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장관 후보자 18명 중 민주당 의원 8명
청문회 도입 후 현역 의원 낙마 사례 없어
각종 의혹에도 '제 식구 감싸기'…"공직자 윤리 붕괴 초래"
[서울=뉴스핌] 한태희 배정원 기자 = 더불어민주당(민주당) 국회의원들이 이재명 정부 내각에 들어가며 줄줄이 다가올 인사청문회가 요식행위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현직 의원은 후보자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낙마한 적이 없을 정도로 '국회의원=인사청문회 통과' 공식은 이어지고 있어서다.
30일 국회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29일까지 지명한 국무총리·장관 후보자는 18명으로 이 중 8명이 민주당 현역 의원이다. 전체 후보자 중 44.4%가 의원 출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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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국회사진기자단 = 이재명 대통령이 26일 국회에서 열린 제426회국회(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 2025년도 제2회 추가경정예산안에 대한 정부의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2025.06.26 photo@newspim.com |
세부적으로 보면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와 강선우 여성가족부·김성환 환경부·안규백 국방부·윤호중 행정안전부·전재수 해양수산부·정동영 통일부·정성호 법무부 장관 후보자 등이다. 정치권에서는 이같은 내각 구성은 이재명 대통령이 국정 철학을 잘 이해하는 의원을 장관으로 보내 집권 초기 정책 추진 동력을 얻고 인사청문회 위험 부담도 낮추기 위한 포석이라고 보고 있다.
문제는 의원 출신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는 '맹탕'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거대 여당인 민주당이 동료 의원인 장관 후보자에 대한 각종 의혹에도 '제 식구 감싸기'에 나설 경우 인사청문회를 사실상 무력화시킬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인사청문회 제도를 도입한 2000년 이후 현직 국회의원 출신인 후보자가 낙마한 사례는 단 한 번도 없다. 선거 과정에서 1차로 검증을 받았다지만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의원들 간 '동료 의식'이 발휘되는 경우가 많다는 게 정치권 설명이다.
지난주 끝난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회는 '현역 의원 불패'라는 정치권 풍토를 잘 보여준다. 야당인 국민의힘이 현역 의원인 김민석 후보자를 상대로 재산 형성부터 자녀 특혜까지 각종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그런데도 민주당은 검증은 끝났다며 김민석 후보자를 엄호하고 있다.
전현희 의원은 이날 민주당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정해진 법과 절차에 따라 검증을 마친 김민석 후보는 국민의 전폭적 지지를 받는 총리"라고 비호했다. 이언주 의원도 같은 회의에서 "지난주 이틀간 (김민석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의혹은 해소됐고 검증은 끝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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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김용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송언석 원내대표 등 소속 의원들이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리백화점 이재명 내각 후보자 규탄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5.06.20 pangbin@newspim.com |
이와 달리 현역 의원 출신이 아닌 장관 후보자 낙마는 자주 발생한다. 윤석열 정부에서는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김인철 전 한국외대 총장,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정호영 전 경북대병원장과 김승희 전 의원 등이 낙마했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안경환 전 법무부 장관 후보자, 박성진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 최정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 조동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 박준영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 조대엽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 등이 인사청문회 전후로 낙마했다.
이같이 현역 출신 후보자에게는 관대하고 비 의원 출신에게는 엄격한 인사청문회 악습이 자칫 공직사회 도덕성 둔감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전문가는 지적한다.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후보자라면 의원 출신이더라도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낙마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이해 충돌 방지와 김영란법 등 그동안 공직자 도덕성 기준을 높였다"며 "사전·내부 검증 단계에서 배제돼야 할 인물이 후보자가 되고 인사청문회를 통과하면 공직자 윤리의 전반적인 붕괴 현상을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