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호 명예회장 퇴진·후계 구도 해석 분분, 재계는 갈등설 확대
DB그룹은 "총수 오너십 흔들림 없다, 경영권 분쟁설 자체가 황당"
[서울=뉴스핌] 이윤애 기자 = DB그룹의 김준기 창업회장과 장남 김남호 명예회장의 갈등설 및 경영권 분쟁설이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DB그룹이 김 창업회장의 영향력을 강조하며 경영권은 과거에도 현재도 흔들린 적이 없고 분쟁은 애초에 발생할 수 없는 사안이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기 때문이다. 김남호 명예회장이 5년간 회장직을 맡았던 부분을 재계에서는 '경영권 승계'로 해석했지만 그룹 측은 오너와 전문경영인이 번갈아 경영을 맡는 DB경영시스템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10일 금융권과 재계에 따르면 지난 6월 그룹을 이끌던 김남호 회장이 갑작스럽게 명예회장으로 물러나고 80대인 이수광 전 DB손해보험 사장이 신임 회장으로 선임되면서 갈등설은 수면 위로 떠올랐다. 올해 50세인 김 명예회장이 일찍이 '명예회장' 직함을 단 점도 이례적으로 받아들여졌다.
![]() |
김준기 DB그룹 창업회장 [사진=뉴스핌DB] |
당시 DB그룹은 "능력이 검증된 전문경영인을 중심으로 사업 경쟁력과 생존력을 높이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전 사장이 김 창업회장의 최측근이라는 점에서 "부친의 의중이 반영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뒤따랐다. 일각에서는 2021년 DB하이텍 매각 추진 과정에서 이미 부자 간 불화가 시작됐다는 분석도 내놨다.
또한 김 명예회장의 누나인 김주원 부회장이 차기 후계자로 부상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더해지며 갈등설은 확대됐다. 김 명예회장의 사내이사 임기는 2027년 3월까지지만, 내년 주총에서 자진 사퇴하거나 특별결의로 해임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일부에서는 김 명예회장이 법무법인 선임을 검토하며 법적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는 얘기도 흘러나왔다.
부자 간의 갈등설에 힘을 보태는 것은 양측 간에 팽팽한 지분 구도다. 김 명예회장은 DB 지분 16.8%, DB손해보험 9.0%를 보유해 부친보다 많지만 김주원 부회장이 가진 DB 9.9%, DB손해보험 3.2%가 더해지면 상황은 달라진다. 다만 DB김준기문화재단과 계열사 지분 등을 포함한 특수관계인 지분을 종합하면 김 창업회장의 영향력이 여전히 절대적이라는 평가가 우세하다.
![]() |
[서울=뉴스핌] 심지혜 기자 =김남호 DB그룹 명예회장. [사진=DB그룹] 2021.01.04 sjh@newspim.com |
이와 관련해 DB그룹은 부자 갈등과 경영권 분쟁설 자체를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그룹 측은 김 창업회장이 과거부터 현재까지 총수로서 흔들림 없이 오너십을 유지해왔으며 경영권이 위협받은 적은 없다고 강조한다.
김 창업회장은 2017년 성폭행·성추행 의혹으로 회장직에서 물러났을 당시 금융감독원장을 지낸 이근영 동부화재 고문을 전문경영인 회장으로 세워 3년간 경영을 맡겼다. 이후 2020년 김 명예회장이 회장직을 이어받았지만 그룹은 이를 '경영 승계'라기 보다는 'DB경영시스템'에 따른 것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DB그룹 관계자는 "DB그룹은 지배구조, 경영체제, 기업문화 모든 면에서 경영권 분쟁이 있을 수 없는 기업"이라며 "구체적인 근거 없이 이런 이야기가 나오는 것 자체가 황당하다"고 말했다.
yuny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