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쇄적 생태계 포기한 애플, 오픈AI와 협력 이례적
스마트폰, 하드웨어 경쟁 한계...AI 소프트웨어 영향력 확대
[서울=뉴스핌] 김지나 기자 = 삼성전자가 연초 세계 최초 인공지능(AI)폰을 공개한 데 이어 애플까지 AI 전략을 공개하며 성장 정체기를 맞이한 스마트폰 시장에서 본격적인 AI폰 경쟁이 시작됐다. 이 같은 변화는 스마트폰 경쟁의 중심축이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로 이동하고 있다는 점에서 삼성전자와 애플 모두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 10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에서 열린 세계개발자회의(WWDC)에서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손가락으로 브이(V)자를 그리고 있다.[사진=로이터 뉴스핌] 2024.06.12 mj72284@newspim.com |
12일 업계에 따르면 10일(현지시간) 애플은 미국 캘리포니아주 코퍼티노에 있는 애플파크 본사에서 '연례 세계개발자회의(WWDC)2024'를 열고 '애플 인텔리전스'라는 새로운 AI 기술을 공개했다. AI 지각생으로 평가받던 애플이 처음으로 AI 전략 및 비전을 제시한 자리인 만큼 IT업계에 큰 관심을 받았다.
이번 발표에서 가장 주목됐던 부분은 애플이 AI 기술을 공개하며 오픈AI와 파트너십을 통해 자체 음성 AI서비스 '시리'에 챗GTP를 접목했다는 점이다. 그동안 폐쇄적인 생태계를 유지해 왔던 애플은 AI에 있어서도 독자성과 폐쇄성을 갖출 것으로 예상됐지만, 이례적으로 오픈AI와 수평적으로 보이는 파트너십을 체결한 것이다.
애플은 그동안 iOS를 기반으로 한 폐쇄형 플랫폼을 통해 독자적 생태계를 유지해 왔고, 이 같은 애플만의 생태계는 애플 팬덤을 형성하는 원동력으로 작용했다. 애플의 폐쇄성은 아이폰 부품사에도 동일하게 적용돼, 폭스콘·LG이노텍 등 아이폰 부품사들은 애플에만 부품을 납품하는 식으로 수직적 구조를 유지해 왔다. 이 같은 구조를 통해 애플은 30%에 육박하는 영업이익률을 달성할 수 있었다.
업계 관계자는 "애플이 애플카를 접은 이유도 아이폰을 생산할 때 폭스콘과 같이 애플만의 제품을 만들어 줄 자동차 제조사를 찾지 못했던 영향이 컸던 것"이면서 "그동안 애플은 대등한 관계에서 타기업과 협력을 해 본 경험이 없는 만큼, 이번 오픈AI와의 협력은 이례적이면서도 애플로선 시험적인 부분"이라고 말했다.
AI시대, 스마트폰 시장의 변화는 비단 애플 뿐 아니라 삼성전자에도 영향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지난 10년간 스마트폰 시장이 디스플레이에서 카메라 성능경쟁으로 이어져 성장해 왔다면, 스마트폰 하드웨어 경쟁이 의미가 없어지고 AI를 중심으로 한 소프트웨어 경쟁이 시작됐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 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은 2022년에는 12% 축소됐고, 2023년 역시 5% 줄어든 것으로 분석됐다.
이통업계 관계자는 "과거 단말기 교체 주기가 2년에 1번이었다면 2년이 지나도 폰이 멀쩡해 교체 주기가 점점 길어지고 있다"면서 "이미 카메라 화소 경쟁은 의미가 없어졌다"고 했다.
반면 올해 전체 스마트폰 중 AI기능이 탑재된 제품은 약 5% 규모는 6000만대가 될 것으로 예측됐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스마트폰의 중심축이 하드웨어에서 챗GPT와 같은 소프트웨어로 넘어가게 되면 소비자 입장에선 삼성이나 애플 제품을 살 필요가 없고 인도와 중국폰을 통해 동일한 AI서비스를 이용하면 되는 것"이라며 "이것이 AI폰을 내야하는 삼성과 애플이 동일하게 안고 있는 딜레마"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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