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뉴스핌] 장일현 특파원 =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연정 파트너 정당들의 잇따른 이탈로 연이어 정치적 타격을 받고 있다. 당장 연정이 붕괴하지는 않겠지만 네타냐후 총리의 정국 주도력이 약화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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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9월 27일(현지시간) 유엔 총회에서 이란의 핵 무기 프로그램에 대해 발언하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모습. [사진=로이터 뉴스핌] |
16일(현지시간) AP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현 이스라엘 연정의 한 축인 초정통파 유대교 정당 샤스당이 이날 내각에서 모두 물러난다고 발표했다. 연정에서 탈퇴하지는 않지만 정부 운영에는 동참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샤스당 소속으로 종교부 장관을 역임했던 마이클 말키엘리 의원은 "네타냐후 정부가 수십 년 동안 유지됐던 하레디(Haredi·초정통파 유대교도) 학생들에 대한 병역 면제를 법제화하지 못한 것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샤스당 측은 "내각에서 물러나더라도 연정에는 남을 것"이라며 "연정을 무너뜨리는 노력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또 다른 초정통파 유대교 정당인 토라유대주의연합(UTJ)은 지난 15일 샤스당과 같은 이유로 아예 연정 탈퇴를 선언했다.
UTJ 탈퇴로 네타냐후 연정은 이스라엘 의회인 크네세트(Knesset) 내 전체 120석 중 확보 의석이 68석에서 61석으로 줄었다. 만약 샤스당이 연정 탈퇴를 선언했다면 연정 의석은 50석으로 줄어들 수 있었다. 샤스당 소속 의원은 11명으로 네타냐후 총리가 속한 리쿠드당(32명)에 이어 연정 참여 정당 중 두 번째로 많다.
하레디 학생에 대한 징집 문제는 현 이스라엘 정치권에서 가장 뜨거운 이슈로 부상해 있는 상태다.
초정통파 유대교 정당들은 하레디 학생의 병역은 면제돼야 한다는 입장이고, 일각에서는 이런 특혜를 완전히 없애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초정통파 유대교인들은 1948년 건국 이후 홀로코스트(나치의 유대인 학살)로 말살될 뻔한 문화와 학문을 지킨다는 명분으로 그 동안 병역이 면제됐다.
이스라엘 건국 총리인 다비드 벤구리온과 초정통파 공동체 간에 체결된 합의에 따라 하레디 청년들은 예시바(종교학교)에 등록하면 군 복무를 면제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지난 2023년 10월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무장정파 하마스의 기습 공격으로 시작된 가자전쟁이 장기간 지속되면서 하레디 학생도 군에 복무해야 한다는 여론이 급부상했다.
작년 6월에는 대법원이 이들의 병역 면제가 위헌이라고 판결하고, 지난 6일에는 이스라엘군이 하레디 5만4000명에게 징집 통지서 발송을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초정통파 유대교 세력이 크게 반발했고, 최근 이들에 대한 병역 면제를 위한 입법이 계속 지연되면서 갈등은 더욱 첨예화됐다.
야당은 샤스당의 퇴진을 계기로 내년 10월 이후 실시될 예정이었던 총선을 앞당겨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네타냐후 내각은 사실상 소수 정부"라며 "이스라엘의 미래에 대한 중요한 결정을 내릴 권한이 없다"고 말했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네타냐후가 샤스당의 내각 이탈로 또 한번 정치적 타격을 입었다"면서도 "샤스당 등이 야당과 힘을 합쳐 정부 정복을 추진하지 않는 이상 조기 총선이 실시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