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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고흐·마티스 작업실에 초대받은 남경민,환상같은 미궁을 그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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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장의 작업실 시리즈로 유명한 화가 남경민, 청담동 갤러리라루나에서 작품전
-'초대받은 N:내면의 풍경으로'전,25년 1월25일까지‥온라인 VR전시도 눈길

[서울=뉴스핌]이영란 편집위원/미술전문기자=여기 반 고흐, 마티스의 작업실로 초대받은 작가가 있다. 바로 한국의 화가 남경민(Nam,Kyung Min)이다.

남경민은 세계 미술사에서 독자적인 회화세계를 열어젖힌 거장의 작업실을 자신의 그림 속에 끌어들여 하나로 융합하고, 투영시킨다. 선배 화가들의 공간과 풍경, 그리고 그 속에 숨쉬었을 인간의 영혼을 한 화면에 솜씨좋게 병치시키거나 변주해온 그가 개인전을 열고 있다.

[서울=뉴스핌]이영란 미술전문기자=남경민 '사유의 풍경을 거닐다' 2024, Oil on linen, 110x162cm. [이미지제공=갤러리 라루나] 2024.12.16 art29@newspim.com

남경민은 서울 청담동의 갤러리 라루나(대표 김정은)에서 '초대받은 N:내면의 풍경으로'라는 타이틀로 작품전을 열고 있다. 이번 전시에 작가는 최근 제작한 신작과 근작, 그리고 대표작 등 총 22점으로 갤러리 라루나의 4개층을 채웠다. 갤러리 라루나는 인천국제공항 등을 설계한 글로벌 건축기업 희림종합건축사사무소가 운영하는 현대미술 전시관이다. 루나(Luna)는 '달'을 뜻하는 용어로, 희림의 심볼이기도 하다.

남경민은 반 고흐, 피카소, 세잔, 호크니 등 전지구인이 흠모하는 아티스트들의 작업실을 그렸다. 비단 서양 예술가 뿐만이 아니다. 단원 김홍도, 신사임당, 표암 강세황 등 조선시대 거장들의 작업실도 화폭 속으로 불러들이고 있다.

이같은 작업을 위해 남경민은 작가들의 작업실과 관련한 자료들을 꾸준히 수집해왔다. 거장들이 남긴 작품 속 공간을 탐구하고, 이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차용하거나 재구성해 거장의 작업실과 작가 자신이 만든 상징공간을 하나의 층위로 오버랩시킨다. 그런데 그 포개짐은 너무나 유려하고 매끄러워 관객은 거장의 작업실과 작가의 관념적 공간을 구분하기 어렵다. 마치 씨줄, 날줄처럼 색색의 서로 다른 실이 교차하며 하나의 아름다운 직물처럼 직조된 듯하다.

이처럼 창작의 산실이라 할 수 있는 작가들의 작업실은 남경민의 남다른 상상력을 통해 새롭게 재탄생한다. 거울에 비친 실내, 창문 너머의 정원, 그리고 작품 속에 걸린 거장의 크고 작은 작품들을 통해 그의 화폭은 무한히 확장한다. 그리곤 마침내 회화적 미궁 속으로 스르륵 빠져든다.

[서울=뉴스핌]이영란 편집위원/미술전문기자=남경민, 마티스의 여인들, 초대받은 N. 2024.캔버스에 오일. 97x130cm [이미지제공=갤러리 라루나] 2024.12.16 art29@newspim.com

남경민의 화폭에 등장하는 서로 다른 풍경과 거울 속에 투영된 실내는 시공간을 넘나들며 초현실적인 풍경을 만든다. 그가 재구성한 실내풍경에는 영혼의 흐름을 상징하는 나비와 시간의 유한함을 은유하는 해골과 모래시계, 그리고 작가 자신을 상징하는 유리병 속 날개 등이 마치 '숨은 그림 찾기'처럼 무시로 등장한다. 

그가 이번 전시를 위해 처음 공개하는 신작 '마티스의 여인들, 초대받은 N'(2024)을 보자. 차분한 우드톤의 실내 중앙에는 마티스의 대표작의 하나인 '연주하는 여인들'이 걸려 있다. 그 앞으로 흰 테이블보가 깔린 식탁이 보인다. 어두운 실내와는 대조적으로, 유리창을 통해 들어오는 밝은 빛은 벽면과 식탁에 강렬한 콘트라스트를 조성한다.

