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 지난 26일 노동약자지원법 입법 추진을 위한 국민보고회
한동훈 대표 "미조직 노동자 노동약자 규정…보호법 당론 발의"
노동계 반발 "근로자 아니라는 점 전제…노동자성 인정이 먼저"
[세종=뉴스핌] 정성훈 기자 = 정부와 여당이 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 보호를 위한 '노동약자지원법(기댈언덕법) 입법을 추진하자 노동계는 '사용자 책임 삭제법'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노동계는 해당 입법안이 비임금노동자의 '노동자성'을 따지지 않아 근로자가 아니라는 점을 전제한다고 주장한다. 대신 '근로기준법'을 개정해 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에 대해서도 근로기준법을 적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 정부·여당, 노동약자지원법 입법 추진…특수고용·플랫폼 종사자 '노동 약자' 규정
28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정부·여당은 지난 26일 '노동약자지원법' 입법 추진을 위한 국민보고회를 개최했다.
이날 보고회에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특수고용·플랫폼 종사자, 5인 미만 사업장 근로자 등 노동조합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사람들을 '노동 약자'로 규정하고, 국가 주도로 이들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는 노동약자지원법을 당론으로 발의한다"고 발표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사진=뉴스핌 DB] |
노동약자지원법은 프리랜서, 플랫폼 종사자, 특수형태근로종사자 등 노동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비임금근로자 지원 및 보호를 목적으로 한다. 표준계약서 제정·보급, 보수 미지급 예방, 분쟁조정위원회와 공제회 설치·지원 등이 담겨있다(아래 표 참고).
현재 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나 5인 미만 사업장 근로자들은 지불 능력이 없다는 이유로 근로기준법을 적용받지 않는다. 이를 감안해 정부는 '사용자 의무 이행' 중심인 근로기준법과 달리, 노동약자지원법에서 노동 약자 고충 해결을 위한 '국가의 역할 및 지원'을 강조하고 있다.
김기선 충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노동약자지원법은 국가 책무를 위해 필요한 법이라고 생각한다"면서 "다만 조금 아쉬운 점은 약자 보호하고 하면 누군가는 강자가 있는 건데 이 두 대를 대비시키는 방식이 과연 옳은지는 짚어봐야 할 대목"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김 교수는 "노동약자지원법에 담겨 있는 분쟁조정위, 공제회 설치 등 정부 지원 기능뿐만 아니라 앞으로 일하는 사람들의 경력형성 부분을 어떻게 지원해 줄 것인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할 것 같다"면서 "노동 제공자분들은 본인들의 경력을 입증할 방법이 없고, 사업주는 근로자가 아니라는 이름으로 취업 증명서 같은 걸 떼주지 않는다. 국가가 경력 관리를 해 줄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김문수 고용부 장관은 "법안에는 보수 미지급 예방, 분쟁조정 지원, 공제회 활성화, 경력 관리, 표준계약서 확산 등이 담겨 있다"면서 "법 제정 이전이라도 예산사업을 확대·개편할 것"이라고 밝혔다.
◆ 노동계, 근로기준법 확대 주장 "다양한 고용형태 종사자에 보편적 노동인권 보장"
다만 노동계는 정부여당이 추진하는 노동약자보호법이 '사용자 책임 삭제법'이라며 반발한다. 해당 입법안이 비임금노동자의 '노동자성'을 따지지 않아 근로자가 아니라는 점을 전제로 한다는 주장이다.
즉 정부여당과 노동계가 간극을 보이는 주요 쟁점은 특수고용·플랫폼 종사자 등 비임금노동자의 노동자성 여부다. 비임금노동자를 위한 별도 지원이 필요하다는 정부여당의 주장과 이들에 대한 노동자성 인정이 먼저라는 노동계 입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는 것이다.
대신 노동계는 근로기준법을 확대 적용해 근로기준법의 보호 대상을 넓혀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러면서 다양한 고용형태 종사자들에게 보편적 노동인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국노총은 논평에서 "정부는 노동약자지원법이 아닌 근로기준법의 보호 대상을 넓히고, 기존 노동관계법의 사각지대에 방치된 다양한 고용형태 종사자들에게 보편적 노동인권을 보장하는 입법조치를 강구하라"고 촉구했다.
실제 근로기준법 적용 대상과 아닌 경우 임금, 복지 등에서 많은 차이를 보인다. 근로기준법 적용을 받지 못하는 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 5인 미만 사업장 근로자의 경우 야간, 휴일수당 및 연차수당이 적용되지 않는다. 또한 근로기준법상 해고제한, 해고서면통지, 부당해고구제신청, 휴업수당, 법정근로시간 상한규정도 적용 제외된다.
정부여당의 입법 활동에 야당 역시 시큰둥한 분위기다. 더불어민주당은 사용자가 특고·플랫폼 종사자를 근로자 수준으로 보호하도록 강제하는 '일하는 사람 기본법'을 추진 중이다. 일하는 사람 기본법 추진은 민주당의 대선 노동공약 1호이기도 하다. 지난 6월 김주영 민주당 의원이 당론으로 추진 중인 일하는 사람 기본법을 대표발의한 바 있으며, 같은 당 장철민 의원도 유사한 내용의 기본법을 지난 7월 대표발의했다.
노동약자지원법과 일하는 사람 기본법은 '노동약자 보호'라는 취지에 공감한다. 다만 일하는 사람 기본법은 근로기준법과 상당 부분 닮아있다. 우선 근로자 보호조치로 노무계약 체결·교부 의무를 부여하고, 사용자의 일방 해지와 변경 모두 금지했다. 또한 1년 이상 일하는 사람의 휴식일을 15일 이상 보장하고, 임산부 보호조치와 성희롱·괴롭힘 예방과 금지조항도 넣었다.
김 교수는 "노동약자지원법은 주로 근로자에 대해 국가가 지원해야 할 역할과 관련한 내용을 주로 담고 있고, 일하는 사람 기본법은 근로기준법 만큼은 아니더라도 사업주의 의무를 부과하는 것이라서 조금 더 논쟁적인 요소가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기본법은 아무래도 사업주에게 부담을 주게 된다"면서 "대표적인 게 근로계약서가 아닌 노무 제공 계약서를 작성하는데, 만약 미작성 시에 근로기준법하고 똑같이 형사 처벌할 것인지 이런 문제들이 제기될 수밖에 없고 논쟁의 소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js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