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프리미엄 요소된 '초품아'...단지 주민 독점학교화 가능성 높아
주변학교 폐교·휴교 이어지는 가운데 대단지 정비사업구역 초품아 선호 뚜렷
집값은 물론 사회 양극화 우려 속 해법은 있나
[서울=뉴스핌] 이동훈 선임기자 = 인구가 줄고 있다. 서울인구는 2016년 1000만명선이 무너진 이후 약 8년만인 2024년엔 933만명으로 6% 이상 줄었다. 특히 학령인구의 감소가 가파르다. 결혼도 않고 출산은 더욱 않으니 학령인구가 줄 수밖에 없다. 10년간 서울시 초등학생 인구를 보면 2014년 약 45만7500명이었던 초등학생 수는 2020년 40만9500명으로 줄었고 2024년엔 36만1200명으로 감소했다.
![]() |
이동훈 건설부동산 선임기자 |
그래도 줄지 않는 게 있다. 바로 초등학교다. 학생수가 45만명에서 36만명으로 20% 줄어든 상황인데 학교수는 599개교에서 609개교로 10개교가 늘었다. 휴교가 증가하는 상황이지만 폐교는 찾아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반면 학생수의 감소와 학교수의 증가는 학급수의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 2014년 1만8854개였던 초등학교 학급수는 2024년 1만7452개 학급으로 줄어든 상황이다. 학급당 학생수는 더 줄었다. 단순계산시 학급당 24명에서 20명으로 4명이 줄어든 상태다.
전국 초등학생은 260만3929명으로 202년 274만7219명에 비해 14만3290명 줄었다. 그런데 초등학교는 6087곳에서 6175곳으로 88곳 늘었다.
이같은 초등학교의 '학교수-학생수의 역전'현상은 왜 벌어질까? 이는 "초등학교 품은 아파트 단지" 줄여서 '초품아' 선호현상이 커지고 있어서다. 단지 주민이 사실상 독점할 수 있는 초등학교 선호현상이 갈수록 뚜렷해지고 있다.
특히 서울시내에서 봤을 때 최근 3000가구 이상 대단지 재건축·재개발이 잦아지며 초품아가 늘어날 태세다. 초품아가 인기를 끄는 이유는 물론 단지 주민 자녀들의 안전한 등하교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초품아는 학교가 1개 면 이상 보행자전용도로로 연결된다. 학교의 사면이 모두 차도로 구성돼 단지와 떨어져 있으면 초품아가 아니다. '민식이법' 제정까지 이어질 정도로 등하교 안전문제가 대두된 상황에서 초품아는 단지주민들의 이해관계에 부합하는 형태가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여기에 하나 더 단지 주민들의 이해관계에 부합하는 요소가 있다. 바로 집값이다. 초품아가 집값에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초품아 선호현상이 나타나고 앞으로도 3000가구 이상 대단지는 재건축·재개발 사업을 할 때 초등학교 설립을 강력하게 주장할 수밖에 없다.
부동산 전문가 김경민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의 저서 '부동산트렌드'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거래 2만3000여 건을 분석한 결과 초품아는 초품아가 아닌 단지보다 같은 주택형 대비 약 6300만원 더 비싸다. 아파트가 초등학교에서 100m씩 멀어질수록 아파트 가격도 1200만원씩 하락하는 경향을 보였다.
그렇다면 초품아가 집값까지 끌어올리는 이유는 뭘까? 단지 등하교 안전사고를 방지할 수 있어서? 아니다. 초품아 단지 주민들의 사실상 독점학교가 돼서다. 공립학교임에도 단지 주민들이 독점하는 '단립학교'가 된다. 해당 초등학교 입학 배정을 받으려면 인접한 아파트단지에 거주해야하기 때문이다. 단지와 인접한 저층 빌라 주민 자녀도 올 순 있지만 이는 5% 이내며 학급수가 줄더라도 대부분의 학생은 아파트단지 주민 자녀일 수밖에 없다. 생활 수준이 비슷하고 신규 대단지가 지역 집값을 선도하는 단지가 되는 것을 감안할 때 결국 초품아는 중산층 이상 주민들의 배타적인 독점화가 이뤄지게 되며 학군(學群)이 된다. 즉 초품아가 좋은 학교이기 때문에 그 학교에 배정받을 수 있는 단지의 가치가 올라가게 되는 것이다.
최근 초등학교 신설이 확정된 서울 한남뉴타운 한남3구역을 보자. 한남3구역은 6000가구에 가까운 거대단지다 보니 학교 신설은 제도적으로 가능하며 필요한 부분이다. 게다가 기존 주민들이 다녔던 한남초등학교의 경우 한남3구역과 거리가 2㎞가 넘고 강남대로와 이어지는 서울시내 간선도로 중 하나인 한남대로를 건너야하는 불편함이 있어 초등학교 신설은 불가피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주목해야할 점은 이 한남초등학교와 4구역과 인접해있는 보광초등학교가 모두 폐교 수준까지 이를 정도로 학생수가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한남초는 2024년 하반기 기준 235명 그리고 보광초는 134명의 학생이 다닌다. 10년전 한남초가 362명, 보광초가 588명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급격한 감소를 보인 셈이다. 한남3구역 이주가 본격화된 올초 학생수는 더욱 줄었을 것이다. 기존 5000여 가구가 살던 한남3구역과 2000여 가구가 살던 4구역 주민 자녀가 다니지 않는다면 이들 학교는 폐교해야할 상황에 놓인다.
결국 초품아는 새로운 사회 계층 양극화현상을 부를 수 있다. 학생들의 안전문제가 심각한 만큼 학교를 짓지 말아야하는 것은 아니지만 임대주택을 분양주택과 함께 배치하는 '쇼셜믹스'가 사회통합의 화두가 된 상황에서 초품아가 불러 올 계층 양극화는 어떻게 해결해나갈 것인가. 서울시와 교육당국의 해법을 기다려본다.
dongle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