이 작품에서 남경민은 기존의 밝고 화려한 색감 대신, 묵직하고 고즈넉한 색감을 택했다. 공간에도 간단한 오브제먼울 배치해 과거보다 한결 정돈된 면모를 보여준다. '선택과 집중'을 통해 보다 깊어진 화폭 속에 오로지 강한 빛이 어둠의 적막을 깨고, 거장의 존재를 오롯이 알리고 있다. 식탁 위 촛대 위로 피어오르는 연기는 마티스를, 그리고 공간 곳곳에 차분히 내려앉은 나비는 마티스와 관객을 이어주는 메신저이자, 초대받은 작가 자신(N)을 은유한다.

[서울=뉴스핌]이영란 미술전문기자=남경민 '고흐의 아를르 침실'. 2024. 린넨에 오일. 97x130cm [이미지제공=갤러리 라루나] 2024.12.25 art29@newspim.com

'고흐의 아를르 침실'(2024)은 반 고흐의 원작 '아를르의 침실'을 새롭게 재구성한 작품이다. 반 고흐는 동료인 고갱과 함께 창작생활을 하기 위해 남불 아를르에 작은 방을 마련하고, 그 공간을 그렸다. 이 작품을 오마주하며 남경민은 2007년 처음 동명의 그림을 선보였는데, 이번에 다시 '아를르의 침실'에 재도전했다.

예술적 동지인 고갱과의 만남을 기대하며 설레이는 마음을 반 고흐는 두개의 의자와 두개의 베개로 표현했다. 하지만 창밖으로 펼쳐진 쓸쓸한 겨울풍경은 고갱과의 불화로 인한 절망, 귀를 자르며 절규하는 슬픔을 예고한다. 그런데 남경민은 거장의 고통과 상실감을 이번에는 고요로운 실내풍경으로 차분히 어루만지고 있다. 비록 작품 속에 인물은 등장하지 않지만 남경민의 화폭은 외로운 영혼이 맴도는 듯 미묘한 공기로 가득차 있다. 

천장에서 내려오는 햇빛과 식탁 위 활짝 핀 해바라기가 있는 '고흐의 방 4'(2024)는 이번 출품작 중 남경민의 가장 달라진 면모를 보여주는 그림이다. 고흐의 방은 남경민이 '화가의 작업실' 시리즈를 시작하면서 가장 먼저 그린 그림이다. 이번에 네 번째의 '고흐의 방'은 종전 작품보다 어둡고, 심심할 정도로 간결하다. 많은 것을 덜어내면서 화폭에는 오히려 참신함과 긴장감이 감돈다.

검은 문 틈 사이로 보이는 내밀한 실내를 단순하게 그린 이 작품은 반 고흐의 영혼과 남경민의 영혼이 시공을 초월해 만나는 작품이다. 식탁과 벽장만 있는 텅 빈 작업실은 반 고흐의 아를르에서의 격렬한 투혼을 은유한다. 반 고흐는 아를르에서 생애 중 가장 많은 작품을 폭발하듯 그려내며 불꽃같은 시기를 구가했다.

식탁 모서리에 놓인 잘려진 날개는 '이루지 못한 이상'을 은유한다. 낡은 블루셔츠 한 점만이 쓸쓸하게 걸린 외로운 실내에서 흐드러지게 핀 해바라기는 반 고흐의 눈부셨던 예술혼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생전에 조명받지 못한채 외롭게 절규하며 생을 마감한 선배에게 헌정하는, 남경민의 간절하고 경건한 오마주적 작품이다.

