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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미술계 결산]미술시장 침체에도 서울 '아시아 아트허브'로 도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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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현대미술 세계로 뻗어가,유망작가에 러브콜
3회차 '프리즈'에 광주·부산비엔날레 겹쳐 활기
세계 미술전문가 집결,반면에 경매시장은 싸늘

[서울=뉴스핌] 이영란 편집위원/미술전문기자=2024년 우리 미술계는 올해로 3년차에 접어든 '프리즈서울'(9월4~7일) 여파로 여름부터 가을까지 온나라가 미술로 들썩였다. 특히 세계가 주목하는 국제미술제인 광주비엔날레가 금년들어 30주년을 맞은 가운데 프리즈와 같은 시기에 개막해 시너지효과를 창출했다.

또 부산비엔날레도 엇비슷한 시기에 막을 올렸고, 전국의 주요 미술관들도 야심찬 기획전을 선보여 미술열기를 달아오르게 했다.

[서울=뉴스핌] 2024년 9월4일 서울 코엑스에서 개막한 '프리즈서울 2024'에 참가한 영국 화이트큐브의 부스. 올해 프리즈서울은 작년 보다 참가화랑이 10개가 줄어 전세계에서 110개 화랑이 부스를 차렸다. 출품작은 수십억 원대 고가 블루칩 보다는, 판매가능한 작품들이 주를 이뤄 1,2회에 비해 다소 달라진 면모를 보였다. [사진= 이영란 미술전문기자] 2024.12.25 art29@newspim.com

▲유망 작가, 세계무대 진출 가속화

이처럼 매머드한 미술이벤트가 한꺼번에 막을 올리고, K아트에 대한 관심이 증대되며 글로벌 주요 미술관의 관장과 큐레이터, 아트컬렉터, 프레스 등 미술관계자들이 대거 내한했다. 이에 세계 미술계의 이목이 한국으로 집중된 한 해였다. 고무적인 것은 한국을 찾은 미술전문가들이 한국 미술가들의 작업에 큰 관심을 기울였다는 점이다.

그 결과 독창성을 갖춘 유망한 한국 미술가들의 세계 진출이 더욱 확산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올가을 이미래와 양혜규는 영국 굴지의 미술관인 테이트모던과 헤이워드갤러리에서 각각 개인전을 가졌고, 이불은 뉴욕 메트로폴리탄미술관(MET) 파사드에 4점의 대형 작품을 설치하며 미국 미술계에 이름을 각인시켰다. 내년에는 서도호 작가가 테이트모던에서 솔로쇼를 여는 등 더 많은 한국 미술가가 국제 무대에 진출할 예정이다. 

[서울=뉴스핌] 올해로 30주년을 맞아 9월 개막한 제15회 광주비엔날레. 유럽의 스타 큐레이터 니콜라 부리오가 예술감독을 맡아 '판소리, 모두의 울림'이라는 타이틀로 12월1일까지 열렸다. 2024년에는 부산비엔날레, 창원조각비엔날레, 제주비엔날레(~2025년 2월16일)도 개최됐다. [사진=이영란 미술전문기자] 2024.12.25 art29@newspim.com

또한 2024년 한국 현대미술은 베니스비엔날레에서 특별전, 공식병행전 등을 그 어느 때보다 활발히 개최한 해였다. 국내 톱 갤러리들의 주도로 유영국(PKM갤러리), 이배(조현화랑), 이성자·신성희·이승택(이상 갤러리현대) 등의 작품전이 특별전 형식으로 열리는 등 베니스에서 한국현대미술 전시가 총 10건에 이를 정도로 러시를 이뤘다.

