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건설부문 매출비중 30.5% 불과...2분기 영업이익 적자전환
지난해부터 우태희 단일대표 체제로 전환...리더십 중공업부문 편중
건설부문 대구 등 사업장서 PF 채무인수...미분양 등 리스크 현실화 우려
[서울=뉴스핌] 조수민 기자 = 중공업부문 호실적 영향으로 기업 외형이 커지고 있지만 건설부문에선 건전성 확보가 좀처럼 이뤄지지 않아 취임 2년차를 맞은 우태희 효성중공업 대표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수주 위축과 책임준공 불이행으로 인한 채무 인수 등 악재가 겹치며 경쟁력이 뒷걸음질하고 있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효성중공업의 매출비중은 중공업부문 69%, 건설부문 30.5%다. 2023년에는 중공업 60%, 건설업 39.5%였지만 지난해 중공업 63.3%, 건설업 36.1%로 변화한 후 올해 건설부문의 매출 기여가 더욱 줄어든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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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성중공업 사업부문별 매출액 및 매출비중 [그래픽=홍종현 미술기자] |
업황 호황을 맞은 중공업부문이 성장한 영향이 크지만 동시에 건설업부문의 자체적 성과가 부진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건설부문 매출은 지난해 상반기 8390억원에서 올해 상반기 7933억원으로 축소됐다. 특히 올해 2분기에는 건설부문 영업이익이 적자전환하며 기업 전체 수익성의 리스크 요인으로 꼽히기도 했다.
이는 효성중공업의 리더십 변화와 관련이 깊다. 효성중공업은 2022년 3월부터 2024년 3월까지 중공업과 건설업 각 부문에서 1명씩 대표를 맡는 각자 대표 체제를 유지했다. 대우건설에서 주택사업본부장, 건축·주택 상품 개발 및 외주구매본부장 등으로 일한 바 있는 양동기 전 건설부문 대표를 영입하면서 건설 수주와 시공 역량 강화에 힘썼다.
양 전 대표 합류 후 건설부문 실적은 상승세였다. 매출은 2021년 1조2770억원에서 2022년 1조4948억원으로, 2023년 1조6964억원으로 확대됐다. 분양성이 우수한 수도권 사업장과 공사비 회수가 원활한 공공사업 위주 수주 전략으로 일감을 확보했기 때문이다.
양 전 대표의 임기만료 후 효성중공업은 전사 총괄 1명이 대표를 맡는 방식으로 전환했다. 지난해 우 대표가 전사 총괄로 합류했다. 우 대표는 27회 행정고시로 공직에 입문한 후 산업통상자원부에서 주력시장협력관(국장), 산업기술정책관, 통상교섭실장, 통상차관보 등으로 일했다. 이후 산자부 2차관을 역임하면서 주로 수소, 원전 등에 대한 정책을 다뤘다. 공직에서 물러난 뒤에는 대한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을 지냈다.
우 대표는 산업통상 분야 전문성과 에너지 분야 경험을 바탕으로 중공업부문의 전력사업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우 대표는 올해 들어 "전력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고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총체적인 대응이 필요한 시점(효성중공업 기술혁신포럼)", "정부가 추진하는 에너지 고속도로와 같이 고도의 신뢰성이 요구되는 송변전 특수설비의 안전성이 강화되고 국내 기술의 글로벌 경쟁력이 향상될 것(한국전기안전공사 업무협약식)" 등 전력사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반면 공식석상에서 건설업 언급 빈도는 다소 낮다.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 "중공업과 건설 분야에 대해 오랜 경험과 폭넓은 지식을 축적했다"고 밝힌 바 있으나 같은날 "중전기 분야는 산업 에너지의 핵심", "미래 전력망 구축 등 신사업에 끊임없이 도전하겠다" 등 전력사업을 언급한 내용과는 온도차가 존재한다. 업계에서는 우 대표가 건설업 경력이 전무한 만큼 우 대표의 역량이 중공업에 쏠린 것으로 평가한다.
다시 리더십에 변화가 있지 않는 한 향후에도 효성중공업의 중공업 집중 및 건설업 부진 기조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올해 상반기 건설부문의 수주액은 6561억원으로 중공업부문(5조2038억원)과 차이가 크다. 2023년 상반기(7694억원), 지난해 상반기(8390억원)와 비교해도 확보해둔 일감이 적다.
이에 따라 기업 내 중요도가 줄어든 건설부문에 주어진 과제는 '사업 확대'보다 '리스크 관리'가 될 전망이다. 다만 리스크 관리 또한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효성중공업은 지난 2월 대구 상동 공동주택 사업과 관련해 시행사 더퍼스트에스제이의 채무 1389억원을 인수했다. 이 사업에 대해 책임준공 약정을 체결한 바 있으나 2월 10일로 설정된 기한까지 의무를 지키지 못하면서다. 지난 1월에는 대구 신천동 주상복합 사업에 제공한 책임준공 의무를 지키지 못해 시행사 한영아이앤피의 채무 436억을 떠안았다. 진행 중인 사업장 곳곳에서 시행사와의 신뢰에 금이 가는 모습이다.
효성중공업 측은 리스크 대응을 위한 선제적 조치라는 입장이지만 해당 사업장들에서의 공사비 회수 가능성도 불투명하다. 2곳 모두 '미분양의 무덤'으로 불리는 대구 내에서도 주목도가 적은 지역에 위치한 사업장이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올해 상반기 기준 공사가 진행되고 있는 사업장 다수가 지방에 위치한 만큼 분양 흥행에 대한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 이 때문에 향후 효성중공업의 전체 실적은 중공업부문 단일 엔진 체제가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효성중공업 관계자는 향후 사업 전략에 대해 "결정된 것이 없다"고 말했다.
blue9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