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상의, 국민 1505명 대상 국민인식 조사
강석구 본부장 "투자자 인센티브 늘려야…자본시장법 핀셋 개정 필요"
[서울=뉴스핌] 조수빈 기자 = 작년 11월 이른바 '서학개미(미국 주식에 투자하는 국내 투자자)'의 한국예탁결제원을 통한 미국주식 보관액이 사상 처음으로 1000억 달러를 넘겼다. 국내 투자자들이 미국 자본시장을 선호하는 주된 이유가 기업의 혁신성 때문이라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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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자본시장 투자 선호도와 그 이유. [자료=대한상공회의소] |
23일 대한상공회의소가 자체 온라인 플랫폼인 소플을 통해 국민 150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한-미 자본시장에 대한 국민인식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54.5%는 한-미 자본시장 중 미국 자본시장을 선호했다.
국민들이 응답한 미국투자의 이유는 '기업의 혁신성·수익성'이 27.2%로 가장 많았고, '활발한 주주환원(21.3%)', '국내증시 침체(17.5%)', '미국경제 호황(15.4%)', '투명한 기업지배구조(14.8%)', '투자자친화적 세제·정책지원(3.8%)'이 뒤를 이었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최근 국내에서 이사의 주주이익 보호의무를 강화하는 상법 개정 등 지배구조 규제가 밸류업의 정답처럼 여겨지고 있지만, 국민들은 주로 미국 기업의 혁신성과 수익성을 보고 투자하고 있으며 미국 기업의 지배구조를 보고 투자했다는 응답은 상대적으로 적었다"고 말했다.
한편 우리 투자자들의 미국증시 선호현상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향후 미국 자본 시장에 투자를 '확대할 의향'이 있다고 밝힌 응답자는 79.0%에 달했다. 이어 현상유지(15.3%), 축소 의향(5.7%) 순이었다. 국내 자본시장 투자는 '확대 의향(54.3%)', '현상유지(26.6%)', '축소 의향(19.1%)' 순으로 나타났다.
또 금년 한-미 주가에 대해서도 전반적으로 긍정적 전망이 우세했으나, 미국 주가가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국내 주가가 오를 것이라는 전망보다 더 많았다. 미국 주가전망은 '상승'이 79.3%를 차지했으나 국내 증시는 상승이 55.2%에 머물렀다.
국내 자본시장이 활성화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국민의 34.6%가 '국내기업의 혁신성 정체'를 1순위로 꼽았다. 아울러 규제 중심 기업․금융정책(23.6%), 단기적 투자 문화(17.5%), 지배구조와 주주환원 미흡(15.4%), 금융투자에 대한 세제 등 지원 부족(6.8%) 등이 언급됐다.
국내 자본시장 밸류업을 위한 우선과제로는 장기보유주식 등에 대한 세제혜택 도입(26.0%), 배당소득세 인하(21.8%) 등 금융투자자에 대한 세제인센티브 확대를 중요하게 여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주환원 확대(17.4%), 지배구조 개선(14.3%), 혁신성 향상(13.7%), 기업성장 지원정책(6.8%) 등이 뒤를 이었다.
장기투자 세제 혜택은 미국의 경우 주식보유기간에 따라 1년 초과보유시 양도소득세가 인하되지만, 우리나라는 보유기간에 따른 세제혜택이 전혀 없다.
또 배당소득세의 경우 우리나라는 배당소득과 이자소득을 합쳐 2000만원을 초과하면 근로소득 등 다른 소득과 합산해 최고세율 49.5%로 누진과세(국세+지방세)하는 반면 미국은 국세 기준 0~20%로 분리과세하고 있다.
아울러 정부가 이미 발표한 자본시장 발전방안 중에서는 ▲ISA 납입·비과세 한도 확대(31.0%) ▲밸류업 우수기업 세제인센티브 도입(28.9%) ▲상장기준 강화·좀비기업 퇴출 활성화(20.3%) ▲퇴직연금 수익률 제고(19.8%) 등이 중요과제로 꼽혔다.
이 중 ISA 혜택 확대와 밸류업 인센티브는 관련 법안은 국회에서 통과되지 않고 있다.
강석구 대한상의 조사본부장은 "이번 조사결과를 종합해 보면 자본시장 밸류업은 새로운 규제의 도입이 아니라 기업의 혁신성장을 촉진하고, 그러한 혁신기업에 투자하는 투자자에게 인센티브를 늘리는 방식으로 해야 된다"며 "국회는 지배구조 규제를 위한 법 개정이 아니라 문제가 되는 사안에 대해서만 핀셋 개선하는 자본시장법 개정을 논의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beans@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