이는 전세계가 주목하는 최고의 현대미술제인 베니스에서 한국 미술의 우수성을 널리 알린다는 취지에서 비롯된 현상이다. 하지만 일부 부실한 프로젝트도 포함돼 보다 면밀한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서울=뉴스핌]미국을 대표하는 톱 갤러리인 페이스갤러리의 마크 글림처 회장. 마크 글림처는 부친인 아니 글림처(1960년 뉴욕서 페이스갤러리 창업)와 함께 올가을 한국을 찾아, 3년째 참가 중인 프리즈서울을 둘러보고, 서울점에서의 특별한 전시를 진두지휘했다. 페이스갤러리는 이태원의 서울점에서 마크 로스코x이우환 2인전과 왕광러 개인전을 장외전시로 선보이며 많은 미술애호가를 끌어들였다. [사진=이영란 미술전문기자] 2024.12.25 art29@newspim.com

▲미술을 경험하고 즐기는 '아트슈머' 등장    

한편 프리즈서울과 키아프서울은 미술의 대중화와 생활화를 앞당기기도 했다. 미술품 수집가를 뜻하는 아트컬렉터와는 다른 '아트슈머'(예술소비자)라는 신조어가 생겨날 정도로 미술을 일상에서 즐기는 이들이 크게 는 한 해였다. 즉 아트컬렉터들이 예술품을 투자와 감상의 맥락에서 접근하는 것과는 달리, 아트슈머는 일상에서 '경험'하는 대상으로 미술을 바라보는 것이 특징이다. 이로써 MZ세대를 비롯해 젊은 층을 중심으로 새로운 미술애호가들이 부쩍 증가한 2024년이었다.

[서울=뉴스핌] 프리즈서울, 키아프서울과 발맞춰 같은 기간에 서울 청담동의 송은이 막을 올린 '피노 컬렉션' 전시 전경. '컬렉션 초상화:피노 컬렉션에서 엄선된 작품들'이란 타이틀로 세계적인 아트컬렉터이자 크리스티 경매의 소유주인 프랑수아 피노(케링그룹 명예회장)의 컬렉션 1만여점 중 60점을 선보인 이 기획전은 2024프리즈서울의 장외전시 중 가장 돋보이는 전시 중 하나였다. [사진= 이영란 미술전문기자] 2024.12.25 art29@newspim.com

올해는 정부까지 나서서 세계적인 미술장터인 프리즈서울 기간을 '대한민국 미술축제'로 선포하며 미술 열기 확산에 팔을 걷어부쳤다. '상업적 이익 추구'가 최대 목표인 노련한 서구 아트페어 기업에 우리 정부가 공적 기금까지 쏟아부으며 측면 지원한 것에 대해 일각에선 비판도 제기됐다. 하지만 '키아프리즈'를 통해 한국 현대미술이 세계로 도약하는 계기를 만들고, 서울이 '아시아의 아트허브'로 발돋움할 수 있다면 '보다 큰 그림을 그리며 힘을 집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더 큰 한해였다.

미술애호가와 아트슈머들을 올들어 더욱 들뜨게 한 것은 프리즈서울 기간 중 '장외 전시'와 색다른 아트파티 등이 어느 해보다 화려하고 풍성했다는 점이다. 2024년 '키아프리즈' 기간에 세계 정상의 아티스트인 니콜라스 파티(호암미술관)와 뉴욕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한국계 작가 아니카 이(리움미술관)를 필두로 △엘름그린&드라그셋(아모레퍼시픽미술관) △피노컬렉션(송은) △마르쿠스 뤼페르츠(대전 헤레디움) △접속하는 몸:아시아 여성미술가들(국립현대미술관) △서도호(아트선재센터)전 등이 열렸다.

[서울=뉴스핌] 한국을 대표하는 리딩 갤러리인 국제갤러리는 올해 프리즈서울 기간 중 함경아 작가와 마이클주 작가의 개인전을 비중있게 선보였다. 사진은 '유령 그리고 지도'라는 제목으로 국제갤러리에서 개인전을 가진 작가 함경아. [사진=이영란 미술전문기자] 2024.12.25 art29@newspim.com

또한 갤러리 전시도 볼만 했다. △마크 로스코x이우환(페이스갤러리) △데릭 애덤스(가고시안) △가브리엘 오조르코(화이트큐브) △션 스컬리X바젤리츠(타데우스 로팍) △제이슨 보이드 킨셀라(페로탕) △레픽 아나돌(푸투라 서울) △나리 워드(리만머핀) △존배(갤러리현대), △함경아x마이클주(국제) △유영국(PKM) 등 주요 작가들의 전시가 봇물 터지듯 이어졌다.

