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 "당, 무소속 후보를 기호 2번 만들려"
지도부 "대단히 실망…단일화는 당원 뜻"
일각선 단일화 방식 비판…"여론 거슬러"
[서울=뉴스핌] 신정인 기자 =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선출된 이후 첫 의원총회에 참석해 "강제 단일화는 인정할 수 없다"며 당 지도부를 강하게 비판하고 퇴장했다. 지도부도 김 후보의 발언에 대해 "대단히 실망스럽다"고 입장을 밝히면서 단일화 입장차가 더 크게 벌어지는 모양새다.
김 후보는 9일 예정된 시간보다 1시간 가량 늦은 오전 11시56분쯤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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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를 마치고 국회를 나서고 있다. 2025.05.09 pangbin@newspim.com |
당초 김 후보가 입장하기 전 국민의힘 의원들은 김 후보의 전향적인 태도를 기대했다. 한 중진 의원은 뉴스핌과의 통화에서 "김 후보의 이번 참석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김 후보의 발언이 시작된 이후 의총장의 분위기는 냉랭하게 얼어붙었다. 당 지도부에 꽃다발을 받은 김 후보는 "무소속 후보를 우리 당 후보로 만드려는 강제 단일화는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선출 직후부터 지도부는 단일화를 강요했고, 심지어 무소속 후보를 기호 2번으로 등록시키기 위한 작업에 나섰다"며 "이는 당헌·당규를 위반한 불법적 행위이며, 민주주의 질서를 파괴하는 반민주적 시도"라고 했다.
김 후보는 "제가 당선 직후 선거 준비에 매진했다면 지금 지지율은 훨씬 높았을 것"이라며 "이제부터 제가 나서서 당력을 모으겠다. 반드시 승리하겠다"고 말했다.
이를 들은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은 연단에 올라 "대단히 실망스럽다. 더 큰 지도자가 되려는 사람이라면 자기 자신을 버릴 줄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의총에 참석한 의원들도 퇴장하는 김 후보를 향해 야유와 날선 반응을 보냈다. 의원들은 "일방적으로 혼자 얘기하지 말고 의원들 말도 듣고 나가라", "혼자 떠들려면 뭐하러 왔냐" 등 항의했다.
결국 의원총회는 개회 30여 분 만에 끝나고, 의원 전원 경내 비상 대기로 전환됐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의총장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당에서 단일화를 요청했던 이유는 후보가 이미 그런 (단일화를 하겠단) 말을 여러차례 했기 때문"이라며 "단일화 명분은 여론조사 결과와 당원들의 압도적 지지, 의원들의 전원 일치 의견"이라고 강조했다.
윤상현 의원은 의총장을 나서며 "의원들이 '(김 후보가) 진전된 안을 제시할 줄 알았는데 그런게 없었다'는 반응"이라고 했다. 김정재 의원도 "대통령 후보라면 통합하고 선거를 승리로 이끌 방법에 대해 얘기를 해야하는데 당에 대한 비난만 퍼붓고 가서 굉장히 당혹스럽다"고 했다.
다만 일부 의원들은 지도부의 단일화 방식을 두고 비판을 이어가고 있다. 익명을 요청한 국민의힘 의원은 통화에서 "김 후보가 절차적인 정당성을 확보해놨기 때문에 지금 지도부에서 이렇게 밀고 나가는 것에 대해 여론이 좋지 않다"며 "탄핵 때도 그렇고 당이 국민 여론과는 반대 방향으로 가는 느낌"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중진 의원도 "단일화든 뭐든 윤석열 전 대통령을 당에서 제명하기 전까진 아무 의미 없다"며 "능력 없는 지도부는 하루 빨리 사퇴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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