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의 본질 집요하게 탐색 한국 시단의 영토 확장
고독한 문학적 운둔자 내지 수행자로서 시 쓰기
[대구=뉴스핌] 김용락 기자= "누에 암나방은 다섯번째 탈피를 마치면 알을 낳은 뒤 입이 퇴화되어 점차 먹지 못해 죽는다 누에 암나방은 태어날 때 이미 눈이 없다"('어떤 입을 보고 입을 다물었다' 전문)
지적이고 유니크한 시풍으로 존재의 본질을 집요하게 탐색해, 한국 시단의 영토를 확장하고 있는 송재학 시인이 자신의 열두 번째 시집 '습이거나 스페인'(문학과지성사)을 펴내고 이를 기념하는 북토크를 신용목 교수(계명대 문창과)의 진행으로 26일 오후4시 대구 교보빌딩에서 개최했다고 27일 밝혔다.
송재학 시인은 1986년 시단에 등단해 1988년 첫시집을 출간한 이래 39년 동안 12권의 시집을 발간한 중견시인으로 이번 시집을 낸 소감에 대해 "뭔가 한 가지 일은 한 것 같다"라는 소회를 밝히면서 토크를 시작했다.
송 시인은 지금까지 총 2천5백여 편의 시를 썼고 그 가운데 절반은 버리고 나머지 절반 중 골라서 시집을 엮었으며, 지난 수십 년 동안 자택과 사무실과 작업실을 삼각형으로 오가는 루틴한 생활을 했고, 극소수 문인 외 일반인을 만난 건 아내뿐이라고 밝혀 자신이 고독한 문학적 운둔자 내지 수행자로서 시 쓰기를 해왔다는 사실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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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김용락 기자]중견 송재학 시인이 열두 번째 시집 '습이거나 스페인' 북토크를 열었다. 2025.07.27 yrk525@newspim.com |
그는 프랑스의 소설가 플로베르의 '일물일어설(一物一語說)'을 언급한 후 자신은 '일물다어성'을 믿는다고 말했다. 모든 사물은 양면성이 있고 이 양면성이 시의 공간을 확장 시킨다고 주장했다.
자기 시의 출발을 신라시대 '향가'라고 밝히고 이두문자가 훈독문자로 바뀌고 다시 현대어로 번역될 때 느끼는 울림은 각각 다르다고 주장한 후, 이것을 자신은 언어의 주술성이라고 보고 거기에 매료됐다고 말했다.
이어 한 때 자신은 홍명희, 김성동, 김원일 같은 우리 말이 풍부한 작가들의 작품을 읽고 거기서 어휘를 뽑아 350쪽짜리 사전을 만들기도 했다고 밝혀서 그가 언어에 민감한 시인이라는 사실을 증명했다.
릴케, 보르헤스, 한유, 이상과 같은 시인을 열독했다고 하면서 자신은 사물을 감각적으로 파악하고, 시를 쓸 때 자료를 많이 모으는 편인데 그때 시에 대한 생각이 부풀거나 방향성이 생긴다는 자신의 시관을 밝히면서 2시간의 북토크를 마무리 했다.
한편 송재학 시인은 1955년 경북 영천 출생으로 '세계의 문학'으로 등단한 후 '얼음시집' '검은색'을 비롯해 12권의 시집을 냈고 소월시문학상, 전봉건문학상, 목월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현재 대구에서 치과병원을 운영하고 있다.
yrk525@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