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뉴스핌] 장일현 특파원 =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이끄는 이스라엘의 연립정부가 초정통파 유대교 정당의 탈퇴로 의회 내 우위가 단 1석으로 줄어들어 언제든 연정이 붕괴될 수 있는 위태로운 상황에 처하게 됐다고 로이터 통신이 1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스라엘 의회인 크네세트(Knesset)는 전체가 120석으로, 이날 현재 네타냐후 연정이 갖고 있는 의석은 61석에 불과하다.
![]() |
베냐민 네타냐후(왼쪽 끝) 이스라엘 총리가 14일(현지시간) 의회에서 이스라엘 카츠 국방장관, 이타마르 벤그비르 국가안보장관과 함께 의사 일정을 지켜보고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강성 보수 성향의 초정통파 유대교 정당인 토라유대주의연합(UTJ)은 이날 네타냐후 정부가 초정통파 유대교도(하레디)에 대한 군 복무 면제를 보장하지 않는다며 연정 탈퇴를 선언했다. 이에 따라 네타냐후 연정이 확보한 의석은 68석에서 61석으로 줄어들게 됐다.
로이터 통신은 "UTJ와 긴밀한 동맹을 맺고 있는 또 다른 초정통파 유대교 정당인 샤스당도 (상황에 따라) UTJ를 뒤따라 연정에서 탈퇴할 가능성이 있다"며 "네타냐후 총리가 받는 정치적 압박이 아주 커졌다"고 말했다.
초정통파 유대교 정당들의 동요는 이스라엘의 징병제 변화에 따른 이견과 갈등 때문이다.
전통적으로 초정통파 유대교인들은 병역이 면제됐다. 1948년 건국 이후 홀로코스트(나치의 유대인 학살)로 말살될 뻔한 문화와 학문을 지킨다는 명분이었다.
정통 유대교 지도자들은 젊은이들이 성경 연구에 전적으로 헌신하는 것은 신성불가침이라고 주장하면서 만약 이들이 군에 입대하면 종교 생활에서 벗어나게 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하지만 2023년 10월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무장정파 하마스의 기습 공격으로 시작된 가자전쟁으로 상황이 크게 변했다.
전쟁이 길어지고 병력 부족이 심해지자 네타냐후 정부는 초정통파 유대교도를 대상으로도 징집을 추진했다.
지난해 6월에는 이스라엘 대법원이 이들의 병역 면제가 부당하다는 판결을 내렸다. 지난 6일 이스라엘군은 하레디 5만4000명에게 징집 통지서 발송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군 당국이 징집을 준비하자 초정통파들은 거리 시위에 나서는 등 반발했다.
로이터 통신은 "의회는 새로운 징병제 법안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현재까지 UTJ의 요구를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네타냐후 내각이 조만간 붕괴하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연정 탈퇴는 48시간 이후 효력이 발생하기 때문에 네타냐후 총리가 갈등을 봉합하기 위한 시간을 벌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다.
협상에 실패하더라도 이스라엘 의회가 7월 말에 3개월 동안의 여름 휴회에 들어가기 때문에 10월 말까지는 극적인 정국 파탄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또 이미 지난달 야권에서 하마스 대응 실패와 극우와의 연정 등에 책임을 물어 의회 해산안을 발의했으나 한 차례 부결됐다. 의회법에 따라 중대한 상황 변화가 없는 한 6개월간 재상정은 불가능하다.
한편 이스라엘에서는 2019년 이후 다섯 차례의 총선이 실시됐다. 의석은 전국 정당 명부에 비례대표제로 할당되며, 각 정당은 3.25%의 득표율을 달성하면 의석을 확보할 수 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오늘 총선이 치러진다면 네타냐후 연립 정부가 패배할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