▲서울, 아시아 아트허브로 발돋움

지난 2022년 프리즈서울의 상륙 이후 올들어 키아프(한국국제아트페어)는 양적 질적으로 크게 성장했다. 이로써 서울이 '아시아의 아트허브'로 발돋움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 한 해였다. 물론 매년 3월에 열리는 아트바젤 홍콩이 아직은 아시아의 아트페어로는 최고의 매출과 최고의 경쟁력을 갖춘, 명실상부 인터내셔널한 아트페어인 것은 분명하다. 중화권 슈퍼리치 등 최상위 미술품 수집가들을 고객으로 10년 넘게 확보하며 위용을 떨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서울과 한국의 강점은 현대미술을 선보이는 미술관과 아트센터, 화랑 등 미술인프라가 홍콩에 비해 훨씬 풍부하게 다져져 있다는 점이다. 올들어 서울과 수도권에는 괄목할만한 비영리 미술공간과 아트센터가 속속 문을 열어 인프라적 측면에서는 아시아 최강임을 다지게 했다. 또 역량있는 현대미술 작가들을 아시아에서 가장 폭넓고, 탄탄하게 보유하고 있는 것도 장점이 아닐 수 없다.

따라서 현대미술 프로젝트와 유통만 놓고 볼 때는 서울이 일본 도쿄를 앞지르고 있어 수년 내로 아시아 최고의 아트허브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한국은 국제적 경쟁력과 시스템, 파워를 갖춘 현대미술 갤러리들의 활약이 두각을 보이고 있고, 나름대로 자기 색깔을 갖춘 중소 갤러리까지 가세하고 있어 가능성은 매우 큰 셈이다. 문제는 정치사회적 안정, 해외 거물급 컬렉터와의 유기적인 네트워킹 등이 선결과제로 해결되어야 이룰 수 있는 목표다. 최고가 작품에 지갑을 척척 열 수 있는 아시아 최고의 슈퍼컬렉터들을 고정적으로 확보해 든든한 버팀목을 마련하는 것이 가장 관건인 셈이다. 

[서울=뉴스핌] 서울 용산의 아모레퍼시픽미술관(관장 전승창)이 프리즈서울 개막에 맞춰 포문을 연 엘름그린&드라그셋의 전시 '스페이스'에 몰린 한국의 기자들. 이 아티스트 듀오는 아모레퍼시픽미술관에 수영장, 주택, 식당 등을 실제처럼 절묘하게 조성하고, 현대 사회의 공간과 인간의 관계를 다각도로 비틀고 탐구한 작업을 선보여 큰 호응을 이끌어냈다. [사진= 이영란 미술전문기자] 2024.12.25 art29@newspim.com

이른바 강소 갤러리로 불리는 젊은 갤러리 중에는 뛰어난 기획력과 국제감각, 작품 선구안및 추진력으로 올해 확실한 성과를 거둔 곳이 여러 곳이다. 금년에 이들 강소 갤러리 또한 고환율과 경기침체로 어려운 한 해를 보낸 건 마찬가지다. 하지만 새로 진입한 젊은 컬렉터들의 호응을 받으며 미래 가능성을 확실히 보여주었다. 이들은 특히 해외 아트페어와 해외 옥션에서 기대이상의 성과를 거두며 내년을 기약하게 했다. 

▲경매시장, 5년내 최저 낙찰액, 최저 낙찰률 기록

그러나 문제도 없지 않다. 심각한 미술경기 침체와 고환율의 장기화는 서울이 아시아 아트허브로 발돋움하는데 걸림돌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 미술시장은 전반적으로 침체 국면이고, 특히 경매시장은 일년 내내 찬바람이 불며 불황에 허덕였다. 

사단법인 한국미술시가감정협회(이사장 김영석)가 발표한 '2024년 국내 미술품 경매시장의 연말 결산'(서울옥션, 케이옥션 등 국내 경매사 10곳)에 따르면 올해 미술품 경매 낙찰총액은 약 1151억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2023년 약 1535억원 △2022년 약 2360억원 △2021년 약 3294억원 △2020년 약 1153억원에 비해 지난 5년 내 최저 수준이다.

