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명보다 실질적 안전·관리 시스템 개선 집중
효율성 제고 ′가치체계′ 수립 중...연말쯤 최종 확정
기업 신뢰 회복될 때까지 주택·인프라 수주 중단
[서울=뉴스핌] 조수민 기자 = 올해 초 고속도로 붕괴사고 이후 사명 교체까지 검토하던 현대엔지니어링이 기존 회사 이름은 유지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기업 이미지 재정립을 위해 사명 교체를 검토했으나 자칫 인지도 추락, 영업력 악화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사명은 유지한다는 방침이지만 당분간 중단키로 했던 신규 수주는 기업 재정비가 마무리될 때까지 유지할 방침이다. 서울-세종고속도로 붕괴사고에 대한 원인 규명과 수습이 지연된 데다 재발 방지 시스템을 갖추기 위해서는 시간이 더 필요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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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송현도 기자 = 주우정 현대엔지니어링 대표가 지난 3월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2025.03.13 dosong@newspim.com |
16일 업계에 따르면 공사현장 잇단 사고에 사명 교체를 검토하던 현대엔지니어링이 회사명을 그대로 유지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회사측은 기업 효율성을 높이는 ′가치체계′를 수립 중으로, 연말쯤 최종 여부가 결정된다는 입장이다.
사명 교체는 지난 4월 주우정 현대엔지니어링 대표가 전략기획본부장, 경영지원본부장, 재경본부장 등이 참석한 ′타운홀 미팅′에서 언급하면서 불거졌다. 현대엔지니어링은 한라엔지니어링과 합병 뒤 1982년 붙여진 사명으로, 43년 만에 교체를 추진한 것이다. 연초 서울세종고속도로에서 발생한 붕괴 사고로 10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한데 이어 경기 평택, 충남 아산 공사 현장에서 2건의 사망 사고가 발생하면서 강도 높은 기업 쇄신이 도마에 올랐다.
하지만 사명 교체 계획은 석달 만에 유지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단순한 사명 교체보다는 실질적인 안전, 직원교육, 관리 시스템 등의 대대적인 재정비가 더 중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분석된다. 시공능력평가 순위 4위까지 오른 기업으로서 기존 브랜드의 인지도 손실과 마케팅 비용 증가, 조직 내부 혼선 등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현대엔지니어링 관계자는 "사명 변경이 잠깐 언급됐던 것은 맞지만 이를 목적으로 구체적 논의가 진행된 바 없다"며 "명확하게 결정된 것은 없다. 사명 변경은 내부적으로 자유롭게 의견을 제기하는 과정에서 거론됐던 정도"라고 밝혔다. 이어 "사명을 비롯한 내부 체제는 필요가 있으면 변화를 시도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일부러 바꿀 이유는 없다"고 덧붙였다.
주택·인프라 부문 신규 수주 중단은 당분간 유지할 방침이다. 사고 이후 기업 이미지가 추락한 상황에서 민간 수주전에 소모되는 비용 대비 수주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한 것이다. 또 안전관리에 전사적 역량을 집중시켜 추가 사고 발생을 막는 것이 급선무라고 파악한 것으로 해석된다.
현대엔지니어링 관계자는 "주택 사업을 아예 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다만 사고 이후 안전을 최우선으로 체제 개선에 집중하다 보니 주택 사업 확장을 잠정적으로 연기하고 있다"며 "주택 사업 재개 시점은 예측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blue9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