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뉴스핌] 장일현 특파원 = 유럽연합(EU) 최고법원인 유럽사법재판소(ECJ)가 29일(현지시간) 60만 유로(약 9억8000만원)를 투자하는 외국인에게 시민권을 주는 지중해 섬나라 몰타의 일명 '황금 여권' 제도는 불법이라고 최종 판결했다.
몰타는 지난 2020년 이 제도를 도입했는데 그동안 우크라이나를 불법 침공한 러시아의 부유층이 이를 악용해 유럽으로 들어오는 통로가 될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몰타는 EU 회원국이기 때문에 일단 몰타 여권을 갖게 되면 EU의 어느 나라도 자유롭게 이동하고 경제 활동도 할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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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벨기에 브뤼셀 본부 앞에 서있는 EU기 기둥. 2022.09.28 [사진=로이터 뉴스핌] |
ECJ는 이날 "EU 회원국은 사전에 결정된 금액의 지급이나 투자를 대가로 국적, 더 나아가 유럽 시민권을 부여할 수 없다"며 "이는 본질적으로 국적 취득을 단순한 상업적 거래로 만드는 것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법원은 몰타가 황금 여권 제도를 도입·운영함으로써 EU 시민권을 규정한 EU 조약에 따른 의무를 이행하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EU 집행위는 지난 2022년 9월 몰타의 투자 시민권 제도가 회원국 간의 상호 신뢰에 기반한 EU 시민권의 본질을 훼손한다고 주장하며 ECJ에 제소했다.
EU 집행위는 이런 시스템이 부패와 자금 세탁, 조세 회피의 위험을 안고 있다고 주장했다.
몰타 정부 자료에 따르면 2023년 말 현재 5300건 이상의 시민권 신청이 승인됐다.
몰타에서 투자 이민을 통해 시민권을 받으려면 최소 60만 유로를 일회성으로 투자해야 하고, 부동산을 구매하거나 임대해야 한다. 또 1만 유로를 자선단체에 기부하고 3년간 거주해야 한다. 75만 유로를 투자하는 경우 거주 요건이 1년으로 단축될 수 있다.
FT는 "이날 판결에 따라 몰타는 현행 투자 이민 제도를 폐지해야 한다"며 "폐지하지 않을 경우 벌금을 물게 된다"고 말했다.
한편 EU 회원국인 키프로스, 불가리 등도 과거에 유사 제도를 도입한 적이 있으나 현재는 폐지했으며, 현재는 회원국 중 몰타가 유일하다고 dpa 통신은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