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루샤 매출 고공행진…온라인 명품 플랫폼은 적자 늪
신뢰·경험 중시하는 명품 소비, 오프라인에 무게
머스트잇·트렌비·발란, 반짝 성장 뒤 구조조정 직면
가품 우려·반품 리스크…온라인 명품의 구조적 한계
[서울=뉴스핌] 조민교 기자 = 에르메스, 루이비통, 샤넬 등 이른바 '명품 3대장'이 지난해 국내 시장에서 역대 최대 매출을 올렸다. 백화점 업계의 명품 유치 경쟁도 불이 붙는 추세다. 반면 온라인으로 명품을 판매하는 플랫폼 3사는 적자폭이 급증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온라인 명품 판매의 한계가 뚜렷히 드러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1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에르메스코리아는 9643억 원, 루이비통코리아는 1조 7484억 원, 샤넬코리아는 1조 8446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3사의 총매출은 4조 5572억 원으로, 2023년(4조 1521억 원) 대비 8.3% 증가했다. 모두 전년 대비 매출이 상승한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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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 업계는 지난해 연이어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그러나 국내 소비자들은 꾸준히 명품을 찾았다. 가격 인상분이 그대로 매출로 직결된 것으로 보인다. 이들 브랜드는 올해 역시 가격 인상을 이어가고 있어 내년에도 매출 증가가 예상된다.
백화점 업계는 명품 모시기에 열중하고 있다. 특히 신세계백화점은 명품관 규모를 파급적으로 늘리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은 올 하반기에 명동 본관 '더 리저브'에 국내 최대 규모의 루이비통과 에르메스 매장을 입점시킬 예정이다. 최근 개관한 본점 '더 헤리티지'에는 마찬가지로 최대 규모인 샤넬이 입점했다.
명품 브랜드사 매출이 급증하고 있지만, 온라인으로 명품을 판매하는 플랫폼 상황은 정반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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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업계 1위였던 발란은 티메프 때와 같은 미정산 사태를 일으키며 기업회생절차에 돌입했다. 이어 발표된 머스트잇은 지난해 매출이 반토막 났으며 적자폭은 3000만원 이상 증가했다. 현재 머스트잇은 시리즈C 라운드 전략적 투자(SI) 유치에 나선 상태다.
트렌비 또한 매출이 절반가량 줄었다. 다만 트렌비는 일찍이 사업구조를 '중고명품' 사업으로 재편하고 글로벌 플랫폼으로 사업을 확장해 영업 손실은 소폭 줄였다. 코로나 시기 온라인 명품 사업은 반짝 빛을 보다가 이내 얼어붙은 소비심리로 직격탄을 맞았다.
국내 명품 매출이 늘어나는 추세지만 온라인 시장은 얼어붙자 업계에서는 "온라인 명품 시장이 한계를 드러낸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 온라인 명품 시장이 떠올랐을 때, 업계에서는 가품 리스크를 포함해 브랜드와의 관계 설정 문제나 물류·배송, 환불·반품, 재고 리스크 등 여러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이커머스 업계에서도 고가의 가방이나 주얼리보다는 비교적 가격이 낮은 향수, 화장품 중심으로 명품 제품을 판매하는 경향이 나타난다. 에르메스·샤넬·루이비통('에루샤')처럼 하이엔드 브랜드보다는 중저가 명품 브랜드를 중심으로 입점 라인업을 구성하는 전략도 두드러진다.
한 업계 관계자는 "명품 소비는 단순한 제품 구매가 아니라 '경험'에 대한 소비이기 때문에, 매장에서 제공하는 응대나 분위기 등이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며 "온라인은 가격이나 편의성 면에서는 강점이 있지만 신뢰성과 브랜드 경험 측면에서 오프라인을 완전히 대체하기엔 한계가 있다"고 전했다.
mky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