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메모 통해 무역 적자·불공정 관행 점검 예정
새 관세 부과 배제에 미 달러화 약세, 멕시코 페소·유로화 강세
전 트럼프 고문 "보편 관세는 트럼프 경제 정책 핵심"
[뉴욕=뉴스핌] 김민정 특파원 = 20일(현지시간) 취임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수입품에 대한 새로운 관세를 즉각 발표하지 않았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전반적인 무역 정책에 대한 정비가 즉각 개시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여전히 트럼프 대통령이 공약한 보편 관세 등 새로운 관세 정책을 발표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 관련 대통령 메모를 통해 연방 기관에 중국, 캐나다, 멕시코와 무역 관계를 점검하도록 지시할 예정이다.
교역국에서 우려해 온 즉각적인 새 관세 도입과 관련한 여기에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데이원(집권 1일 차)' 관세가 발표되지 않을 것이라는 소식에 유로화와 멕시코 페소 등은 일제히 랠리를 펼쳤다.
여전히 트럼프 대통령은 강경한 무역 정책을 취할 것을 시사했다. 이날 취임 연설에서 그는 "나는 미국 노동자와 가계를 보호하기 위해 우리 무역 체계 정비를 즉각 시작할 것"이라며 "우리 다른 나라를 부유하게 하도록 시민들에게 과세하는 대신 우리는 우리 시민들을 부유하게 하기 위해 외국에 관세를 부과하고 과세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선거 운동 기간 중 10~20%의 보편 관세를 부과하고 중국산 수입품에 60%의 관세를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연간 1조 달러에 달하는 미국의 무역 적자를 축소하겠다는 게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이다. 지난해 11월 대선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캐나다와 멕시코가 마약과 불법 이민자를 막지 않으면 캐나다와 멕시코에 25%의 수입 관세를 부과하겠다고도 으름장을 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로이터 뉴스핌] 2025.01.21 mj72284@newspim.com |
다만 이날 트럼프 정부의 한 관료는 트럼프 대통령이 즉각 관세를 부과하는 대신 연방 기관에 무역 적자와 불공정한 무역 관행 및 외환 정책을 조사하고 이에 대한 해결 방안을 제시하도록 지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곧 공개된 메모가 이 같은 조사를 위해 중국과 캐나다, 멕시코를 선정하겠지만 즉각적인 새 관세 발표는 없을 것이라고도 전했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무역 전문가인 윌리엄 라인시 수석 고문은 "즉각적인 관세가 금융시장에 정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사람들의 말을 들어온 것처럼 들린다"고 말했다. 다만 라인시 고문을 포함해 대다수 전문가는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 초기에 여전히 관세 부과를 추진한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트럼프 1기 백악관에서 무역 고문을 지낸 켈리 앤 쇼는 "보편 관세는 그가 추진해 온 경제 계획의 핵심이고 나는 그가 하겠다고 한 것은 결국 할 것으로 본다"면서 "이것은 그가 오랫동안 지지해 온 생각"이라고 판단했다.
금융 시장에서도 트럼프 정부의 관세 정책 추진이 여전히 유효하다고 본다. 배녹번 글로벌의 마크 챈들러 수석 전략가는 "현재 외환시장에서는 반등 랠리가 벌어지고 있다"며 "트럼프가 구체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그가 미국이 큰 자동차 제조국이 될 것이라고 말하는 것을 보면 관세를 이야기하는 것이 명확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1일째에 시행하든 5일째에 시행하든 10일째에 시행하든 큰 차이는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2017~2021년 집권 1기 동안 트럼프 대통령은 강경한 무역 정책을 펼쳤다. 당시 트럼프 정부는 수입 철강과 알루미늄에 관세를 부과하고 37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도 관세를 적용했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은 2020년 중국이 미국산 재화를 연 2000억 달러 추가 구매하는 것을 조건으로 일단락됐지만 이후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닥치면서 이행되지는 못했다. 트럼프 정부는 중국이 이 같은 약속을 이행했는지에 대해서도 평가할 예정이다.
다른 한편으로 트럼프 정부는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폐기를 위협하면서 미국·멕시코·캐나다(USMCA) 협정을 체결했다. 2026년 이 세 나라는 USMCA를 재협상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