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가상자산업계 감독 분담금 요율 매출 0.4% 잠정 책정
증권사 0.036%·핀테크사 0.017%보다 월등히 높아
업계 "회사 수·수익 규모 비해 너무 과도…건의 검토"
[서울=뉴스핌] 송주원 기자 = 금융감독원이 다음 해부터 국내 가상자산거래소에 연간 60억원 규모의 감독분담금을 부과하겠다고 통보하면서 가상자산업계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가상자산업 특성상 감독 분담금을 부담할 회사 수도 절대적으로 적고, 타 업권에 비해 수익도 많지 않은데 과한 요율을 적용했다는 지적이다.
8일 금융당국과 가상자산업계에 따르면 금감원은 최근 국내 가상자산업계로부터 받을 감독 분담금을 연간 60억원 규모로 잠정 책정했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미국 경제 지표 악화에 따라 비트코인이 한때 5만달러가 붕괴된 5일 오후 서울 강남구 업비트라운지 전광판에 비트코인 시세가 나오고 있다. 2024.08.05 pangbin@newspim.com |
감독 분담금이란 금감원이 ▲은행 ▲증권사 ▲보험사 ▲핀테크사 등 금융회사를 감독·검사하는 명목으로 받는 수수료다. 올해 금감원이 받는 감독 분담금은 3029억원으로 금감원 전체 예산에서 과반을 훌쩍 넘는 70%에 달한다. 금액도 ▲2021년 2654억원 ▲2022년 2872억원 ▲2023년 2980억원으로 매년 늘고 있다.
가상자산업계는 지난 1일 금융위원회가 입법예고한 '금융위원회 설치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과 '금융기관분담금 징수 등에 관한 규정 개정안'에 근거해 2025년부터 금감원 검사에 따른 감독 분담금을 내게 됐다.
업계는 애초 비은행인 점을 고려해 분담 요율을 약 0.017%로 예상했다. 업비트(두나무), 빗썸, 코인원 등 국내 대표 가상자산거래소 세 곳의 지난해 전체 매출(약 1조200억원)에 적용하면 2억원이라는 금액이 나오는데, 예상치를 30배 웃도는 '분담금 폭탄'을 떠안게 된 것이다. 금감원은 가상자산업에 대한 요율을 매출의 0.4% 수준으로 책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가상자산업 현실을 고려했을 때 '날벼락'이라는 분위기다. 한 가상자산업계 관계자는 "가상자산업계 전체 영업이익을 합쳐도 시중은행 한 곳의 10분의 1도 안될 것"이라며 "이마저도 가상자산 업체 중 감독 분담금을 낼 수 있는 회사는 사실상 2~3곳(업비트, 빗썸 등)에 불과할 텐데 터무니없이 많은 금액"이라고 토로했다.
일각에서는 최근 금감원이 가상자산 감독 부서를 두 곳 늘리면서 감독 분담금도 불어났다는 의견이 나온다. 실제로 금감원은 검사 투입 인력과 검사 대상 회사의 영업수익, 총부채 등을 기준으로 감독 분담금을 정한다. 하지만 업계는 이를 고려해도 타 업권과의 형평성에 맞지 않다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검사에 투입되는 인력이 상식적으로 증권업보다 많을 리 없는데 더 높은 요율을 적용한 건 납득하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감독 분담금 책정 기준 자체가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도 있다. 금감원은 2022년까지 분담금을 계산할 때 각 영역별 감독 업무에 투입하는 인력에 60%, 금융사 영업수익에 40%의 가중치를 뒀지만 지난해부터 투입 인력 가중치 비중을 80%로 올리고 영업수익 비중을 20%로 낮추는 방식으로 변경했다. 이 때문에 영업수익이 많은 은행권은 금융투자업계에 비해 분담금 부담이 줄었는데, 이를 놓고 한 가상자산업체 관계자는 "금융사 중에서 가장 규모가 크고 검사할 사항이 많을 은행권의 분담금 부담이 오히려 적어지는 기준 자체가 비합리적"이라고 지적했다.
가상자산업계의 정확한 분담금 요율은 내년 3월쯤에야 윤곽이 드러날 예정이다. 금감원은 감독 투입 인력과 가상자산업체 매출 추이를 고려해 요율을 확정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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