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김애란, 영화감독 장재현 이어 수상
9월 15일 예술극장 필름포럼서 시상식
[서울=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 올해로 3회째를 맞는 최인호청년문화상 수상자로 장기하 뮤지션 겸 음악감독이 선정됐다. 쿨투라문화예술연구소에서 주관하는 최인호청년문화상 운영위원회(위원장 이장호)는 3일 언어와 음악의 경계를 넘나들며 한국 대중음악에 새로운 미학적 성취를 일궈낸 장기하를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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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 가수 장기하. [사진 = 두루두루 아티스트 컴퍼니]025.09.03 oks34@newspim.com |
'최인호청년문화상'은 최인호 선생의 문학과 문화예술에 대한 업적을 기리며, 한국청년문화의 지평을 넓히는 데 기여한 이를 시상하고자 2023년 최인호 선생 서거 10주기를 맞아 제정하였다. 운영위원회 측은 장기하에 대해 "언어와 음악의 경계를 넘나들며 한국 대중음악에 새로운 미학적 성취를 일궈냈다"면서 "장기하의 음악은 단순한 노랫말과 멜로디를 넘어, 언어의 리듬을 사운드화 하고 일상의 호흡을 음악적 문법으로 치환하는 독창성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최인호청년문화상'의 1회 수상자는 소설가 김애란, 2회 수상자는 영화 '파묘'의 감독 장재현이었다. 제3회 최인호청년문화상 운영위원은 이장호 영화감독(위원장), 김홍신 작가, 손정순 쿨투라 대표가 참여하였으며, 심사는 유성호(위원장, 문학평론가), 이광호(문학·영화평론가, 문학과지성사 대표), 김태훈(음악칼럼니스트, 문화평론가), 윤성은(영화평론가) 네 분의 전문가를 위촉하여 진행했다.
제3회 최인호청년문화상 수상 상금은 1천만 원이며, 시상식은 오는 2025년 9월 15일 월요일 오후 6시 30분, 이대 후문에 위치한 예술극장 필름포럼에서 열린다. 또한 시상식 전 오후 5시에는 최인호 원작 '고래사냥' 학술집 출간기념 사인회와 '고래사냥' 시네콘서트가 펼쳐진다.
[장기하 수상 소감]
안녕하세요, 장기하입니다. 귀한 상을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제게 상이라는 것을 받을 자격이 있는지, 그 자격이란 어떤 것인지 저는 잘 알지 못합니다. 하지만 선정위원님들께서 제게 자격이 있다고 판단하셨다면, 그건 분명 있다는 뜻이라 믿습니다. 감사히 받겠습니다. 그리고 이 기회에 제가 음악을 시작하던 무렵을 잠시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려 합니다.
왜 음악을 하기로 했는가, 떠올리려는 순간 상을 받으려는 두 손이 그만 부끄러워지는 것을 느낍니다. 그다지 큰 뜻은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냥 행복하게 살고 싶었습니다. 행복하게 살려면 재밌는 걸 해야 한다. 재밌는 게 음악밖에 없다. 그러니 음악을 해야 한다. 그것이 제가 스무 살 무렵에 하게 된 생각입니다. 당시의 저는 알을 갓 깬 아기새와도 같았습니다. 그래, 제대로 음악을 해보겠어, 라는 생각에 한껏 고무되어 무엇이든 흡수할 준비가 되어 있었던 것입니다. 그때 운 좋게도 70년대 전후의 다양한 우리 가요를 진지하게 들어볼 기회가 생겼습니다.
제 입장에선 한두 세대 앞선 음악으로, 십대 때에는 들어본 적이 없는 노래들이었죠. 그 음악들이 저의 어미새가 되어주었습니다. 거기에는 낭만이 있었습니다. 정교함은 좀 떨어지기도 했습니다. 노래의 음정이나 연주의 박자가 조금씩 (혹은 많이) 어긋난 곡들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런 점이 오히려 더 마음에 들었습니다. 여유와 멋으로 느껴졌습니다. 또 제가 듣기엔 동시대 음악보다 더 독특했습니다. 영미권 대중음악과 우리 전통음악의 요소들이 묘한 비율로 섞여 독창성을 자아내는 곡들이 많았죠. 그리고 무엇보다 제 마음을 사로잡은 것은 음악이 품은 '말'이었습니다.
당시의 노래들 속에는 우리가 평소에 쓰는 것과 별로 다르지 않은 '말'이 펄떡펄떡 살아 숨 쉬고 있었습니다. 내 언어로 내 이야기를 한다, 라는 소박하면서도 당당한 분위기가 감돌고 있었던 것입니다. 나도 저렇게 생생한 말을 내 노래에 담아야겠다. 그게 당시의 제가 했던 생각입니다. 그리고 그 생각은 그 이후 단 한 번도 변한 적이 없습니다. 저의 어미새가 되어준 음악들의 시대와 최인호청년문화상이 깊은 연관이 있는 것으로 압니다. 그래서 제게는 이 상이 더욱 뜻깊습니다.
저는 지금 첫 솔로 정규음반을 만들고 있습니다. 즐겁고도 고된 나날들입니다. 이런 시기에 주시는 상입니다. 매우 큰 힘이 됩니다. 그래, 또 하나 재밌게 만들어 봐라, 하고 등을 두드려주시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네, 또 한 번 재밌게 해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지금은 왜 음악을 계속하고 있나, 생각해보니, 여전히 그대로네요. 행복하기 위해. 재밌으니까. 그게 다입니다.
이런 저의 음악을 함께 즐겨주시는 분들이 많이 계시다니, 정말 기적과도 같은 일이란 생각이 새삼 듭니다. 상을 받는 것은 정말 기쁩니다. 하지만 그보다 더 기쁜 일은 누군가 제 음악을 들어준다는 것, 그리고 거기서 무엇이든 느껴준다는 것입니다. 제 음악을 들어주신, 듣고 계신, 그리고 들어주실 모든 분들과 수상의 기쁨을 나누고 싶습니다. 다시 한번 귀한 상 주셔서 감사합니다. oks3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