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계, 시니어 주택 시장에 도전장
전체 인구 25% 돌파한 고령층에 수요 충분하단 평가
정부 정책 지원도 예고됐으나 구체성 부족
[서울=뉴스핌] 정영희 기자 = 인허가와 착공 감소로 침체한 주택시장 대신 새 먹거리를 찾아나선 건설·부동산 업계의 시선이 시니어 주택 시장에 꽂혔다. 초고령사회를 눈앞에 둔 한국 사회에서 점점 노인 전용 주택을 원하는 이들이 늘어난 데다 정부 또한 실버주택 공급에 지원사격을 나서면서 시장 규모는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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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건설이 서울 강서구에 시공 중인 'VL르웨스트' 조감도. [사진=롯데건설] |
9일 업계에 따르면 주요 대형건설사와 시행사가 시니어 주택시장 진입을 시도하고 있다.
올해부터 한국은 65세 이상 고령인구가 전체 인구의 20% 이상을 차지하는 초고령사회로 진입할 전망이다. 고령인구는 2030년 25.3%, 2050년에는 40% 이상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실버산업, 특히 노인주거상품에 대한 수요도 증가하는 추세다. 여성가족부의 '2023년 가족실태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1만2000가구 중 25.1%가 노후에 실버타운 등 서비스형 노인복지주택에 거주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주거·케어·의료 전문기업 네 곳과 시니어 레지던스 운영 협력을 위한 전략적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본격적인 사업 진출을 선언했다. 각 전문 기업과 분야별로 서비스를 기획한 뒤, 연내 추진 검토 중인 서울 용산구 한남동과 경기 오산시의 임대 사업 등에 이를 적용할 계획이다. 포스코이앤씨 관계자는 "시니어 레지던스 사업 드림팀을 구성해 서비스 제공 네트워크를 완성할 것"이라며 시니어 주택사업 도전 의지를 드러냈다.
현대건설 또한 시니어 헬스케어 전문 업체와 협업해 노인복지주택 사업 모델을 개발하고 있다. 건강수명 연장을 목표로 고령층 개개인에게 맞춤 솔루션을 제공하는 미래형 건강주택개발에 주력한다. 연령별 인구 분포가 변하며 시니어 세대를 고려한 주거 공간의 필요성이 확대될 것이라는 생각에서 착안했다.
서울 은평구에 들어서는 214가구 규모 실버주택 건설을 위한 프로젝트금융투자회사(PFV)의 28% 지분을 가진 최대주주로서 개발사업에도 참여하고 있다. 경기 용인시 수지구에선 국내 마지막 분양형 실버타운인 '고기동 시니어 레지던스'(892가구) 공사를 수주, 부지 조성에 한창이다.
시니어 주택을 짓고 있는 회사도 적지 않다. 롯데건설은 서울 강서구 마곡도시개발사업지구 복합단지에 고급형 시니어 레지던스 'VL르웨스트'를 짓고 있다. 총 810가구 규모로 올해 10월 입주 예정이다. 시니어 입주자를 위한 특화된 의료 서비스와 다양한 커뮤니티 시설이 들어선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약 4조5000억원 규모의 자체사업 '서울 광운대역 역세권 복합개발사업'(H1 프로젝트)을 통해 시니어타운과 서울아산병원의 건강검진센터를 유치한다.
시행사도 시니어주택 사업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엠디엠그룹은 대우건설과 손을 잡고 경기 의왕시 의왕백운밸리에 임대형 실버타운 '백운호수 푸르지오 숲속의 아침'을 공급한다. 24시간 라이프케어 프로그램을 도입하고 시니어 맞춤형 AI(인공지능) 가전 등을 활용해 편리함을 극대화한다.
SK그룹 계열 부동산 디벨로퍼인 SK디앤디는 올 초 글로벌 사모펀드 운용사 워버그핀커스(Warburg Pincus)와 3500억원 규모의 MOU를 맺고 시니어 주택시장에 도전장을 던졌다.
첫 프로젝트로는 서초구 방배동에 연면적 1만㎡, 12층 규모의 하이엔드 실버주택을 짓기로 했다. 2026년 초 착공해 2028년 준공하는 것이 목표다. 김도현 SK디앤디 대표는 "병원이나 편의시설에 인접한 인프라를 중심으로 한 두 개의 프로젝트를 추가로 검토 중"이라며 "이번 기회로 시니어 주거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시니어 주택은 수요 대비 공급량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라 사업 다각화를 꾀하는 건설업계의 새로운 돌파구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2023년 기준 노인주거복지시설을 이용하는 고령층 인구는 총 1만9369명으로 전년(1만9355명) 대비 소폭 증가했으나, 시설 수(297개소)는 오히려 11가구 줄었다.
주택산업연구원에 따르면 2023년 말까지 확보된 전국 노인전용주택은 약 3만 가구로, 전체 노인가구의 0.4% 수준에 그쳤다. 지난해 정부가 고령층의 식사·세탁·돌봄·요양 등 일상생활서비스가 포함된 실버주택 보급 확대 계획과 분양형 시니어주택 부활을 예고하며 노인 주거상품 시장의 활성화 계획을 선보였지만, 아직 이렇다 할 성과는 없는 상황이다.
전문가 사이에선 시니어주택에 대한 건설사와 시행사의 러브콜을 이어가려면 더 현실적인 유인책이 따라와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이현 알투코리아부동산투자자문 대표는 "향후 노인주거복지시설에 대한 공급 확대가 불가피한 만큼 규제 개선 필요성도 크다"며 "다양한 유형의 시니어 주택 공급과 효율적 상품개발 대안, 운영방안 등에 대한 정부 차원의 심도 있는 연구가 추진돼야 한다"고 말했다.
chulsoofriend@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