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증산 조짐에 유가 3% 하락
금은 금리 인하 기대 속 일일 낙폭 축소
[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경기 둔화에 따른 수요 감소 우려와 산유국 등의 증산 움직임으로 30일(현지시간) 국제유가가 하락했다. 이에 따라 유가는 3년 반 만에 최대 월간 낙폭을 기록했다. 금 가격도 하락했으나 월간으로는 4개월째 상승 흐름을 이어갔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6월물은 2.21달러(3.66%) 급락한 58.21달러로 2021년 3월 이후 최저치로 마감됐다. ICE 선물거래소에서 6월물 브렌트유는 1.13달러(1.76%) 내린 63.12달러를 기록했다.
지난 4월 한 달간 WTI는 18%, 브렌트유는 15% 각각 하락해 2021년 11월 이후 가장 큰 월간 낙폭을 기록했다.
![]() |
원유 [사진=로이터 뉴스핌] |
이날 유가는 세계 최대 산유국 중 하나인 사우디아라비아가 더 이상의 감산을 통해 유가를 떠받치기를 꺼리는 듯한 모습을 보이자 급락했다. 사우디는 저유가 장기화를 감내할 수 있다고 언급하며 시장의 불안감을 키웠다.
프라이스퓨처스 그룹의 수석 애널리스트 필 플린은 "또 다른 산유국 간 생산 전쟁으로 향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면서 "사우디가 시장 점유율을 되찾겠다는 메시지를 보내려는 것일 수 있다. 앞으로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이달 초, 사우디는 OPEC+의 5월 증산 폭을 계획보다 더 크게 늘릴 것을 주장했고, 로이터에 따르면 OPEC+ 내 여러 국가는 6월에도 2개월 연속 증산 확대를 제안할 것으로 전해졌다. OPEC+는 5월 5일 회의를 열어 향후 생산 계획을 논의할 예정이다.
레이먼드 제임스의 투자 전략 애널리스트 파벨 몰차노프는 "무역 전쟁은 직접적으로 석유 수요를 줄이고, 소비자들의 여행도 저해한다"면서 "OPEC의 감산 철회까지 겹치면서 공급 과잉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금 가격은 하락했으나 부진한 성장 지표에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가 커지면서 낙폭을 일부 만회했다.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금 선물 6월물은 장중 트로이 온스(1ozt=31.10g)당 전장보다 0.4% 하락한 3319.10달러에 마감했다. 금 현물은 한국시간 기준 5월 1일 오전 2시 58분 전날보다 0.2% 내린 3308.32달러를 기록했다.
다만 금 현물 가격은 4월 들어 6% 가까이 상승하며 4개월 연속 월간 상승을 기록했다.
미 상무부는 1분기 국내총생산(GDP)이 전기 대비 연율 0.3% 감소했다고 잠정 발표했다. 미국 경제가 위축세를 보인 것은 지난 2022년 1분기 이후 처음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부과 예고에 따른 수입 급증과 소비 둔화, 연방 정부 지출 축소가 강한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독립 금속 트레이더인 타이 웡은 "금은 여전히 강세장에 있다고 자신한다"면서 "오늘 발표된 데이터는 연준이 초기 금리 인하로 가는 길을 더 쉽게 만들어주며, 이는 금에 긍정적"이라고 주장했다. 따만 "최근 3500달러까지 급등한 만큼 당분간 횡보세를 보일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트레이더들은 6월까지 경기 둔화 신호가 더 뚜렷해지면 연준이 금리 인하를 재개할 것으로 보고 있으며, 연말까지 총 1%포인트 금리 인하에 베팅 중이다.
금은 정치적·금융적 혼란에 대한 안전자산일 뿐 아니라, 저금리 환경에서도 강세를 보인다.
이날 발표된 3월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는 전월대비 보합이었다. 전년 동월대비로는 2.6% 올랐는데 이는 2021년 3월(2.2%) 이후 4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웡은 "금은 팬데믹 이후 최저치의 근원 PCE 수치에도 불구하고, 미국 GDP의 깜짝 위축에 따른 급등으로 인해 지금까지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트레이더들은 이번 주 가장 중요한 고용지표로 2일 발표 예정인 미국 월간 고용보고서를 주목하고 있다. 이를 통해 연준의 금리 전망에 추가적인 단서를 찾아볼 예정이다.
kwonji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