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영화 '콰이어트 플레이스: 첫째 날'이 가장 간결하고 단순한 설정의 세계관으로 극한의 공포와 감동을 동시에 선사한다.
26일 한국에서 전 세계 최초 개봉하는 '콰이어트 플레이스: 첫째 날'은 마니아층의 사랑을 받으며 1, 2편의 개봉 이후 제작된 프리퀄 작품이다. 배우 루피타 뇽의 캐스팅부터 대다수의 사람들이 지닌 목소리와 의사소통이 사라진 세계관을 상징적인 공간으로 설정한 감독은 다양한 현실을 반영하면서 스릴러 장르를 드라마로 풀어냈다.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영화 '콰이어트 플레이스: 첫째 날'의 한 장면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2024.06.25 jyyang@newspim.com |
'콰이어트 플레이스'는 소리를 내는 순간 공격하는 괴생명체의 출현으로 전 세계가 침묵하게 된 그 날, 모든 것의 시작을 그린 이야기를 담았다. 평균 소음 90 데시벨을 자랑하는 미국 최대도시 뉴욕, 한 복판에 고양이와 함께 외출을 나온 사미라(루피타 뇽)은 병원으로 돌아가던 중 하늘에서 떨어져 내리는 섬광을 목격하고 사람들을 공격하는 정체불명 괴생명체의 출현에 충격에 휩싸인다. '절대 소리 내지 말라'는 안내방송이 울려퍼지고 사람들은 도시에 고립되면서 고요한 아수라장이 시작된다.
영화 초반, 루피타 뇽의 얼굴을 보는 것만으로 관객들은 극한의 공포에 질리게 된다. 호스피스 병동에서 지내는 그가 갑자기 맞닥뜨린 최악의 재난과 참혹함은 숨 죽이고 흘리는 눈물과 커다랗게 뜨인 눈에서 생생하게 느껴진다. 가까스로 깨어날 때 누군가에게 입을 콱 틀어막힌 채 몸부림치는 모습은 생존을 위해 침묵을 강요당하는 모든 이들을 떠오르게 한다.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영화 '콰이어트 플레이스: 첫째 날'의 한 장면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2024.06.25 jyyang@newspim.com |
영화는 극한의 재난 상황을 다루면서도 사람들이 서로 물고 뜯고 잔혹하게 구는 이야기는 거의 다루지 않는다. 그저 도시를 하루 아침에 초토화시키고, 소리를 내는 순간 사람을 해치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존재와 공존할 수밖에 없는 일상을 그린다. 평균 90데시벨을 넘긴다는 도시의 소음 중 과연 반드시 필요한 소음은 무엇인지 새삼스레 생각하게 한다. 또 생존을 위한 소음마저 금지당하는 순간의 비참함을 동시에 들춘다.
사미라와 동행하는 고양이는 소음에서 어느 정도 자유로운 존재로서 이 영화에서 한 줄기 쉼이자 예상치 못하게 긴장감을 부여하는 존재다. 사미라가 우연히 만나게 된 생존자 에릭(조셉 퀸)과 나누는 교감도 뭉클하다. 곧 죽음을 앞둔 사미라를 위해 위험을 감수하고, 재즈 펍에서 '무소음 공연'을 하는 장면은 자유를 빼앗긴 인간에게 유흥과 유머가 얼마나 필요한 지를 느끼게 한다.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영화 '콰이어트 플레이스: 첫째 날'의 한 장면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2024.06.25 jyyang@newspim.com |
'무소음'을 강요당하는 이들이지만 '콰이어트 플레이스'에서 맞게 되는 마지막은 괴생물체의 끔찍한 소음이다. 바로 이 부분이 영화를 관람하는 관객들의 청각적 공포감을 자극하는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끔찍한 비주얼, 민첩한 움직임과 굉음이 결합된 괴생물체의 활약도 괴물 마니아들을 자극할 만한 요소다.
영국에서 건너온 생존자 에릭이 호스피스 병동에 갇혀사는 시한부 흑인 여성의 도움을 받고 최후에 그의 손을 잡아주는 건 유색인종들이다. 폐허가 된 뉴욕의 풍경을 목도하는 무력함은 소리내지 못한 채 단순히 도시의 경관 같은 혜택의 일부만 겨우 맛보는 이들을 생각하게 한다. 말 그대로 상징으로 가득찬, 곱씹고 즐길 거리가 있는 작품이다.
jyya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