낙찰 총액뿐 아니라 출품작, 낙찰작, 낙찰률, 개인 낙찰총액 등 모든 부문에서 5년 내 최저치를 기록해 심한 불황임을 드러냈다. 김영석 이사장은 "올해 미술시장은 사회 전반의 총체적인 경기 둔화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았다"면서 "적어도 내년까지는 미술시장 경기회복 전망이 그리 밝지 못하다"고 진단했다.

[서울=뉴스핌] 2024년 9월 신세계가 서울 신세계갤러리 청담에서 프리즈서울 개막에 맞춰 선보인 스털링 루비(52)의 개인전. '먼지 덮인 계단 위 쉬고 있는 정원사'라는 부제로 스털링 루비의 미공개 신작(회화 콜라주 조각 설치미술 등) 60여점이 나왔다. [사진= 이영란 미술전문기자] 2024.12.25 art29@newspim.com

한편 미술계의 오랜 요구사항이었던 미술진흥법이 7월부터 시행됐다. 문화체육관광부는 5년마다 기본계획, 중장기 방향을 설정해 미술 생태계 전반을 진흥하는 정책을 추진하게 된다. 그간 물품관리법 시행령에 따라 관리된 국가기관 소유 정부미술품도 이 법에 따라 관리되고, 이를 위해 공공미술품 관리 전문기관인 '공공미술은행'이 설치된다. 이어 미술서비스업 신고제(2026년), 재판매보상 청구권(2027년)이 잇따라 시행될 예정이다. 이는 미술품 공정유통과 질서 조성을 위한 대책의 일환이다.

▲'그림 렌탈로 연8%수익' 유혹,1600억원대 '폰지사기' 

2024년도 국내 미술시장은 미술품 사기사건이 연달아 터지며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기도 했다. 미술품 투자거래업체 갤러리K의 '아트테크' 사기 행각은 가히 메가톤급이었다. 지난 9월부터 투자자의 고소와 경찰의 대대적인 수사로 윤곽이 드러났는데 피해액은 약 1600억원대로 파악됐다. 고객이 갤러리K를 통해 그림과 조각을 구입하면 이를 기업이나 사무실, 병의원 등에 렌트(대여)해 수익을 내고, 그 수익금을 고객에게 나눠준다는 사업모델이었다. 또 고객이 현금화를 원할 경우 구입한 작품을 원래 가격대로 재매입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갤러리K는 초기에는 수익금을 지급하는 듯했으나 실상은 대여실적이 미미하기 짝이 없어 적자가 눈덩이처럼 누적됐다. 결국 고객의 투자금을 다른 투자자를 유치하는데 쓰는 '돌려막기'로 자금을 유용한 것이 만천하에 드러났다. 고객이 구입한 그림도 실체는 없고, 디지털로 이미지만 제시했음이 밝혀지는 등 가공할만한 사기행각을 일삼으며 폰지사기(다단계 금융사기)를 했던 셈이다.

아트테크를 통해 '은행금리를 뛰어넘는 연 8%의 고수익을 보장한다'는 감언이설에 속아 퇴직금을 몽땅 밀어넣거나 전세금을 빼서 투자한 고객들이 속출했고, 고소 고발이 줄을 이었다. 또 청담동 모 화랑에서도 또다른 사기사건으로 피해자가 발생하는 등 가뜩이나 냉랭한 국내 미술품 시장을 더욱 움츠러들게 하는 사건이 이어진 2024년이었다.

게다가 수년 전부터 계속되어온 정상급 작가 이우환 화백의 가짜그림 파동 등 위작사건이 여전히 사그라들지 않고, 오히려 '가짜가 더 늘었다'는 입소문이 확산된 한 해였다. 이같은 위작논란은 국내 미술시장의 신뢰를 떨어뜨리고, 거래를 더욱 위축시켰다. 이런저런 악재들로 인해 메이저 화랑과 일부 강소화랑을 제외한 대다수 화랑들은 '전시를 열어도 고객이 찾지 않는다. 위작논란에 그림값까지 자꾸 떨어지니 누가 발길을 주겠나. 개점휴업 상태다'며 불황을 호소했다. 영세화랑 중에는 심한 불경기를 이겨내지 못하고 폐점하는 곳도 생겨나고 있다.

