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7월 총선 이후 세 번째 총리 실각
[런던=뉴스핌] 장일현 특파원 = 세바스티앙 르코르뉘 프랑스 총리가 6일(현지 시간) 사임했다. 지난달 9일 총리에 임명된 지 27일 만이다. 이로써 프랑스 정국은 극도의 혼란과 불확실성 속에 빠지게 될 전망이다. 프랑스 야권은 즉각적인 총선 실시를 촉구했다.
![]() |
세바스티앙 르코르뉘 프랑스 총리. [사진=로이터 뉴스핌] |
프랑스 엘리제궁은 이날 "르코르뉘 총리가 사직서를 제출했고,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이를 받아들였다"고 발표했다.
르코르뉘 총리는 성명을 통해 "총리로서의 직무를 수행할 수 있는 조건이 충족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프랑스 일간 르몽드는 "르코르뉘 총리가 새 정부 출범 몇 시간 만에 사임을 발표했다"며 "그는 프랑스 역사상 최단 기간 총리라는 기록을 남기게 됐다"고 말했다.
르코르뉘 총리의 이날 사임은 프랑스 정치권에서도 전혀 예상치 못했던 일이었던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마크롱 대통령은 전날 르코르뉘 총리의 제청으로 재무장관과 국방장관 등 내각의 주요 장관들을 임명했다. 르코르뉘 총리는 이날 오후 새로 임명된 장관들과 첫 내각회의를 개최할 예정이었다.
로이터 통신은 "르코르뉘 총리는 새 내각이 구성된 지 불과 14시간 만에 사임을 발표했다"고 말했다.
프랑스 정국은 전례없는 격변과 혼란에 빠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프랑스 정치권은 2026년도 긴축예산안을 놓고 격렬하게 충돌하고 있다. 집권 여당과 극우 세력, 좌파 진영 등 3대 정치 세력이 의회를 3등분하고 있고, 서로 자기 주장을 굽히지 않아 협상이나 타협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특히 극우 세력과 좌파 진영이 마크롱 정부의 예산안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총리가 잇따라 실각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작년 12월에는 미셸 바르니에 총리가, 지난달에는 프랑수아 바이루 총리가 야권이 주도한 불신임 투표로 물러났다. 이번 르코르뉘 총리까지 포함해 작년 7월 총선 이후 3명의 총리가 제대로 정부를 운영하지도 못한 채 자리를 떠나게 된 것이다.
야당은 마크롱 대통령을 거세게 몰아붙이고 있다.
극우정당인 국민연합(RN)을 이끌고 있는 마린 르펜 의원은 엑스(X·옛 트위터)에 "마크롱주의는 무너졌다"며 "그는 이제 국회 해산과 사임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그것도 신속하게"라고 적었다.
극좌 정당인 굴복하지않는프랑스(LFI) 진영에서는 마크롱 대통령의 사임을 주장하고 있다. 장뤼크 멜랑숑 대표는 마크롱 대통령의 사임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발의했고, 마틸드 파노 의원은 엑스에 "이제 카운트다운이 시작됐다. 마크롱 대통령은 물러나야 한다"고 했다.
르몽드는 "마크롱 대통령이 앞으로 어떻게 국정을 운영할 지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며 "지금까지 그는 조기 총선을 실시하라는 요구에 저항해 왔고, 2027년 자신의 임기가 끝나기 전에 스스로 물러날 가능성도 배제해 왔다"고 말했다.
로이터 통신은 프랑스는 "프랑스는 1958년 프랑스 제5공화국 출범 이후 이렇게 심각한 정치적 위기를 겪은 적이 없었다"고 말했다.
프랑스 증시와 환율도 요동치고 있다. 르코르뉘 총리 사임이 전해지자 프랑스 증시는 2% 이상 하락했고, 유로화는 0.7% 하락해 1.1665 달러에 거래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