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중등 교사들 사이서 '학교란 무엇일까' 화두
매년 80조 예산 공교육 투입에도 사교육 의지
시대적 변화에 적합한 교육 방안 '학교의 몫'
[세종 = 뉴스핌] 김범주 기자 = 새 정부가 들어서면 공약 실현을 위한 다양한 계획이 짜여진다. 출범 1개월을 앞두고 있는 이재명 정부도 예외가 아니다. 교육 분야에서는 서울대 10개 만들기 등 고등교육 개혁 방안 중심의 공약이 주목을 끈다.
새 정부의 고등교육 개혁 또는 개편에 대한 기대감과는 다르게 요즘 초·중등 교사들 사이에서는 '학교란 무엇일까'라는 근본적 질문이 화두라고 한다.
매년 80조원 규모의 막대한 예산이 공교육에 투입되고 있지만, 사교육 없이는 적절한 학력 유지조차 어려운 기관으로 치부되는 것이 우리 학교의 현주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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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부 김범주 차장 |
여전히 학교 수업에 대해 관심이 없는 학부모, 공부는 학원에서 하니까 학교는 아이만 잘 돌봐주면 된다는 '돌봄' 분위기가 교사를 당황하게 하는 요인이다.
무슨 일만 터지면 '교육'으로 귀결되는 사회 분위기도 학교의 고민을 키우는 주된 원인이다. 아동학대 사건이 터지면 인권교육, 청소년 범죄가 발생하면 법교육, 디지털 성범죄가 이슈가 되면 사이버 윤리 교육을 강화하는 방안이 학교 안으로 들어온다.
최근에는 청소년의 마약 문제가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자 학교에서의 마약 예방 교육을 강화하겠다는 방안이 공개되기도 했다. 사회적 문제에 대한 대응 프로그램을 학교에 밀어 넣으면 끝나는 식의 논법이 절차처럼 여겨진다.
어쩌면 이 과정에서 학교가 제 기능을 잃었던 것은 아닐까. 학교에 온갖 주제가 더해지는 동안 학습은 오히려 학원에 맡겨져 '사회 교육은 학교에서, 진짜 공부는 학원에서'와 같은 공식이 고착화 된 것 아니냐는 의심 말이다.
다만 시대적 변화에 적합한 교육 방향을 찾는 것은 학교의 몫이다. 시간표 중심의 학교 수업 운영이 대표적이다. 디지털 대전환 시대를 맞아 학교 수업은 근대적 학교의 모습과는 달라야 한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미리 짜놓은 시간표대로 일방적으로 획일화된 수업을 하고 평가를 한다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한 고민은 향후 학교가 풀어야 할 숙제다.
학교가 온갖 민원 창구가 된 것은 이미 오래전 일이지만, 만병통치약과 같은 취급이 지속돼서는 안 된다. 사회에서 발생한 문제는 학교 울타리 밖에서 다뤄져야 한다. 모든 것을 밀어 넣는다면 결국 학교는 아무것도 못하는 기관이 될 것이다. 방치까지는 아니지만, 자율성 회복을 위한 '선택적 무관심'은 어떨까.
wideope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