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옵션 조기 행사' 소식에 CJ 주가 16% 급등
"세금 이슈 등 고려할 때 IPO보다는 CJ와 합병 가능성 높다"
[서울=뉴스핌] 조민교 기자 = CJ올리브영(이하 올리브영)이 자사주 콜옵션 조기 행사에 나서자 업계 안팎에선 올리브영과 ㈜CJ(이하 CJ)와의 합병 가능성을 거론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양사 합병이 진행될 경우 오너 일가의 그룹 지배력이 더욱 공고해지는 것과 동시에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장남인 이선호 CJ제일제당 식품성장추진실장의 승계 작업도 본격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올리브영은 최근 한국뷰티파이오니어(신한 SPC)가 보유한 지분 11.28%를 자사주로 매입하기로 결정했다. 당초 올리브영은 해당 지분을 3년 내에 매입할 수 있는 콜옵션을 보유하고 있었으나, 이를 1년 만에 조기 행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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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호 CJ제일제당 식품성장추진실장 [사진=CJ] |
이번 매입으로 올리브영의 자사주 비율은 22.58%로 증가한다. 지난해에도 올리브영은 글랜우드PE가 보유한 지분을 자사주 형태로 매입하며 오너 일가의 지배력을 강화한 바 있다. 향후 자사주를 소각할 경우 CJ의 올리브영 보유 지분은 기존 51.15%에서 66.05%로 증가하고, 이선호 실장의 지분도 11.04%에서 14.26%로 확대된다. 이재현 회장의 장녀인 이경후 CJ ENM 브랜드전략실장의 지분 역시 4.21%에서 5.44%로 늘어나며 오너 일가의 영향력이 더욱 커질 전망이다.
당초 올리브영의 기업공개(IPO) 가능성이 제기됐으나, 잇따른 자사주 매입으로 업계에서는 CJ와의 합병 가능성이 엿보인다는 분석이 나온다. IPO의 경우 경영 간섭이나 세금 부담 등의 리스크가 있지만, CJ와 합병할 경우 그룹 지배력이나 세금, 승계 측면에서 모두 유리하기 때문이다.
김수현 DS투자증권 연구원은 "올리브영의 자사주 매입은 CJ그룹의 최상위 지배구조 변화와 맞물려 있다"며 "과정의 복잡성과 세금 이슈 등을 고려할 때 IPO보다는 CJ와의 합병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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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뉴얼된 브랜드 로고가 적용된 매장 전경 예시. [사진=CJ올리브영 제공] |
올리브영은 최근 서울역 인근 KDB생명타워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현재 이 건물의 40%를 임차해 사용 중이며, 인수에 필요한 6800억 원은 자체 조달할 계획이다.
이번 인수는 올리브영의 자산 가치를 높이는 전략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 비상장사인 올리브영은 향후 CJ와 합병 시 순자산가치와 손익 등을 기준으로 평가받게 된다. KDB생명타워 인수를 통해 자산 규모를 확장하면 추후 합병 비율 산정에서도 유리한 위치를 점할 수 있다.
업계에서는 이선호 실장의 승계 작업도 속도를 낼 것으로 내다본다. 1990년생인 이선호 실장은 23살의 이른 나이에 CJ제일제당에 입사했으나 임원 승진은 지난 2021년 12월에서야 이뤄졌다. 다만 최근 CJ제일제당의 식품 사업 글로벌 확장 성과와 동시에 올리브영이 고속 성장하며 승계에 힘이 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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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7월 26~28일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진행된 'KCON LA 2024' 올리브영 부스가 성황을 이뤘다. [사진=CJ올리브영 제공] |
지난해 올리브영은 매출 4조7899억 원, 당기순이익 4702억 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각각 24%, 35% 성장했다.
2016년 처음으로 매출 1조 원을 돌파한 이후 2021년 2조 원, 2023년 3조 원, 지난해 4조 원을 넘어서며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업계에서는 올리브영이 내년에 매출 5조 원을 달성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올리브영이 한국뷰티파이오니어가 보유한 자사 지분을 1년 만에 조기 인수한다는 소식이 들리자 한때 CJ 주가가 급등하기도 했다. 지난 16일 CJ 주가는 16% 급등했고, 다음날에도 2% 추가 상승했다. 콜옵션 행사를 CJ와의 합병 신호로 해석한 투자자들이 매수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올리브영은 지난해 임시 주주총회에서 정관의 사업 내용을 확장하기도 했다. 기존 화장품에 국한된 데서 물류센터 운영 및 관련 서비스업, 운송 및 운송 관련 서비스업 등도 포함시킨 것이다. 다만 올리브영 관계자는 "안성물류센터, 경산물류센터 구축 등 물류 인프라 확대에 따른 사업목적을 추가했다"라며 "정관 상 사업목적 개정은 경영의 유연성 확보를 위한 것으로, 사업목적 개정이 신사업진출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부연했다. CJ와의 합병 관련해서는 "정해진 바가 없다"고만 답했다.
mky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