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트진로, 연초 비상경영 선언...비용 절감 등 경영 효율화 일환
지난달 직원 설명회도 가져...업무 시 불필요한 비용 축소 지시
베트남 생산공장·통합 신사옥 건립 위한 자금 마련 목적도
[서울=뉴스핌] 남라다 기자 = 박문덕 하이트진로 회장이 올해 초 비상경영 체제로 전환을 선언하며 위기 돌파에 배수의 진을 쳤다. 키워드는 비용 절감이다. 경기 불확실성이 커지자 경영 효율화에 초점을 맞추고 새로운 100년으로의 여정을 시작해야 한다는 박문덕 회장의 결단이다. 경영 위기에 처하기 전에 선제적으로 대응하자는 취지다.
새로운 성장동력을 마련하기 위해 추진 중인 베트남 생산공장과 '통합 신사옥' 건립에 필요한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더욱 허리 띠를 졸라매야 한다는 비장한 각오가 묻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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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문덕 하이트진로 회장. <사진=하이트진로> |
24일 업계에 따르면 하이트진로는 지난달 비상경영을 선언하고 경영 효율화의 필요성을 언급하고 임직원의 협조를 당부했다. 지난 2019년 전사적으로 경영체질 개선을 위한 프로세스 혁신(Process Innovation, 이하 PI)을 추진한 지 5년 만이다.
당시 하이트진로는 경영컨설팅 전문업체인 '딜로이트'에 컨설팅을 의뢰해 단기적으로는 수익성을 개선하고 중장기적으로는 시장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을 목표로 체질 개선을 추진했다.
올해 선언한 비상경영의 핵심은 '비용 효율화'다. 각 사업별로 불필요한 부분이 있는지 철저히 점검하고 비용 절감에 대한 지침을 세워 실천하라는 것이 골자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설명회에서는 불필요한 업무 절차 등을 생략하고 비용 절감 등 경영 효율화 지침을 세우고 각 팀별로도 노력해야 한다는 내용이 전달됐다"고 설명했다.
박 회장이 올해 비상경영 카드를 꺼내든 것은 그 어느 때보다 미래 불확실성이 커진 데 따른 것이란 게 업체 측 설명이다. 박 회장은 현재 하이트진로가 위기감이 커진 요인으로 저출산, 고령화, 음주문화 변화 등 세 가지를 꼽았다.
박 회장은 지난해 말 밝힌 신년사에서 "최근 저출산·고령화·소비자 음주문화 변화 등으로 미래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창조적이고 획기적인 발상의 전환을 통한 사업의 전면 재검토가 필요하다"며 "이를 통한 비용 절감, 수익성 극대화 등은 회사의 생존을 담보하는 중요한 역할로 작용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하이트진로는 비용 효율화를 통해 새로운 100년 여정을 위한 신(新) 성장동력을 마련한다는 전략을 세웠다다.
지난해 재무 건전성에는 경고음이 켜진 상태다. 작년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크게 감소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2130억원으로, 2023년 말 기준(2725억원) 대비 21.8% 크게 줄었다. 같은 기간 부채도 2조2664억원으로, 2023년(2조2425억원) 대비 239억원(1.07%)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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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조민교 기자 = 정성훈 진로소주 베트남 법인장이 하이트진로 베트남 공장 부지에서 발표하고 있다. whalsry94@newspim.com |
우선 하이트진로는 판매관리비(판관비), 업무 진행 시 불필요한 비용을 대폭 줄여 나간다.
일례로 지난해 하이트진로는 판관비를 줄여 수익성을 개선하는 데 성공했다. 실제 지난해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78.3% 급증한 2209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이는 판관비 축소 영향이 컸다. 지난해 3분기 연결기준 광고선전비용을 보면 2023년 3분기 1945억원에서 지난해 3분기 1539억원으로 406억원 줄였다. 이러한 성과를 토대로 올해도 하이트진로는 판관비 감축을 추진할 예정이다.
또 하이트진로는 임대료를 낮추기 위해 '통합 신사옥 건립'도 추진 중이다. 그간 하이트진로는 주요 부서가 서초동과 청담동 사옥 2곳으로 나눠져 통합 사옥에 대한 필요성이 제기돼 왔다. 서초동 사옥은 현재 임대해 사용 중이다. 임대차 기간은 오는 2032년 6월까지다. 하이트진로는 매년 임대료 2.5%를 인상하는 계약을 맺으며 임대료 부담이 커진 상황이다.
이에 하이트진로는 청담동 사옥 인근에 부지를 매입해 신사옥을 건립할 계획이다. 올해까지 납입해야 할 부지 매입 대금은 1298억원이다.
이처럼 경영 효율화 작업을 통해 줄인 자금은 해외 사업 확대에 사용될 예정이다. 현재 짓고 있는 베트남 생산공장에는 막대한 자금 투입이 불가피하다. 베트남 생산공장은 하이트진로가 처음으로 건립하는 첫 생산기자다. 증권가에서는 건립에 들어갈 투자 금액을 900억원가량으로 추정하고 있다.
지난 5일 베트남 타이빈 성 그린아이파크 산업단지에서 해외 생산 공장 건립을 위한 첫 삽을 떼고 공사를 본격화한 상태다. 베트남 공장은 축구장의 11배 크기인 약 2만5000여 평(8만2083㎡)의 부지 면적에 첨단 기술을 접목한 스마트팩토리로, 연간 최대 약 500만 상자까지 생산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이트진로는 오는 2030년 소주 수출 규모를 5000억원까지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2023년 소주 수출액(602억원)보다 8배 넘는 수준이다.
다만 내년 완공될 때까지는 자금이 추가로 들어갈 가능성도 있어 차입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구정원 한국신용평가 선임애널리스트는 "최근 다수의 신규 투자를 결하고 단계적으로 진행하고 있어 중단기적으로 차입 부담이 확대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다만 개선된 이익창출력 등을 감안하면 재무 안정성이 급격히 저하될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향후 신규 투자 확장에 따른 자금 소요와 보유 자산 활용을 통한 재무부담 통제 수준을 모니터링할 필요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연초 비상경영을 선언하고 경영 효율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그 핵심은 비용 절감이다. 판관비 등 불필요한 비용을 줄여 새로운 100년을 준비하기 위한 조치"라고 말했다.
nrd@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