이밖에 '적은 돈으로 피카소, 앤디 워홀 같은 유명작가 작품을 살 수 있다'는 선전문구를 내걸었던 미술품 조각투자도 올들어 '3년 보유했으나 원금이 반토막났다'는 등의 피해사례가 연달아 공개되면서 많은 문제점을 노정시켰다.

▲세계적 작가 리차드 세라, 빌 비올라 타계 

2024년에도 많은 미술인이 우리 곁을 떠났다. 한국화가 오태학·하태진, 서양화가 함섭, 조각가 백현옥, 서예가 권창륜이 타계했다. 해외에서는 거대한 철골조각으로 유명한 리처드 세라와 비디오 아트의 거장 빌 비올라, 미국을 대표하는 추상미술가 프랭크 스텔라가 유명을 달리했다.

한편 전문가들은 2025년 우리 미술계가 올해 보다 더욱 어려운 해가 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무엇 보다 큰 걸림돌은 고환율과 한국의 정치사회적 불안정이다. 특히 달러및 유로화의 고공행진으로 해외 미술품을 들여와 유통시켜온 국내 주요 화랑들은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작품가 폭등및 운임, 보험료 상승으로 큰 압박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좁은 국내시장을 벗어나 해외 아트페어에 참가해 한국현대미술의 우수성을 알리고, 매출도 올려왔던 화랑들에게는 고환율이 넘기 힘든 허들인 셈이다. K-아트에 대한 전세계적인 관심과 호응은 어느 때 보다 뜨거운데 여러 악재가 도사리고 있어 안타까움을 주고 있다. 따라서 정교하고도 획기적인 체질개선과 구조조정, 끈질긴 인내와 명민한 투자가 요구되는 한 해가 될 듯하다.     

