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만의 한·중 정상회담...미묘하게 달라진 언급
시진핑 "2년 동안 국제·지역 정세 많이 변화"
"한반도 긴장 불원...당사자 정치적 해결 희망"
국제정세 불확실성 증가에 '한국 끌어당기기'
[서울=뉴스핌] 유신모 외교전문기자 = 지난 15∼16일 페루 리마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기간에 국내적 관심이 집중된 이벤트는 윤석열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이었다.
한·중 정상이 2022년 11월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첫 회담을 가진 이후 2년 만에 만난 자리인 데다, 시기적으로 미국 도널트 트럼프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있는 상황이어서 이번 정상회담은 트럼프 2기 한·중 관계를 가늠해 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다.
[서울=뉴스핌] 윤석열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각) 페루 리마 시내 한 호텔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계기 한-중 정상회담에 앞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2024.11.16 photo@newspim.com |
지난 15일 한·중 정상회담에서 시 주석은 "2년 전 발리에서 열린 회담 이후 국제적, 지역적 정세가 많은 변화를 겪었다"고 지적했다. 실제 회담에서 북한, 한반도 문제, 미국과의 관계 등에 대한 시 주석의 발언도 2년 전과는 약간 달랐다.
시 주석은 북한의 도발과 북·러 군사협력 심화에 대해 중국이 건설적인 역할을 해달라는 윤 대통령의 요청에 "중국은 역내 정세의 완화를 희망하고 한반도의 긴장을 원하지 않는다"면서 "당사자들이 정치적 해결을 모색하기 위해 대화와 협상을 통해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해 나가기를 희망한다"고 답했다.
2년 전 발리에서 시 주석이 "한국이 남북관계를 적극적으로 개선해 나가기를 희망한다"며 한반도 긴장 완화를 위해 한국이 스스로 역할을 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과는 차이가 있다. 시 주석은 당시 윤석열 정부가 새로 마련한 대북정책인 이른바 '담대한 구상'에 대해서도 "북한이 호응해 온다면 적극 지지할 것"이라며 조건을 달아 유보적으로 답을 했었다.
2년 전 시 주석의 이 같은 발언은 한반도 문제와 북핵 문제에 중국이 일정한 역할을 해야 한다는 한국의 요청을 거부한 것으로 해석됐다. 하지만 이번에는 '북한을 포함한 당사자'들이 평화적으로 해결해 나가야 한다고 말함으로써 미묘하게 달라진 입장을 보였다.
한·중 관계에 대한 언급도 달라졌다. 중국 외교부는 이번 정상회담 결과 자료에서 시 주석이 "국제 자유무역 체제를 수호하고 글로벌 및 지역 산업 연계망의 안정과 원활함을 유지하며 우호를 증진하는 활동을 더욱 추진하고 여론계, 학계, 지방정부, 특히 젊은이들이 교류를 강화하도록 협력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소개했다. 이 역시 2년 전 발리에서 '진정한 다자주의'를 언급하면서 한국이 미·중 전략경쟁에서 미국 편으로 기우는 것을 강하게 경계한 것과는 확연한 온도 차이가 있다.
[서울=뉴스핌] 윤석열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각) 페루 리마 시내 한 호텔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계기 한-중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2024.11.16 photo@newspim.com |
시 주석은 또 최근 한국인 대한 무비자 입국을 허용한 것에 대해 한국도 중국인에 대해 같은 무비자 입국 조치를 취해줄 것을 희망하기도 했다. 중국 외교부는 시 주석이 "우리는 더 많은 한국인들이 중국에 오는 것을 환영하며, 한국 측이 중국인들이 한국에 갈 수 있도록 더 많은 촉진 조치를 도입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고 소개했다. 중국이 한국에 대해 선제적 조치를 취했으니 한국도 이에 호응해 양국 간 인적교류를 활성화하자는 의미다.
중국의 태도 변화는 트럼프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미·중, 한·미 관계를 포함한 '국제정세의 불확실성 증가'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또 북한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여하는 등 북·러 군사협력이 빠르게 심화되면서 역내 안보 상황과 중국의 전략적 입지에 부정적 영향이 올 것을 경계하는 의미도 담긴 것으로 볼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미국이 더욱 공세적인 대중국 정책을 취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이어서 한·미·일 협력 강화로 일관하던 한국과 일본을 중국 쪽으로 끌어당겨 기존 구도에 변화를 주려는 의도인 것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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