이사)는 "특별법 제정에 있어 용어나 범죄 범위 정의에 있어 고민이 필요하며 처벌 강화에만 그쳐서는 안된다"며 "피해자와 가해자 분리조치를 강력히 집행하고 피해자 보호조치 효능감을 높이도록 하는 조항을 마련해 현행법에서 모호한 부분을 해소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찰 역시 관련 입법 논의가 진행될 경우 피해자 보호조치 강화 등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경찰 관계자는 "관련 입법절차가 진행된다면 경찰이 취하는 피해자 보호조치나 행정조치 등에서 애로사항이나 일부 한계가 있는 부분을 반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krawjp@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