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크의 정치 개입, 브랜드 이미지에 '타격'
BYD에 추월… 신차 부재도 발목
"테슬라, 위기 진입" 경고음
[서울=뉴스핌] 고인원 기자=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가 유럽 시장에서 급격한 부진을 겪고 있다. 4월 한 달간 유럽 판매량이 전년 대비 절반 가까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의 정치적 행보와 노후한 라인업, 그리고 중국과 유럽 완성차 업체의 공세가 맞물린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유럽자동차제조협회(ACEA)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테슬라는 지난 4월 유럽에서 7,261대를 판매했다. 전년 동기 대비 49% 감소한 수준이다. 같은 기간 유럽 전체 배터리 전기차(BEV) 판매가 34.1% 증가한 것과는 대조적인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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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 매장 [사진=블룸버그통신] |
◆ 머스크의 정치 개입, 브랜드 이미지에 '타격'
업계에서는 머스크 CEO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치적 밀착이 브랜드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지적이 나온다. 머스크는 '정부 효율부(DOGE)' 수장을 맡아 백악관 자문 역할을 수행하고 있으며 유럽 내 극우 정당을 공개 지지하는 등 정치 행보를 보였다. 이에 반발한 유럽 시민단체들은 3월부터 테슬라 매장에서 항의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머스크는 최근 실적 발표 자리에서 "5월 말까지 DOGE 관련 업무 비중을 줄일 것이며, 향후엔 주 1~2일 정도만 관여할 계획"이라고 밝혔지만, 투자자들의 우려는 쉽게 가시지 않고 있다.
◆ BYD에 추월… 신차 부재도 발목
테슬라는 올해 SUV 모델 Y의 부분 변경 모델을 출시했지만, 신형 대중 모델은 수년째 부재한 상태다. 반면 중국 최대 전기차 업체 BYD는 공격적 가격 전략과 다양해진 제품군을 앞세워 사상 처음으로 유럽 전기차 시장에서 테슬라를 추월했다.
유럽 소비자들의 하이브리드 차량 선호도 테슬라에겐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ACEA에 따르면 하이브리드 전기차(HEV)는 유럽 전체 자동차 시장의 35%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테슬라는 하이브리드 모델 없이 순수 전기차만 판매하고 있다.
◆ "테슬라, 위기 진입" 경고음
1~4월 누적 기준으로도 테슬라의 유럽 판매는 전년 대비 약 40% 급감했다. 라인업 정체, CEO 리스크, 중국과 전통 강호들의 공세까지 삼중고에 직면한 테슬라의 유럽 시장에서의 입지가 예전 같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각에선 "머스크가 정치 무대에 발을 들이면서 본업이 흔들리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머스크는 "앞으로 5년간 테슬라를 직접 이끌 것"이라고 밝혔지만, 향후 성과가 따라주지 않으면 투자자들의 불신은 더 커질 수 있다.
koinwo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