[서울=뉴스핌]이영란 미술전문기자=남경민 '반 고흐의 방 4'. 2024. 린넨에 오일. 117x 91cm [이미지 제공=갤러리 라루나] 2024.12.16 art29@newspim.com

'세 개의 풍경:내면의 풍경을 거닐다'(2024)는 출품작 중 조금 궤를 달리 하는 작품이다. 창착작업을 하며 희열감과 고통을 수시로 넘나드는 작가의 내면세계가 응축된 신작이다. 오른쪽 실내공간에는 천국과 지옥을 그린 작품이 나란히 걸려있다. 창밖으로부터는 부드러운 빛이 깊숙히 들어온다. 통창 밖 녹색의 정원과 나무들이 싱그럽고 온화하다. 창문 너머로는 작은 건물이 보이고, 건물 안에 포개지듯 또다른 정원풍경이 그려져 있다. 작가는 창작자인 자신에게 늘 무한한 영감을 주는 자연에 대한 깊은 경외심을 이번 그림을 통해 드러내고 있다.

남경민은 시원한 수영장 풍경도 그렸다. '사유의 풍경을 거닐다'(2024)에서 작가는 수영장이 있는 정원의 밤풍경에 도전했다. 밤 산책이라도 나온 걸까? 남경민은 스스로에게 각별히 소중한 시간인 밤의 호젓함을 즐기면서, 평화로운 밤 정원에서 내면을 깊이 돌아보며 자신만의 온전한 유토피아를 느낀다. 그 소중한 시간을 축복이라도 하듯 하이얀 나비들이 은하수처럼 쏟아지며 하늘을 유영하고 있다. 절대고독의 시간을 오히려 감사히 받아들이는 작가의 충만한 내면이 한편의 판타지 영화처럼 표현된 작품이다. 

[서울=뉴스핌]이영란 미술전문기자=남경민 '세 개의 풍경, 내면의 풍경을 거닐다'. 2024. 린넨에 오일 112x145cm [이미지 제공=갤러리 라루나] 2024.12.16 art29@newspim.com

남경민은 "대학원 졸업 후 작가로서 창작생활을 25년간 지속해오며 예술가의 삶이 녹록치 않음을 여러 번 절감했다. 작업이 잘 될 때는 천국이지만 뜻한대로 안 될 때는 지옥 그 자체다. 하루에도 몇 번씩 천국과 지옥을 오가는 셈인데 어찌 작가만 그러겠는가"라며 "근래에 완성한 '세 개의 풍경:사유의 풍경을 거닐다'는 자연과 실내 풍경이 이어지는 작품으로, 화가 보스의 지옥그림과 내면의 천국을 상징하는 천사그림을 나란히 병치시켰다. 매일 매일 천국과 지옥를 오가는 예술가인 나의 내면풍경을 진솔하면서도 유기적으로 표현하고 싶었다"라고 했다.

한편 갤러리 라루나의 남경민 작품전은 청담동 갤러리에서의 오프라인 전시 외에도, 웹사이트의 온라인 가상전시도 볼만 하다. 라루나의 메타버스 전시는 희림이 갈고닦은 최고 수준의 VR 테크놀로지를 기반으로 컨텐츠가 제작돼 실제 전시장에서 작품을 감상하는 것 이상의 몰입감을 선사한다.

관람객은 스마트폰, 노트북 등을 통해 언제 어디서든 전시에 접속할 수 있고, VR 전시관 내에서 도슨트의 해설을 따라가며 업로드된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또한 관람객이 작품을 자신의 공간에 배치해보는 기능도 있어 인터렉티브한 예술체험도 가능하다. 갤러리 라루나의 온라인 전시관은 한국 미술가의 역량을 세계에 널리 알리는 'K아트 플랫폼' 역할도 하고 있다.

이번 남경민 작가 개인전의 VR 전시관은 작품에 등장하는 '정원'을 모티브로 설계돼, 총 5개의 전시실과 1개의 미디어실을 돌아보도록 짜여졌다. 작가 특유의 섬세하고 환상적인 예술세계가 가상전시에서도 밀도있게 구현돼 흥미를 더한다.

◆작가 남경민은?=덕성여자대학교와 대학원에서 서양화를 전공했고. 2006년 송은미술대상전에서 우수상을 수상했다. 1999년 첫 개인전을 시작으로 2005년 갤러리현대, 2006년 이화익갤러리, 2010년 갤러리현대, 2014년 사비나미술관에서 개인전을 가졌다. 남경민의 작품은 현재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서울동부지방법원 신청사, 아모레퍼시픽미술관, BMW그룹, 송은문화재단, 영은미술관 등에 소장돼 있다. 전시는 2025년 1월25일까지. 무료관람.

art29@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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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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