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위·법사위·과방위 등에서 여야 갈등
"교섭단체 반발 시 '野 단독 청문회' 지속 어려울 듯"
[서울=뉴스핌] 지혜진 기자= 여당인 국민의힘이 25일 원구성 협상을 마치고 상임위원회 활동에 복귀했지만 여야 간 이견으로 곳곳에서 갈등이 빚어졌다. 향후 여야가 본격적으로 상임위에서 충돌할 것이 예상되는 가운데 야당 단독으로 '청문회 정국'을 이끌어가던 더불어민주당에도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이날 국토위는 지난 18일 야당 단독으로 의결한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 대책 청문회를 열었다. 청문회에 앞서 국민의힘은 "(야당이) 의사일정을 일방적으로 다 정했는데 여당 보고 들어오라고 하면 어떻게 하느냐"며 청문회 연기를 요청했다. 그러나 맹성규 위원장이 "적법한 절차에 따라 어렵게 마련된 자리는 일단 진행돼야 한다"며 청문회 개최를 결정했고, 이에 반발한 국민의힘 의원들은 청문회에 불참했다. 이날 회의는 예정된 시간보다 53분가량 늦어져 오전 11시 53분에 개의했다.
법사위도 여야 충돌로 개의 6분 만에 파행됐다. 간사 선임 문제를 두고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과 정청래 위원장 간 언쟁이 빚어진 것이다. 유 의원은 여당 간사 선임을 요구하자 정 위원장이 "국민의힘은 지각 출석해서 간사 선임이 안 된 상태"라며 "간사가 아니면서 그런 짓을 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이에 유 의원이 "왜 이렇게 예의가 없느냐"고 반말과 삿대질을 하자 정 위원장은 "어디다 대고 반말이냐"며 맞받아쳤다. 6분 간의 정회 뒤에도 신경전은 계속됐다.
법사위는 야당 주도로 방송3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과 방송통신위원회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표결에 참여하지 않고 퇴장했다.
과방위에서는 야당이 MBC와 민사소송 중인 김장겸 국민의힘 의원의 과방위 제척을 요구하자 여당 의원들이 이에 반발해 집단 퇴장하는 일이 벌어졌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제1소위원회가 열리고 있다. 이번 소위에서는 순직 해병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을 심사했다. 2024.06.20 leehs@newspim.com |
◆ "교섭단체 반발 시 '野 단독 청문회' 지속 어려울 듯"
국민의힘이 민주당이 제안한 7개 상임위원장을 수용하고 '원내 투쟁'을 예고하면서 '속전속결'로 입법을 추진하던 민주당은 제동이 걸릴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원구성 협상에서 다수당인 민주당이 법사위원장과 운영위원장을 비롯한 11개 상임위원장을 선점하자 '국회 관례에 어긋난다'며 '보이콧'을 선언했다.
그러는 사이 민주당은 빠르게 쟁점 법안 처리에 나섰다. 법사위는 채해병 특검법을, 과방위는 방송 3법과 방통위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민주당은 개원 직후부터 '2특검(특별검사)·4국조(국정조사)' 체제로 파상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야당 단독 상임위 업무보고에 정부 부처가 불응하자 민주당은 '청문회 카드'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주도권을 쥐었다. 원외 투쟁을 이어가던 국민의힘이 국회에 복귀한 까닭도 '청문회 정국'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만 있을 수 없어서다. 특히 지난 21일 여당 위원들이 불참한 채 열린 법사위 채해병 특검법 입법 청문회에서 정부 측 관계자들이 야당 위원들로부터 집중포화를 맞자, 원외 투쟁의 한계를 느낀 것으로 풀이된다.
민주당 입장에서 여당의 협조 없이도 정부 측의 출석을 이끌어낼 수 있다는 점에서 청문회 정국은 효과적이었다. 실제 청문회를 통해 민주당은 박성재 법무부 장관·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박상우 국토부 장관·김홍일 방통위원장 등 주요 정부 관계자를 출석시켰다.
국회법상 청문회 증인으로 채택되면 출석의 의무가 부여된다. 불출석 시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국회증언감정법) 12조에 따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상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국회법상 청문회(65조)는 재적 위원 3분의 1 이상의 요구로 개회할 수 있다. 원칙적으로는 이견이 있어도 상임위원장이 청문회 실시 안건을 상정하면 다수당인 민주당이 유리하다. 그러나 교섭단체 간 이견이 있을 경우 논란의 여지가 있을 수 있다.
조진만 덕성여대 교수는 "여당이 상임위에 출석해 문제점을 지적하면 야당이 계속해서 청문회를 강행하기 쉽지 않다. 아무리 소수당일지라도 국민의 대표이기 때문에 야당이 이를 무시하고 독주하긴 어려울 것"이라며 "청문회 개최가 절차적으로는 정당하더라도 다수당이 원하는 바를 위해 수단으로 활용했다는 비판을 받을 여지가 있다"고 내다봤다.
아울러 상임위가 정상화된 만큼 기존 관행대로 입법 청문회보다 공청회를 활용할 가능성이 더 크다. 공청회 역시 입법 청문회와 마찬가지로 법률을 만들 때 전문가나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듣는 제도다. 가장 큰 차이는 국회증언감정법의 적용 여부다. 청문회 증인으로 채택되면 위증 시 처벌받을 수 있다. 이 때문에 채해병 특검법 청문회에서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등이 증인 선서를 거부해 논란이 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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