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 이재용 및 전·현직 임직원에 무죄 선고
검찰, 징역 5년·벌금 5억 구형
[서울=뉴스핌] 홍석희 기자 = 경영권 승계를 위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부당하게 관여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고법 형사13부(백강진 부장판사)는 3일 오후 자본시장과금융투자업에관한법률(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이 회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 회장은 지난해 2월5일 1심 무죄 선고 이후 1년 만에 항소심에서도 무죄를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이 회장과 함께 재판에 넘겨진 최지성 전 미래전략실장 등 삼성전자 전·현직 임직원과 삼정회계법인 관계자 등에 대해서도 1심과 마찬가지로 무죄 판단을 내렸다.
앞서 이 회장은 안정적인 경영권 승계와 그룹 지배력 강화를 위해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부당하게 관여한 혐의, 회계 방식 변경을 통해 제일모직 자회사였던 삼성바이오로직스의 4조5000억원대 분식회계에 관여한 혐의 등으로 2020년 9월 기소됐다.
검찰은 이 회장이 삼성전자 부회장으로 승진하던 시기 완성된 이른바 '프로젝트 G'라는 승계계획안에 따라 이 회장의 최소 비용 승계를 위해 삼성물산에 대한 약탈적 합병 등이 이루어졌고 이를 이 회장과 미래전략실이 전단적으로 추진했다고 보고 있다.
이 회장과 미래전략실이 삼성물산에 불이익을 초래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합병을 결정했다는 것이다. 이 회장은 또한 자회사 삼성바이오로직스(삼바)의 4조5000억원대 분식회계에 관여해 모회사인 제일모직 가치를 높인 혐의도 받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 2월 1심은 "이 회장의 경영권 강화 및 삼성그룹 승계만이 합병의 유일한 목적이라고 단정할 수 없고 합병에 사업상 목적이 존재한다"며 이 회장을 비롯한 피고인 전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은 이에 불복해 항소했다. 검찰은 항소심에서 1360쪽 분량의 항소이유서를 내고 증거 2000개를 새로 제출했다. 또한 이른바 '삼바 분식회계'를 일부 인정한 서울행정법원의 판단을 반영해 이 회장의 공소장을 일부 변경하기도 했다.
지난해 11월 열린 항소심 결심 공판기일에서 검찰은 이 회장에게 징역 5년, 벌금 5억 원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이는 1심 구형과 동일하다.
당시 검찰은 "이 사건은 피고인들이 그룹 총수의 승계를 위해 자본시장의 근간을 훼손한 사건"이라며 "그룹 총수의 사익을 위해 회사와 주주들로부터 받은 권한을 남용하고 정보 비대칭을 악용해 각종 제도적 장치를 무력화했다"고 주장했다.
이 회장은 최후진술에서 "합병이 두 회사의 미래에 분명히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개인적 이익을 취하기 위해 주주들께 피해를 입히거나 투자자를 속이는 등의 의도는 결단코 없었다"고 말했다.
hong9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