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공직자 27명 포함…경제인·노조원 등 대규모 사면
여 "국민 통합" vs 야 "최악의 정치 사면"
시민사회 엇갈린 시선…'너무 이른 결정' 회의론도
[서울=뉴스핌] 박성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 부부, 윤미향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주요 정치인을 포함한 대규모 광복절 특별사면을 단행했다. 이번 조치가 국민 통합과 경제 회복, 정치 갈등 해소라는 정부의 명분대로 작동할지, 아니면 '내 편 챙기기' 논란 속에 정치 불신을 키울지가 정국의 최대 변수로 부상했다.
이번 특별사면에는 정치인·공직자 27명을 비롯해 경제인, 노조원 등 각계 인사들이 포함됐다. 대통령실은 "국민 통합과 민생 경제 회복을 위한 결단"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조국 전 대표 사면은 시민사회 일부의 사면 요구 등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문재인 전 대통령부터 친문(친문재인)계 여권 의원까지 조 전 대표의 사면을 강하게 요구해 왔다.
그러나 시기상 '취임 두 달 만'이라는 점, 그리고 사면 대상 다수가 여권과 가까운 인사라는 점에서 '정치 보은'이라는 비판도 동시에 제기된다.
![]() |
[서울=뉴스핌] 이재명 대통령이 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전국 시·도지사 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2025.08.01 photo@newspim.com |
조국 전 대표는 자녀 입시비리 사건으로 징역 2년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었으나 이번 사면으로 형 집행이 면제되고 복권됐다. 이에 따라 향후 정치권 재진입 가능성이 급격히 높아졌다.
윤미향 전 의원은 위안부 후원금 횡령 혐의로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를 선고받았으나, 복권으로 정치 활동에 제약이 사라졌다. 이외에도 정경심 전 교수, 최강욱 전 의원, 조희연 전 서울시교육감 등 여권 인사 다수가 포함됐다.
여권은 대체로 환영하는 분위기다. 민주당은 "국민 눈높이와 시대적 요구를 반영한 조치"라고 평가했고, 조국혁신당은 "이재명 국민주권정부가 출범했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환영 입장을 밝혔다.
반면 국민의힘은 "최악의 정치 사면"이라고 규정하며 "국민 통합이 아니라 측근 챙기기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정의당도 "사회적 공정성과 정의를 훼손했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시민사회 반응도 엇갈린다. 일각에서는 '정치보복 악순환을 끊는 계기'로 평가했지만, 다수 여론에서는 '너무 이른 사면'이라는 회의론이 적지 않다. 도덕성과 윤리성 문제를 이유로 국민 통합 효과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높다.
역대 대통령들이 취임 후 첫 사면에서 정치인을 대거 포함한 경우는 드물다. 김대중·노무현 정부는 비전향 장기수나 양심수 중심의 사면을 단행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14년, 문재인 전 대통령은 2017년 각각 취임 후 첫 특별사면에서 주로 생계형 민생사범을 대상으로 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은 2022년 첫 사면에서 경제 활성화와 노사 통합을 기조로 삼고 정치인 사면은 최소화했다.
![]() |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진=뉴스핌DB] |
이번 사면으로 조국·윤미향 전 의원 등은 정치 복귀가 가능해졌다. 내년 지방선거나 재보궐선거 출마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특히 민주당과 조국혁신당 간의 관계가 향후 여권 구도에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협력 구도가 형성될 수도 있지만, 친명계·친문계 간의 미묘한 경쟁이 재점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야권은 강력한 반발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사면권 남용' 프레임을 고리로 이 대통령의 도덕성과 공정성을 공격하며 지지층 결집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정치 혐오와 신뢰 약화라는 부정적 파급효과도 우려된다.
단기적으로는 이 대통령 지지율에 충격을 줄 수 있지만, 사면 이후 정치 지형 재편에 따라 반등의 기회가 될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사면이 국민 통합으로 이어지려면 이후 정치권과 정부의 행보가 관건이라는 분석이다.
대통령실은 "사회적 통합과 분열 혹은 갈등의 계기가 됐던 상징적 인물에 대해 사면을 통해서 사회적 결합과 화해, 대통합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의지를 보여준 사면"이라고 평가했다.
parksj@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