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세 비대위원장 임명...친윤 당 장악
尹과 차별화 한계...기조 갈등 땐 원심력
[서울=뉴스핌] 이재창 정치전문기자 = 국민의힘이 돌고 돌아 '도로 친윤(친윤석열)당'이 됐다. 24일 친윤 권영세 의원을 비상대책위원장에 임명함으로써 권성동 원내대표와 투톱 모두가 친윤이다. 초유의 위기를 맞아 변화와 쇄신이 그 어느 때보다도 필요한 시점에 안정을 택한 것이다. 투톱이 친윤이라는 점에서 탄핵정국에서 윤석열 대통령과의 절연이나 차별화는 쉽지 않게 됐다.
국민의힘은 지난 7월 전당대회에서 63%의 득표율로 대표가 된 한동훈 체제를 붕괴시키고 친윤이 다시 당을 장악했다. 이준석 대표 축출 후 친윤 지도부가 들어선 과정과 닮은꼴이다. 의원 20여 명과 함께 당 장악을 시도한 한 대표가 5개월 만에 주류 친윤의 집단 공세에 힘 없이 무너졌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권영세 국민의힘 의원이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2024.12.24 leehs@newspim.com |
국민의힘은 윤 대통령을 적극 감싸지는 않겠지만 윤 대통령의 출당 등을 통한 차별화에 나서지도 않을 것으로 보인다. 친윤계를 중심으로 85명은 윤 대통령 탄핵안 표결에서 반대표를 던졌다. 권-권 체제에서 그런 기조가 이어질 개연성이 높다.
자연스레 탄핵 정국에서 조기 탄핵을 밀어붙이는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과는 대척점에 서게 됐다. 당장 한덕수 대통령 대행의 헌법재판관 3인 임명을 요구하는 민주당 등 야당과 첨예한 대립각이 불가피해졌다. 권 원내대표는 이제까지 한 대행의 재판관 임명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한 대행이 내란특검 등에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국회 재표결에서 당론으로 반대할 가능성이 높다. 1차 탄핵안 표결 전 당론 반대 입장으로 사실상 돌아간 것이다. "계엄 옹호당이냐"는 야당의 비난을 받을 가능성이 그만큼 커졌다.
탄핵에 찬성표를 던졌거나 이에 동조한 친한(친한동훈)계 의원들은 설 자리가 없어졌다. 한 전 대표 사퇴 이후 텔레그램 단체방·비공개 의원총회 녹취가 유출되면서 당내 계파 갈등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이들의 고심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당의 기조를 둘러싼 갈등이 불거질 경우 원심력이 작용할 수 있다. 가능성은 낮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때 일부 의원이 탈당했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당내 갈등 기류를 잘 아는 권 위원장은 무엇보다 당의 화합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도로 친윤당' 비판이 나오는 만큼 향후 비대위원 인선이 첫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권 비대위원장은 이날 의원총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당이 안정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쇄신이 이뤄질 수가 없다. 안정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 당의 단합인데 단합이 안 되고 그래서 당이 안정이 안 된 상태에서 어떻게 당을 바꿀 수가 있겠냐"고 말했다.
권 위원장은 새누리당 사무총장 등 주요 당직을 역임했고 박근혜 정부에서 주중대사, 윤석열 정부에서 초대 통일부 장관을 지냈다. 검사 출신으로 수도권 5선 의원이다.
권 위원장이 친윤이지만 색채가 약하다는 점에서 당장 불협화음이 불거질 가능성은 낮다. 다만 윤 대통령 수사 진척 상황 등에 따라서는 당의 기조 등을 둘러싼 갈등이 불거질 개연성은 없지 않다.
친한계 조경태 의원은 의원총회 시작 전 기자들에게 "대통령과 철저하게 분리할 수 있는 인물이 비대위원장이 돼야 한다"며 "나아가서 정권을 우리가 재창출하는 기반을 닦으려면 비상계엄을 옹호하는 정당 이미지를 벗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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