art29@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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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인가 '조선'인가 호칭 논쟁 [서울=뉴스핌] 김현구 기자 = 최슬아 숭실대 교수는 29일 "북한이라는 호명이 상대방을 한반도의 일부처럼 위치시킨다면 조선이라는 호명은 하나의 독립된 행위자로 인정하는 방향으로 작동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최 교수는 "북한을 인정해야 된다는 주장은 어떤 온정적인 제안이 아니라 상대를 인정함으로써 불안을 낮추고 관계를 보다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굉장히 중요한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정치학회(회장 윤종빈)는 이날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평화 공존을 위한 이름 부르기:북한인가 조선인가' 주제로 특별학술회의를 열었다. 통일부는 관련 논의를 공론화한다는 취지에서 이번 학술회의를 후원했다. 사회를 맡은 권만학 경희대 명예교수는 "호칭은 기본적으로 식별 기능을 갖지만 정치적 호칭이 되는 순간 이데올로기를 담게 된다"고 말했다. 권 교수는 "북한은 '대한민국'을 공식 명칭으로 부르며 남쪽을 외국으로 재정의했다"면서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북한' '북측'이라는 표현을 사용한다"며 토론 필요성을 강조했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지난 2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 들어서며 도어스태핑을 갖고 최근 북한 '핵시설' 발언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뉴스핌DB] ◆ 김성경 "호칭은 분단 산물…'조선' 관계 전환 출발점" 김성경 서강대 교수는 "북한이라는 호명은 비공식적·약칭적 표현이지만 분단 80년 동안 누적된 정치적 의미를 가진 것"이라면서 "북한을 계속 북한이라고 부르는 한 우리 안에 북한이 계속 갇힐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김 교수는 "학계에서는 (북한을) 조선, 북조선으로 부르는 경향이 좀 있었다"며 "남과 북의 국가 정체성이 이미 상당히 공고화돼 있는 현 상황에서 국가와 국가 사이의 관계 맺기를 본격적으로 시작할 수 있는 시기가 도래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 교수는 "북한을 계속 유지한다는 것이 평화공존이나 통일에 더 도움이 된다는 논리적 근거를 찾기 어렵다"면서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통일은 남북이 서로를 인정 존중하고 그 맥락 안에서 관계를 맺고 남북 주민이 통일을 선택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방안"이라고 제시했다. ◆ 권은민 "국호 사용, 국가 승인 아냐…정치가 먼저, 법은 따라간다" 권은민 김앤장법률사무소 변호사는 "북한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또는 'DPRK'라고 부른다고 해서 그것이 꼭 국가 승인이나 정부 승인을 구성하지는 않는다"면서 "국가 승인은 정치적 행위이고 국가 의사 표시다. 그렇게 부르더라도 국가 승인과는 무관하다라고 선언을 하면 정리가 되는 문제"라고 진단했다. 권 변호사는 "남북관계는 법률의 영역이라기보다는 정치의 영역에 가까운 것 같다"면서 "과거에도 정치가 큰 틀을 규정하고 법과 제도가 따라가는 변화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권 변호사는 "남북 기본합의서 제1조는 '상대방의 체제를 인정하고 존중한다'고 돼 있다"면서 "이름을 제대로 불러주는 것이 그 출발점"이라고 강조했다. 권 변호사는 "국호 사용은 상호 주권을 존중하는 취지의 기존 합의를 계승하는 것"이라면서 "당사자 표기는 상대방이 원하는 공식 국호를 불러주고 그것이 국가 승인은 아니다라는 것을 전제로 하면 된다"고 제언했다. [서울=뉴스핌] 이영종 통일북한전문기자 = 북한 국무위원장 김정은이 군수공업을 담당하는 제2경제위 산하 중요 군수공장을 방문했다고 관영 조선중앙통신이 12일 보도했다. 사진은 김정은이 이 공장에서 생산된 권총으로 사격하는 모습. [사진=북한매체 종합] 2026.03.12 yjlee@newspim.com ◆ 이동기 "독일도 경멸적 호칭 쓰다 공식 국호 전환…출발은 이름" 이동기 강원대 교수는 "서독은 동독을 경멸적 표현으로 불렀지만 긴장이 격화되면서 더 큰 평화 정치에 대한 구상이 폭발했다"면서 "국제 환경이 좋지 않을수록 평화 화해 논의가 공존에 대한 요구나 필요를 폭발할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이 교수는 "독일 정치권에서는 헤르베르트 베너 전독문제부(통일부) 장관이 가장 먼저 동독 공식 국호를 사용했다"며 "당시에는 언론의 융단 폭격을 받았지만 시간이 해결해줬다. 