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바름 기자 = 최근 보수진영에 혜성처럼 등장한 한국사 일타강사 전한길 씨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은 '극우'라고 비판했다. 전씨는 자신이 운영하는 네이버 카페에 "극우가 도대체 뭘 말하는지 알고 말하는 거냐"라며 "저는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모임) 출신이라는 것을 밝혔는데 제 역사관은 그럼 '극좌'인 거냐"라고 반문했다.
극우와 극좌는 오랜기간 보수와 진보 진영에서 서로를 비난하는 대표적 언어로 사용됐다. 정치적 이념인 보수와 진보는 흔히 좌우로 대변된다. 보수와 진보를 하나의 선으로 놓고 봤을 때, 양쪽 끝이 극우와 극좌다. 한쪽으로 치우쳤다는 의미로 읽힌다. 극우는 민족주의 등을 연상시키고, 극좌는 전체주의 등을 떠올리게 한다.
이바름 정치부 기자 |
안타깝게도 두 단어 모두 부정적인 뜻으로 통용되는 건 부정할 수 없다. 무엇보다 극우와 극좌 모두 '독재'와 마주닿아 있다. 파시즘, 나치즘, 반국가주의, 국수주의, 우월주의 등 포함하고 있는 의미도 대체적으로 좋지 않고, 폭력적이다. 정치, 경제, 사회 등 모든 영역에서 극우, 극좌와 거리감을 두는 이유기도 하다.
극우와 극좌는 상대방을 깍아내릴 목적으로 정치인들에 의해 왕왕 언급된다. 가령 전현희 민주당 의원은 전씨를 비난하기 위해 "전한길 극우강사"라는 표현을 썼다. 민주당은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반대하는 집회를 향해서도 "극우집회"라는 이름을 붙여 비판하고 있다. 반대로 국민의힘은 민주당 등을 향해 "극좌정당" 또는 "종북좌파"라고 비난한다. 여당도 야당도, 태도가 비난일색이다.
서로를 향한 원색적 공격이 여과없이 내뱉어지는 정치권이다. 윤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 참가자들이 어떤 이념과 가치관을 갖고 집회에 참석했는지는 들여다보지 않으면서 말이다. 마찬가지로 민주당이 좌파로만 이뤄지지 않았다는 사실 역시 그리 중요하지 않은 듯하다. 그렇기에 비난을 위한 비난으로밖에 느껴지지 않는다. 정치권에서 흔히 범하는 일반화의 오류임에도, 비난의 수위는 약해지기는커녕 과격해지기만 한다.
사고 역시 0 또는 1만 존재하는 이진법에 멈춰 있다. 내가 0이면 상대는 1이거나, 내가 1이면 상대도 1인 그런 태도다. 숫자 0과 1사이의 수많은 소수(小數)들은 무시된다. 300명이 국회의원들은 보수와 진보, 때로는 극우와 극좌로만 표현된다. 아니면 '새로운 보수' 또는 '진정한 진보'다. 보수도, 진보도 아니면 아무것도 아니게 되는 곳이 국회가 돼 버렸다. 제도적으로는 다당제지만, 실상은 양당제와 같다.
전씨는 자신의 카페에 "적어도 2030세대라면 이분법적인 역사 프레임을 넘어서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역사를 볼 수 있기를 바란다"고 적었다. 2025년에도 대한민국은 극우와 극좌, 이분법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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