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죄 헌법불합치가 전면 허용 뜻하지 않아" 성명
종교적 신념 등 의료인 거부권 명확 규정 요구
[서울=뉴스핌] 조준경 기자 = 대한의사협회가 최근 국회에 발의된 임신 주수에 무관하게 인공임신중절을 할 수 있는 법안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며 입법 중단을 요구하고 나섰다.
의협은 14일 성명을 통해 "최근 국회에서 임신 주수나 사유에 제한 없이 인공임신중절을 허용하면서 의사의 신념과 무관하게 거부할 수 없도록 하는 법안이 발의됐다"면서 "국민의 생명권 보호 및 여성건강 증진이라는 가치에 반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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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DB] 대한의사협회 |
더불어민주당 남인순·이수진 의원이 각각 대표 발의한 모자보건법 개정안은 사유 제한 없이 인공임신중절을 허용하고 수술뿐 아니라 약물 사용도 가능하도록 했다. 이에 더해 인공임신중절에 건강보험을 적용할 수 있는 근거 조항도 삽입했다.
의협은 "개정안은 약물을 통한 인공임신중절을 명문화하고 있으나 이는 여성의 안전성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원칙을 간과했다"면서 "현재 국내에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를 받은 인공임신중절 의약품이 전무하며 해외에서 사용되는 약물조차 그 안전성이 완전히 검증되지 않았다"고 경고했다.
이어 "해당 의약품은 과다출혈, 극심한 복통, 구토, 감염 등 심각한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으며 불완전 유산으로 인해 추가적인 수술이 필요한 경우도 있다"며 "특히 자궁 외 임신이거나 과거 제왕절개 경험이 있는 여성에게는 자궁 파열이나 영구 불임과 같은 치명적인 합병증을 초래할 수 있다. 이처럼 의학적 안전성이 담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약물에 의한 인공임신중절을 허용하는 것은 여성의 건강권을 위협하는 처사"라고 강조했다.
개정안들이 헌법재판소의 결정 취지를 곡해했다는 비판도 이어졌다. 2019년 헌재의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은 낙태를 전면 허용하라는 의미가 아니었다는 지적이다.
의협은 "헌재는 결정문에서 임신 기간 전체에 걸쳐 모든 낙태를 처벌할 수 없게 되면 '용인하기 어려운 법적 공백'이 생긴다고 명시하며 태아의 생명권 보호와 여성의 자기결정권이 조화를 이루는 입법을 촉구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공임신중절의 허용한계를 전부 삭제하는 것은 태아의 생명권을 인정한 과거 헌재의 결정을 왜곡하고 생명윤리 가치를 훼손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건강보험 적용에 대해서는 "국민건강보험법은 질병, 부상, 출산, 사망 등에 대한 예방과 치료, 재활, 건강증진에 대해 보험급여를 실시하도록 명시하고 있으며 개인의 선택에 의한 인공임신중절은 이 중 어느 것에도 해당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현재 피임 시술조차 비급여인 상황에서 생명을 중단시키는 행위에 건강보험 재정을 투입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연간 수백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는 재정을 투입하는 것은 한정된 재정에서 희귀질환자 등 절실한 치료가 필요한 다른 환자들의 기회를 박탈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의협은 특히 의료인의 법적 책임 범위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는 점을 지적했다. 의료인이 생명윤리나 종교적 신념에 따라 인공임신중절 시술을 거부할 수 있는 권리를 제도적으로 보장하라는 지적이다.
의협은 "태아의 생명권을 존중하고 여성의 건강을 최우선으로 보호하는 원칙 아래 인공임신중절 문제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선행돼야 함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며 "국회는 당장 경솔한 입법 추진을 중단하고 헌법재판소 결정의 취지에 부합하게 의료진과 국민을 보호하는 개정안을 발의하기를 강력히 촉구한다"고 전했다.
calebca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