국제법적으로는 여전히 인정하지 않았지만 실질적으로는 국가로 승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원칙을 고수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인내만으로도 부족하다"면서 "결국 원칙 고수와 실용주의가 결합하는 모든 출발은 국호의 제대로 된 호명이고, 동시에 장기적으로는 근본 전환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 "호칭 변경, 굴복 아닌 공존 가능성 넓히는 정치적 전략" 패널 토론에서 전문가들은 조선 호명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제시했다. 김태경 성공회대 교수는 "젊은 세대에는 '둘의 우리'가 상식적으로 받아들여지는 시점"이라며 "우리가 조선을 일종의 주권 국가로서 인정하는 과정은 결국 우리에 대한 자기 인정과 그들에 대한 인정이 같이 결합되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김주희 국립부경대 교수는 "핵심은 인정과 통일 사이의 균형을 어떻게 접근할 것인가에 대한 부분"이라면서 "실질적으로 가는 데 있어서는 담론과 제도, 정치 차원에서의 접근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 교수는 "호칭을 바꾸는 것은 굴복이 아니라 적대를 줄이고 공존의 가능성을 넓히는 하나의 정치적 전략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hyun9@newspim.com 2026-04-29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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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알發 쇼크에 리츠업계 초긴장 [서울=뉴스핌] 정영희 기자 = 국내 1호 해외 부동산 공모 리츠인 제이알글로벌리츠가 자산 가치 하락과 유동성 위기를 견디지 못하고 결국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상장 리츠 가운데 사실상 첫 디폴트 사례가 발생하면서 시장에 적잖은 충격을 주고 있다. 다만 업계에서는 이번 사안을 개별 리츠의 리스크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며, 전체 시장으로 확산되는 시스템 리스크 가능성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정부는 관련 시장에 대한 긴급 점검에 착수하는 한편, 필요 시 유동성 지원과 함께 구조 개선을 병행하는 등 시장 안정화 대책을 추진할 방침이다. [AI 그래픽 생성=정영희 기자] ◆ 무너진 해외 부동산 가치…유동성 위기 예견됐나 30일 리츠업계에 따르면 제이알투자운용의 기업회생 절차 돌입으로 인해 투자자들의 긴장감이 시장 전반으로 확산하는 모양새다. 국내 대형 독립계 리츠 자산관리회사인 제이알투자운용이 2020년 국내 최초로 유가증권시장에 안착시킨 해외 부동산 공모 리츠다. 벨기에 브뤼셀 중심부에 위치한 파이낸스타워와 미국 뉴욕 맨해튼의 498세븐스애비뉴 등 대형 상업용 오피스 빌딩을 기초 자산으로 편입해 운용해 왔다. 그러나 금리 상승 등의 영향으로 벨기에 브뤼셀 파이낸스타워 가치가 떨어지면서, 단기사채 400억원을 상환하지 못해 지난 27일 서울회생법원에 회생 절차 개시를 신청했다. 한국거래소는 전일 매매 거래를 정지하고 관리종목으로 지정했다. 이번 사태는 어느 정도 예견된 수순이었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제이알글로벌리츠는 지난 1월 12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공시했으나 해외 자산의 감정평가서 수신 지연 등을 이유로 한 달 만인 2월 이를 자진 철회했다. 핵심 자산인 벨기에 파이낸스타워의 감정평가액이 급락하면서 현지 대주단과 약정한 담보인정비율을 초과했다. 임대료 등으로 발생한 현금 흐름을 대출 상환에 우선 충당하도록 묶어두는 캐시트랩(Cash Trap, 현금 동결)이 발동되더니 기업회생으로 이어졌다.  박광식 한국기업평가 수석연구원은 "올 들어 차입 만기 도래에 따른 차환 부담이 지속되는 가운데 환헤지(환율 고정 상품) 정산금 명목으로 약 1000억원의 추가적인 자금 조달이 시급하다"며 "캐시트랩 해소를 위해서는 약 7830만유로(한화 약 1354억원)의 현지 차입금 상환을 위한 추가 재원 조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일제히 꺾인 리츠주…시스템 리스크 확산은 기우? 이 같은 악재에 상장 리츠 전체에 대한 투자 심리가 급격히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고개를 든다. 실제로 한국거래소 거래 동향을 살펴보면 이날 리츠 종목들은 일제히 곤두박질쳤다. 마스턴프리미어리츠가 큰 폭으로 미끄러진 것을 비롯해 한화리츠, 삼성FN리츠, SK리츠, 코람코라이프인프라리츠 등이 급락세를 면치 못하며 시장의 불안감을 드러냈다. 뚜렷한 성장 가도를 달리던 리츠 업계는 발을 동동 구르는 처지가 됐다. 한국리츠협회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종가 기준으로 국내 증시에 상장된 25개 리츠의 시가총액은 9조7778억원을 기록했다. 리츠 시장은 지난해 1월 8조103억원 수준에서 같은 해 9월 9조2048억원을 돌파했고 5개월 만인 지난 2월에는 10조원을 넘어서는 등 몸집을 불려왔다. 그동안 일반 주식에 밀려 상대적으로 소외됐지만, 최근 코스피 강세장 속에서 안정적인 피난처로 주목받은 결과다. 법적으로 배당 가능 이익의 90% 이상을 의무적으로 배당해야 하는 구조적 특성 덕분에 확실한 현금 흐름을 선호하는 투자 자금이 대거 몰린 것도 호재 원인 중 하나로 제시됐다. 