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칙금 납부는 확정판결에 준하는 효력"
"담당자 잘못 있더라도 피고인 절차적 권리 보장돼야"
[서울=뉴스핌] 김현구 기자 = 음주측정을 거부했다는 이유로 범칙금을 납부한 이후 동일한 사실관계로 기소됐다면 면소 처분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범칙금 납부는 확정판결에 준하는 효력이 인정되므로, 같은 사실관계에 대한 공소제기는 이중처벌에 해당한다는 이유에서다.
대법원 2부(주심 박영재 대법관)는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측정거부) 혐의로 기소된 배모 씨에게 면소를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고 28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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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사진=뉴스핌 DB] |
배씨는 2023년 6월 새벽 '술에 취해 전동휠을 운전한 사람이 가게에 있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이 음주측정을 요구했으나 응하지 않았다. 이에 경찰은 배씨에게 범칙금 통고처분을 내렸고 배씨는 범칙금 10만원을 납부했다.
하지만 이후 담당 경찰관은 배씨가 운전한 전동휠이 도로교통법 제2조, 제19호의2에서 정한 '개인형 이동장치'가 아닌 같은 조 제19호에서 정한 '원동기장치자전거'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앞선 통고처분을 오손(번복) 처리한 뒤,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고 검찰은 배씨를 재판에 넘겼다.
1심은 배씨에게 면소를 선고했다. 면소는 형사소송에서 실체적 소송조건이 결여돼 소송을 종결하는 판결을 뜻한다.
재판부는 "범칙금 납부의 통고처분을 받고 범칙금을 납부한 사람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범칙 행위에 대해 다시 처벌받지 않으므로 통고처분에 의한 범칙금 납부에 확정판결에 준하는 효력이 인정된다"며 "따라서 범칙금을 납부하면 원칙적으로 처분절차는 종료된다"고 판시했다.
이어 "담당 경찰관이나 경찰서장은 이미 범칙금의 납부가 이뤄진 사안에 대하여 임의로 통고처분을 취소할 수 없다고 할 것"이라며 "설령 담당자의 착오나 부지로 법령이 잘못 적용됐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피고인의 절차적 권리는 보장돼야 한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결국 피고인이 범칙금을 납부함으로써 범칙 행위에 대해 확정판결의 효력에 준하는 효력이 발생했다고 할 것"이라며 "이 사건 공소사실은 해당 통고처분의 대상인 범칙 행위와 그 사실관계가 동일한바, 기판력의 객관적 범위의 판단에 있어 규범적인 요소를 고려해야 함을 감안하더라도 금지된 이중처벌에 해당한다"고 부연다.
2심도 "범칙 행위 해당 여부를 검토할 권한을 가진 수사기관이 일응 범칙 행위로 판단함에 따라 이뤄진 범칙금 통고처분 및 납부의 효력은 그와 기본적 사실관계가 동일한 공소사실 전부에 미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며 1심 판단을 유지했다.
대법원도 하급심 판단이 옳다고 봤다.
hyun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