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드 FDA 승인으로 매출 본격화
혈액으로 암 진단 최초 승
대장암 미국 암 사망률 2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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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황숙혜 기자 = 피 한 방울로 암을 조기에 진단하는 꿈 같은 일이 현실에서 가능해졌다. 미국의 생명공학 업체 가던트 헬스(GH)가 사상 처음으로 이 같은 진단 키트를 개발, 미 식품의약청(FDA)의 승인을 받은 것.
나스닥 시장에서 거래되는 가던트 헬스의 주가는 2024년 초 이후 28.10% 상승, 같은 기간 9.68% 오른 나스닥 지수를 세 배 가까이 앞질렀다.
월가의 성장주 투자 아이콘으로 통하는 캐시 우드 ARK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 수장이 공격적인 매수에 나서는 등 시장 전문가들 사이에 강세론이 봇물을 이룬다.
액체 생검 분야에서 전세계 1위 기업으로 꼽히는 가던트 헬스가 지난 5월 미 식품의약청(FDA)의 승인을 받은 실드(Shield)는 혈액으로 대장암을 진단하는 검사 키트다.
대장에 암이 자라고 있거나 용종이 발생한 경우 여기에서 DNA 조각이 떨어져 나와 혈액으로 유입되는데 가던트 헬스의 '실드'는 이 DNA를 찾아내 암의 존재 여부를 가려낸다.
45세 이상 성인을 대상으로 대장암 1차 검진에 사용할 수 있도록 승인 받은 실드는 세계 최초의 혈액 기반 암 검사라는 점에서 세간의 관심을 끌고 있다.
주요 외신에 따르면 대장암은 미국에서 암 사망률 2위에 랭크됐다. 조기에 진단을 받지 못한 대장암 환자가 5000만명에 이른다는 데이터도 제시됐다. 대장암은 미국 남성 23명 가운데 1명, 여성 25명 가운데 1명 꼴로 발생하는 암이다.
실드 [사진=업체 제공] |
대장암의 경우 조기 진단을 받고 치료할 경우 5년 생존율이 91%에 이르지만 발견이 늦어질 경우 5년 생존율은 16%로 뚝 떨어진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2024년 대장암으로 인한 사망자가 5만3000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 조기 검진이 이뤄진다면 사망자 수를 상당폭 줄일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실드의 본격적인 출시로 대장암 검사가 활성화되는 한편 조기 진단이 늘어나면 사망률을 낮추는 데 커다란 효과를 거둘 것으로 외신들은 기대한다.
혈액을 채취한 가던트 헬스의 연구원 [사진=업체 제공] |
대장암 검사는 번거롭다는 이유로 기피 대상인데 피 한 방울로 진단이 가능해지면서 검사를 받는 이들이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임상계의 '네이처'로 통하는 의학 저널 '뉴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신'에 따르면 실드의 대장암 검출 민감도가 83%로 나타났고, 특이도는 90.3%로 집계됐다.
프레드 허치슨 캔서 센터의 윌리엄 그래디 박사는 CNN과 인터뷰에서 "기존의 검사 방법보다 훨씬 간단하게 암을 조기에 진단할 수 있게 됐다"며 "분변 검사나 내시경만큼 정확도를 보이는 실드가 검사를 기피하는 이들에게 새로운 선택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에 본사를 둔 가던트 헬스는 2012년 설립한 스타트업이다. 업체는 2014년 가던트360 유전자 검사 키트를 주요 병원의 종양 내과에 판매하기 시작했고, 2018년 메디케어(Medicare)의 보장 대상에 선정됐다.
두 팩의 혈액 샘플로 73가지 유전자 검사가 가능한 가던트360은 2019년까지 6000명의 종양 내과 의료진을 통해 50가지 암을 진단하는 데 사용됐다.
뿐만 아니라 50여개 생명공학 업체들이 신약 개발 목적으로 가던트360을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던트360은 해외에서도 도입됐다. 일본 후생노동성은 전이성 비소세포폐암을 진단하기 위한 검사법으로 가던트360을 승인했다.
이 밖에 업체는 바이오제약 리서치를 위한 검사 키트인 가던트옴니와 루나를 선보이는 등 진단 의학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업체의 시장 장악력과 기술력은 실적을 통해 확인된다. 2024년 1분기 어닝 서프라이즈를 연출한 데 이어 2분기에도 매출 호조를 보인 것.
가던트 헬스는 2분기 1억7720만달러의 매출액을 달성, 전년 동기에 비해 29%의 외형 성장을 이뤄냈다.
같은 기간 업체는 주당 0.48달러의 손실을 기록했다. 이는 시장 전망치인 0.57달러와 전년 동기 0.67달러보다 낮은 수치다.
가던트 헬스는 2024년 연간 매출액 전망치를 상향 조정했다. 올해 6억9000만~7억달러의 매출액을 달성, 지난해에 비해 22~24%의 성장을 이룰 수 있다는 자신감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지난 5월 미 식품의약청(FDA)의 승인을 받은 실드의 판매가 본격화되면서 가던트 헬스의 매출 성장과 수익성이 한층 강화될 것으로 기대한다.
실드는 이그잭트 사이언스(EXAS)가 개발한 콜로가드(Cologuard)와 경쟁을 벌일 전망이다. 콜로가드는 분변을 이용해 대장암과 직장암을 진단하는 키트다.
전미대장암위원회(NCCRT)는 대장암 진단율 80%를 목표로 하고 있는데 실제 진단율은 59%에 그치는 실정이다.
한편 전세계 액체 생검 시장 규모는 장기적으로 가파른 성장을 나타낼 전망이다. 바이오 스페이스에 따르면 2023년 시장 규모는 53억9000만달러로 파악됐고, 2034년 시장은 204억달러 규모로 확대되는 시나리오가 점쳐진다.
또 다른 조사 기관 마켓 앤드 마켓은 2024년 액체 생검 시장 규모가 매출액 기준으로 64억달러에 이를 전망이고, 2029년까지 연평균 11.9%의 성장을 나타낼 것이라고 내다봤다.
스트레스부터 환경 오염까지 다양한 원인으로 인해 암 환자가 늘어나는 가운데 진단 의학 시장도 몸집을 확대하고 있다.
가던트 헬스의 주가가 연초 이후 가파른 상승을 연출했지만 투자은행(IB) 업계가 비중 확대를 추천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액체 생검 분야에서 이미 강한 입지를 구축한 업체가 커다란 성장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는 평가다.
shhwa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