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학기 앞두고 대전 초등교사가 1학년 학생 살해
"무서워서 더 이상은 돌봄교실 이용하지 못할 듯"
"당국의 철저한 조사·합당하고 단호한 처벌 촉구"
[서울=뉴스핌] 배정원 기자 = "어떻게 선생님이 학생을 죽일 수 있어요. 이제 어떻게 마음 놓고 아이를 학교에 보내야 할지 모르겠네요."
대전의 한 초등학교에서 교사가 학생을 흉기로 살해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새 학기에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야 하는 학부모들 사이에서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12일 경찰 등에 따르면 지난 10일 대전 서구 한 초등학교에서 40대 교사 A씨가 8살 여아를 흉기로 살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아들을 둔 한모 씨는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느냐. 혹여나 어디 다칠까 무서워서 꽉 잡기도 힘든 어린 아이에게 어떻게 그럴 수가 있느냐"며 "이제 어떻게 마음 놓고 아이를 학교에 보내야 할지 모르겠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초등학교 4학년 딸을 키우고 있다는 이모 씨도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며 "제일 안전해야 할 학교에서 이런 일이 생기다니 너무 충격적"이라고 말했다.
유치원생과 초등학생인 두 아이를 키우고 있다는 진모 씨는 "아이가 얼마나 무서웠을까. 얼마나 아팠을까. 얼마나 부모님이 보고싶었을까. 마음이 너무 아프다"며 눈물을 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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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뉴스핌] 오종원 기자 = 대전 초등생 김하늘양 사망 소식을 접한 대전시민들이 11일 오전부터 김하늘양이 다니던 초등학교 담벼락에 국화꽃을 두며 애도를 표하고 있다. 한 시민은 "우리 딸도 1학년인데 남일 같지 않다"며 "어른들이 너무나 미안하다"며 눈물을 흘렸다. jongwon3454@newspim.com |
앞으로 돌봄교실을 이용하지 않겠다는 이들도 많았다. 돌봄교실은 방과 후 학생들을 상대로 귀가 전까지 돌봄을 제공하는 정책으로 맞벌이 부부에게는 필수로 자리잡았다. 피해 아동은 사건 당일 정규 수업을 마친 뒤 돌봄교실에서 시간을 보냈던 것으로 알려졌다.
초등학교 2학년 자녀를 둔 김모 씨는 "맞벌이인데다 부모님도 다 지방에 사셔서 돌봄교실을 자주 이용했었다"며 "그런데 아이를 이렇게 방치해놓고 있는 줄 몰랐다. 무서워서 더 이상은 이용하지 못할 것 같다. 다른 방법을 찾아봐야 할 것 같다"고 토로했다.
워킹맘 윤모 씨는 "돌봄교실은 수용인원이 한정돼 있어서 지원자가 많으면 추첨을 해야 할 정도로 인기가 많다"며 "그런데 이번 일로 돌봄교실에 대한 수요가 줄어들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자녀를 키우지 않는 이들에게도 이번 사건은 큰 충격이다. 대학생 최모 씨는 "다른 곳도 아닌 학교에서, 다른 사람도 아닌 선생님이 학생을 살해했다는 것이 도저히 믿기지가 않는다"고 말했다.
초등학교 인근에서 편의점을 운영하고 있는 이모 씨는 "8살이면 정말 조그만 아이인데 그런 아이에게 어떻게 그럴 수 있는지 모르겠다"며 "나도 이렇게 마음이 아픈데 유가족들은 얼마나 힘들겠느냐"며 눈물을 글썽였다.
이런 가운데, 교사 등 단체에서는 깊은 애도와 당국의 철저한 조사를 요구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성명을 통해 "고인이 된 학생의 명복을 빈다. 또 이번 사건으로 인해 소중한 자녀를 잃고 황망함과 깊은 슬픔을 겪고 있을 유가족분들께 깊은 위로와 애도의 마음을 전한다"며 "다시는 이런 사건이 발생하지 않도록 당국의 철저한 조사를 촉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실천교육교사모임도 "이 사건이 단순한 개인 일탈이 아닌 교육 현장에서의 구조적 문제와도 관련이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며 "철저한 수사를 통해 진상이 밝혀지고 관련자에게 합당하고 단호한 처벌이 이뤄져야 함을 강력히 촉구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교육공무직본부 관계자는 "국가와 교육당국은 혹여나 잘못된 정보로 오해나 혼란이 없도록 사건의 진상을 소상히 조사해 밝히길 바란다"면서도 "그 과정에서 애도에 소홀하거나 유가족에게 또 다른 상처를 주지는 않을지 조심하고 또 조심히 살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jeongwon1026@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