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정 국가안보법 첫 적용…최대 징역 12년 가능성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세계 최대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업체인 대만 TSMC 전·현직 직원이 최첨단 기술을 유출한 혐의로 구속됐다.
5일(현지시간) 대만 중앙통신에 따르면, 대만 고등검찰서 산하 지적재산권분서는 지난달부터 TSMC의 2㎚((나노미터·10억분의 1m)공정 기술 유출 사건에 대해 수사를 진행했으며, 법원은 국가안보법 위반 혐의로 피의자 3명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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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SMC 로고 [사진=블룸버그] |
대만 고등검찰서 지적재산권분서는 지난달부터 TSMC 전현직 직원 9명에 대해 수사를 진행해왔다. 지적재산권분서는 직원들의 거주지와 북부 신주과학단지 내 도쿄일렉트론(TEL)을 압수 수색한 결과를 바탕으로 천모 씨와 우모 씨, 거모 씨 등 3명을 국가안전법 위반 혐의로 구속했다.
검찰 관계자는 TSMC 통합시스템 부문에서 퇴직 후 TEL 엔지니어로 이직한 천씨가 TSMC에서 일하던 우씨 등과 2023년 말부터 접촉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우씨와 거씨는 회사 모니터에서 휴대전화로 촬영한 2나노 공정 기술 도면을 천씨에게 제공했으며, 유출된 도면이 약 1000여장에 달한다고 전했다. 우씨 등은 재택 원격근무를 하면서 회사에서 지급받은 노트북으로 사내 인트라넷에 접속해 기밀문서를 열람해 범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만 검찰은 TSMC 직원들이 자주 방문하는 커피 전문점부터 고속철도역 주변까지 광범위하게 감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2명은 커피 전문점에서 체포됐다.
이번 사건에는 2022년 5월 국가안전법이 개정된 후 반도체 기술과 관련한 '국가핵심관건기술 영업비밀의 역외사용죄'가 처음 적용됐다. 해당 법률이 적용되면 최고 징역 12년과 최대 1억 대만달러(한화 약 46억원) 벌금에 처할 수 있다.
이번 사건은 일본 정부와 8개 민간기업이 공동 출자한 반도체 기업 라피더스 주주인 TEL과 관련된 것으로 알려졌다.
TSMC는 "회사 이익에 손해를 끼치는 행위에 대해 절대 용인할 수 없다"며 강경 대응 방침을 밝혔다. 이어 "조사에 최대한 협조하고 최근 이직을 준비하는 직원에 대한 전면 조사에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라피더스나 TEL 측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아직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TSMC의 기술 유출이 일본 기업과 연관됐다는 소식이 대만 사회에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TSMC에 내부 스파이가 있다는 의혹이 이전부터 반도체 업계에 퍼지면서 중국 본토 기업이 의심받았으나 조사 결과 일본 기업인 것으로 밝혀졌다고 경제일보 등 대만 현지매체들은 보도했다.
다만 유출된 도면 등이 TEL을 포함한 외부 업체로 넘어갔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조사 중이다.
alice0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