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을 것 없는 민주당, 가미카제식 공격 펼치고 있어"
법 우회해 연방공무원 급여 소급 지급 거부 으름장도
관제사 등 인력 부족으로 공항 운영 차질 발생하기도
[워싱턴=뉴스핌] 박정우 특파원 = 미국 연방정부가 일시적 업무정지(셧다운) 사태 일주일째를 맞은 7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야당인 민주당을 향해 '가미가제식 자폭 행위를 하고 있다'고 비난하는가 하면 무급휴직에 들어간 연방 공무원들에게 급여를 소급 지급하지 않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하지만 일부 공항에서 관제사 부족으로 항공편 지연 등 우려했던 부작용이 나타나기 시작하는 등 셧다운에 따른 불편을 체감하는 미국인들의 점차 늘어날 것으로 예상돼 셧다운 사태 해결을 촉구하는 정치권을 향한 압박도 점차 거세질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날 백악관에서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과 회담 도중 셧다운과 관련한 기자들의 질문에 민주당이 '가미카제(태평양전쟁 당시 일본의 자폭 특공대)식 공격을 펼치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또 셧다운을 민주당이 시작했다며 "그들(민주당)은 잃을 게 없다. 대통령 선거에서 압도적으로 졌다"고 주장했다.
그는 연방 공무원 영구 해고 계획에 대해선 "4∼5일 후면 말해줄 수 있을 것"이라며 "셧다운이 계속되면 (해고가) 상당할 것이고, 많은 일자리가 영원히 복원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셧다운에 따라 무급 휴직 상태인 공무원들의 급여가 법에 따라 셧다운 종료 후 소급 지급되는 규정에 대해선 "(공무원이) 누구인지에 따라 다르다. 정말 우리가 책임져야 할 자격이 없는 사람들도 있는데 그들에겐 다른 방식으로 할 것"이라며 급여를 소급 지급하지 않을 것임을 암시했다.
하지만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대통령과 백악관의 급여 소급 지급 거부 방침이 행정부가 연방법을 우회하고 셧다운의 고통을 극대화하려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새롭게 낳고 있다고 지적했다. 2018년 말 5주간 계속됐던 셧다운 사태 이후, 의회가 수백만 명의 연방공무원들에게 셧다운 기간에도 급여를 보장하는 법안을 통과시켰고 트럼프 대통령 자신이 2019년 당시 법안에 서명했지만 이제와서 다른 해석을 시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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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025년 10월 6일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알래스카 앰블러 광산 지구로 향하는 접근 도로 건설을 승인하는 행정명령 서명 행사에 참석했다.[사진=로이터 뉴스핌] |
NYT에 따르면 이 날 백악관이 공유한 메모에 따르면, 셧다운이 끝난 뒤 자동으로 급여를 받을 수 있는 대상은 '필수 인력(essential workers)'으로 분류된 현역 군인, 항공관제사, 그리고 셧다운 중에도 근무해야 하는 일부 공무원들만 포함된다. 반면, 다른 공무원들은 의회가 별도의 자금 지출을 승인해야만 급여 지급이 가능하다는 게 해당 법률을 재해석한 뒤 나온 백악관 입장이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공무원 노조와 민주당 의원들은 즉각 '연방 공무원들을 정치적 협상판의 인질로 삼는 또 다른 시도'라고 규탄했다.
이런 가운데 일주일 만에 공항 인력 부족 사태로 항공편 지연이 발생하는 등 셧다운 장기화로 인한 불편과 피해가 점차 현실화하는 양상이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연방항공청(FAA)이 전 날 공지를 통해 캘리포니아 헐리우드 버뱅크 공항에 항공 교통 관제사가 단 한 명도 배치되지 않아 항공편 지연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인력 부족 문제는 비교적 광범위해 뉴어크, 피닉스, 덴버 공항에서도 항공편 지연이 발생했다.
전미항공교통관제사협회(NATCA)는 성명을 통해 대다수의 관제사들이 여전히 급여없이 근무 중이라고 밝혔다. 셧다운 이후 관제사나 교통안전청(TSA) 요원 같은 필수 근무자들은 급여없이 계속 근무해야 하며, 나중에 소급해 임금을 받게 된다. 션 더피 교통부 장관은 셧다운에 따라 관제사들에게 업무 압박이 가중되고 있지만 이들이 오는 14일로 예정된 다음 급여일에 급여를 받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또 일부 지역에서 공항 인력이 50% 감축됐다며, "안전에 영향을 미칠 정도로 인원이 감소할 경우 추가적인 지연이나 결항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WP는 셧다운으로 현재 약 75만 명의 연방 공무원이 무급 휴직 상태로 일부 부처와 기관은 운영이 완전히 중단된 상태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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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 존슨(공화·루이지애나) 하원의장이 2025년 10월 7일, 연방정부의 일부 셧다운이 7일째 이어지는 가운데 워싱턴 D.C. 미 의회 의사당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성경 구절을 낭독했다.[사진=로이터 뉴스핌] |
한편 공화당과 민주당의 한치 양보없는 대치가 이어지고 있지만 새로운 정치적 압박이 양당 모두에게 다가오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적했다. 공화당 지도부는 공무원들이 셧다운 2주차인 이번주부터 예정된 급여를 받지 못하게 되면 민주당의 저항이 결국 무너질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반면 민주당은 내년부터 수백만 명의 미국인이 의료비 대폭 상승을 조만간 경험하게 될 거라며 이로 인해 공화당 내 결속이 흔들리고 있는 징후를 감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dczoomi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