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캠프 준비 중 기자회견서 돌연 '후임양성' 선언
"사흘간 고민 끝에 후배 위한 용퇴" 자진 결단 강조
일각선 외압·정치권 진출 등 분분..."왜곡말라" 당부
황 의장 "한노총서 할일 다해...후배 위해 헌신할 것"
[대전=뉴스핌] 오영균 기자 = 황병근 한국노총 대전지역본부 위원장(의장)의 불출마 선언에 대해 노동계가 고개를 갸웃하고 있다. 이는 그동안 연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돼 온 상황에서 돌연히 변화한 이유가 선뜻 이해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같은 황 의장의 '적잖은 변화'를 놓고 일각에서는 외부 압박설부터 정계진출설까지 다양한 추론들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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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뉴스핌] 오영균 기자 = 황병근 한국노총 대전지역본부 위원장. 2025.03.28 gyun507@newspim.com |
황병근 의장은 지난 26일 오후 본부 소회의실에서 회견을 자청해 제16대 임원선거 불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이날 이른바 '불출마 선언식'에서 황 의장의 연임 준비에 대한 내용이 아니라 예상밖의 불출마를 밝히자 갑작스러운 결정에 참석한 지역 노동계 인사들도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불출마를 공식화한 황 의장의 표면적인 이유는 먼저 '후임 양성'이다. 황 의장은 "'박수 칠 때 떠나라'는 말이 최근 가슴 깊이 와닿았다"며 "섣불리 결정할 사안이 아니라서 사흘 간 고심한 끝에 결정한 것이니 '이정선 사무처장'이 뒤를 이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하지만 황 의장이 이미 선거캠프에 대한 준비까지 구체적으로 진행했다는 점을 미뤄볼 때 후임을 위한 결정이라는 그의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볼 수 있다.
현장에서 만난 노조위원장들도 이해한다기 보다는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 노조위원장은 "얼마전까지만해도 선거 운동 준비를 해온 걸로 아는데 오늘 점심쯤 갑작스레 '용퇴'한다며 불출마를 알려왔다"며 "더구나 기자회견장에서도 뚜렷한 이유를 밝히지 않은 점도 의구심을 더하게 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황 의장의 불출마 선언이 '스스로' 용퇴하려는 선언이 아닌 외부 압박에 의한 결정이라는 시각도 나왔다. 사실상 유력 노동계 인사가 용퇴를 강압적으로 요구한 것이라는 주장이다.
한 노동계 인사는 "지역에서 한국노총 대전지역위원장이 갖는 파워가 큰 만큼 정치계와 밀접한 노동계 인사의 압박이 있다고 한다면 이에 대해 황 의장도 어떻게든 거부할 수단이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한편에서는 황 의장이 정치권으로 진출하기 위해 내린 결단설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황 의장이 그동안 대전시·교육청 뿐만 아니라 공기업 등 대형 노조원들과 유기적인 협력 관계를 잘 맺어온 리더십을 정치권에서 가만히 놔두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추측도 있다. 그런 사례가 많아 노조위원장의 정치권 진출을 '모셔간다'는 표현으로 챙길 정도라는 것이다.
실제 황 의장이 제15대 위원장을 역임하며 거둔 성과도 만만치 않다. 한국노총 대전본부 35년 역사상 최초로 국비를 확보해 '비정규직 플랫폼노조 이동노동자 법률지원센터'를 대덕구 석봉동에 마련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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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뉴스핌] 오종원 기자 = 황병근 한국노총 대전지역본부 위원장이 26일 오후 제16대 임원 선거 불출마를 공식 선언하고 있다. 2025.03.26 jongwon3454@newspim.com |
한국노총이 고용노동부 공모사업이 '2024년도 취약근로자 교육 및 법률구조상담 지원사업'에 선정돼 국비 1억원과 대덕구 예산 2000만원을 확보했다. 당시 황 의장은 최충규 대덕구청장과의 협력을 통해 유례없는 국비 확보에 나서 주목을 받았다.
이같은 일화들은 그만큼 황 의장의 정치력이 만만치 않다는 능력을 보인 것이라는 반증이다.
이에 대해 황 의장은 "정치권 진출은 시기상조"라며 "이를 위해 불출마하는 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황 의장은 <뉴스핌>과의 통화에서 " "만약 정치에 뜻이 있었다면 더욱 좋은 자리에서 당당히 밝히지 굳이 오늘처럼 (기대가 많은 자리에서) 불출마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그저 의장으로서 지역 노동운동에 기여하고자 했던 그 자리를 능력있고 훌륭한 후배들에게 '적기'에 물려주려고 한 것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자신의 불출마에 대해 여러 설이 나오는 것에 대해 "어떤 설이든 전혀 사실무근"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본심을 왜곡하지 말아줄 것을 당부했다. 그는 "한국노총 대전본부가 제16대에 이르면서 이제 어느정도 안정화가 된 것으로 보여져 제가 할 일을 잘 마쳤다고 본다"며 "제가 노동계를 아주 은퇴하는 것도 아니고 맡은 다른 노조를 잘 운영하면서 후배들이 잘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게 맞다고 봤다"고 밝혔다.
이어 "대전 노동자를 위한 길을 향해 현장에서 수 십년을 달려온 만큼 노동계 발전 차원에서 후배를 위한 '용퇴' 정도로 이해해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황병근 의장은 대전 유성 출신으로 지역을 대표하는 노동계 인사다. 대전지역 비정규직 노조위원장과 한국노총 충남본부 부의장, 대전 1.2공단 협의회 의장 등을 역임했다. 현재 충남지방노동휘 근로자위원과 전국연합노련 대전충남지역본부 의장(3선), 전국연합노련 시도지역 의장단 협의회 회장, 안전공업(주) 3대~12대 노조위원장, 한국노총 총연맹 중앙위원·대의원, 한국노총 대전지역본부 의장 등을 맡고 있다.
gyun507@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