그러나 이번 사태의 파장이 전체 금융 시장으로 퍼질 것이란 예측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국내 상장 리츠 22개사 중 해외 자산을 보유한 비중은 14.3%이지만, 전체 자산 기준으로 환산하면 해외 자산 비중은 1.2%에 불과하다. 국내 상장 리츠의 총투자 자산 대비 해외 자산이 차지하는 파이가 극히 작아 전이 가능성이 낮다는 뜻이다. 지난달 말 자산 구성 및 투자 유형별 포트폴리오 비중을 보면 주택이 44.0%로 가장 컸다. 오피스는 35.3%에 머물렀으며 리테일 6.4%, 물류 6.4%, 혼합형 3.6%, 기타 3.2%, 호텔 1.1% 순으로 나타나 이번 위기의 진원지인 해외 오피스 리스크와는 거리를 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수희 LS증권 연구원은 제이알리츠의 최근 기준 발행 잔액이 약 4000억원으로 전체 크레딧 시장 규모와 비교하면 찻잔 속의 태풍 수준이라고 일축했다. 일반 크레딧물과 달리 리츠가 발행한 회사채는 개인 투자자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아 기관 투자자 중심으로 굴러가는 국내 크레딧 시장 심리에 타격을 주기는 구조적으로 어렵다는 판단이다. 김은기 삼성증권 연구원 역시 이번 이벤트가 단기사채 미상환으로 불거진 만큼 단기 자금 시장 경색이 회사채 시장으로 파급될까 우려하는 시각이 존재하지만 최근 풍부한 단기 자금을 바탕으로 기업어음 금리가 안정적으로 낮게 유지되고 있어 과거의 신용 위기와는 양상이 완전히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 국토부 방화벽 구축 총력전…상장리츠, 자산 다각화 과제로 다만 해외 부동산 자산에 직간접적으로 투자하는 리츠 종목들은 당분간 위축된 행보를 보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현재 해외 부동산 자산에 투자하는 상장 리츠는 KB스타리츠, 미래에셋글로벌리츠, 마스턴프리미어리츠, 신한글로벌액티브리츠, 디앤디플랫폼리츠, 이지스레지던스리츠 등이다. 이 중 해외 자산 구성 비중이 100%인 곳이 3개사, 50% 이상이 2개사, 50% 미만이 3개사로 파악됐다. 대표적으로 디앤디플랫폼리츠는 일본 소재 아마존 물류센터에 간접 투자 중이며 이지스레지던스리츠는 미국 소재 임대주택 및 대학 기숙사에 자금을 투입하고 있다. 이은미 나이스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해외 자산의 장부 가치 비중이 각 리츠 총자산의 5~30% 수준에 그쳐 전반적인 쏠림 현상은 없다"면서도 "해외 자산을 보유한 개별 리츠의 경우 현지 대출 약정 위반에 따른 현금 흐름 통제와 국내 채무 차환 부담이라는 이중고를 동시에 겪을 수 있어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글로벌 부동산 시장의 한파도 부담이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주요 도시 상업용 부동산 가격은 전년 동기 대비 4.7% 떨어졌다. 고점을 찍었던 2022년과 15%나 증발했다. 런던과 베를린 등 유럽 주요 도시의 상업용 부동산 가격은 30% 넘게 폭락했다. 정부도 사태의 엄중함을 인지하고 발 빠르게 방화벽 구축에 나섰다. 국토교통부는 이날 오후 김이탁 제1차관 주재로 금융위원회, 한국부동산원, 금융감독원 등 관계 부처를 긴급 소집해 점검 회의를 열었다. 리츠 시장 전반의 현황을 점검하는 한편, 투자자 보호를 위한 대응 방향을 집중적으로 논의하기 위한 자리다. 국토부 관계자는 "제이알글로벌리츠의 부실화 과정에서 불거진 각종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전일 합동 검사에 착수했으며, 불법 행위가 적발될 경우 엄정 대응할 방침"이라며 "시장 안정을 위해서 대기업이나 공기업이 최대주주가 되는 앵커리츠를 공급하고, 변동성이 통제 수준을 넘어설 경우 채권 및 자금 시장 안정 프로그램 규모를 즉각적으로 늘릴 수 있도록 비상 대응 체계를 가동하겠다"고 말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사태 수습을 넘어 리츠 시장의 근본적인 체질 개선과 신뢰 회복이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상장 리츠의 주가를 궤도에 올려놓고 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투자자의 신뢰를 되찾는 것이 급선무라고 지적했다. 김필규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정보의 투명성이 담보된 상태에서 시장 상황에 맞게 자금 조달의 유연성을 높여주고, 우량 자산 편입과 리츠 간 합병을 통해 자산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는 정책이 뒤따라야 한다"며 "자산관리회사 역시 수동적인 태도에서 벗어나 운용 현황과 배당 전략 등을 공개하고, 적극적으로 소통함으로써 정보 비대칭으로 인한 불신을 거둬내야 한다"고 제언했다. chulsoofriend@newspim.com 2026-04-3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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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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