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관세발 급락 이후 기술적 약세 지속
월봉 차트, "상승 체력 고갈" 신호
향후 변수는 금리 정책과 위험선호도
[서울=뉴스핌] 고인원 기자= 비트코인(BTC) 가격이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중국산 수입품 100% 관세 부과 발표 직후 급락했다가, 주말 사이 미·중 간 긴장 완화 조짐에 힘입어 13일 반등했다.
다만 주요 기술적 지표들이 여전히 약세를 시사하면서 10만 달러 붕괴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13일 오후 8시 10분(한국시간) 기준 비트코인은 24시간 전보다 2.32% 오른 11만4500달러, 이더리움(ETH)은 7.9% 상승한 4125달러에 거래됐다. XRP, 도지코인(DOGE), 솔라나(SOL), BNB 등 주요 알트코인도 6~11%가량 상승하며 일제히 강세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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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고인원 기자 2025.10.13 koinwon@newspim.com |
◆ 트럼프 관세발 급락 이후 기술적 약세 지속
암호화폐 전문매체 코인데스크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지난 10일 급락하면서 2017년과 2021년 고점을 연결한 핵심 추세선 위에서 세 번째로 상승세를 유지하지 못했다.
이는 강세 흐름이 일정 구간에서 반복적으로 꺾이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로, 시장에서는 이번 실패를 "장기 상승세의 분기점"으로 해석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기술적 피로가 누적된 상황에서 단기 조정이 10만 달러 아래로 확대될 수 있다"며 하방 위험을 경고했다.
비트코인은 앞서 세 차례에 걸쳐 해당 추세선을 돌파하는 듯한 움직임을 보였지만, 매번 강력한 매도 압력에 밀리며 상승세를 이어가지 못했다. 특히 최근 세 달(7·8·10월) 연속으로 월봉 차트에 긴 윗꼬리(long wick)가 나타난 것은, 추세선 위 구간에서 매수세가 점차 약화되고 있음을 상징한다. 이는 강세세력이 고점 구간을 지탱하기엔 체력이 소진됐다는 분석으로 이어진다.
◆ 월봉 차트, "상승 체력 고갈" 신호
기술적 지표도 이러한 흐름을 뒷받침한다.월간 MACD 히스토그램은 여전히 양(+)의 값을 유지하고 있지만, 비트코인이 처음 10만 달러를 돌파했던 지난해 12월~올해 1월 랠리 때보다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즉 상승 추세 자체는 유지되고 있으나, 상승 속도와 모멘텀이 둔화되고 있다는 의미다. MACD는 이동평균선의 간격을 통해 추세의 방향성과 힘을 측정하는 지표로, 히스토그램이 줄어드는 것은 상승 모멘텀 약화를 뜻한다.
◆ 단기·장기 지표 모두 약세…"추세 전환 신호 뚜렷"
단기 흐름을 보여주는 일간 차트에서도 약세 신호가 뚜렷하다. 비트코인은 최근 확장 채널 상단 저항선 부근에서 강한 매도세에 부딪히며 상승 탄력을 잃었다.
특히 매물 부담이 집중된 구간에서 매도세가 한꺼번에 출회되면서 단기 추세선이 꺾였다.기술적으로는 단기(12·26·9) MACD뿐 아니라 중·장기(50·100·9) MACD까지 동시에 음수 영역으로 내려섰다. 이는 단기적인 조정에 그치지 않고, 추세 자체가 약세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시장 관계자들은 이를 "상승 탄력의 고갈"로 본다.
한 가상자산 운용사 관계자는 "비트코인이 과거 반등 구간에서 보였던 거래량 확대나 강한 매수 관성이 이번에는 거의 없다"며 "단기 반등이 나와도 매도세에 쉽게 눌릴 가능성이 크고, 한동안 박스권 조정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기술 분석가들은 조정이 깊어질 경우 10만 달러 초반 구간에서 지지선을 시험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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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의 한 컴퓨터 모니터에는 리플, 비트코인, 이더리움, 라이트코인 등 암호화폐의 상징이 표시되고 있다. [사진=로이터] |
다만 시장 일각에서는 "상장지수펀드(ETF) 자금 유입이 꾸준하고, 거래소 보유 잔고가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급락 가능성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반론도 제기된다.
이 경우 하락 과정에서 200일 단순이동평균선(SMA·10만7000달러)이 주요 지지선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해당 구간에서 매수세가 재유입될 경우 단기 반등이 가능하며, 강세 전환을 위해서는 12만1800달러 돌파가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아틱디지털의 저스틴 디애네탄 제휴책임자는 "이번 급락은 시장의 감정적 리셋(emotional reset)으로, ETF 자금 유입이 꾸준하고 거래소 잔고가 사이클 저점 수준에 있어 기본 구조는 여전히 건재하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번 조정은 과도한 레버리지를 정리한 과정일 뿐, 투자자들의 신념이 꺾인 것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 향후 변수는 금리 정책과 위험선호도
시장 참가자들은 향후 비트코인 방향을 결정할 변수로 글로벌 금리 정책과 위험자산 선호도를 꼽는다. 미국 등 주요국 중앙은행이 완화적 통화정책으로 기조를 전환할 경우, 이더리움과 이자수익형 토큰(yield-generating tokens)이 상대적 수혜를 입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도 나온다.
BTSE의 제프 메이 최고운영책임자는 "미·중 갈등이 전면 무역전쟁으로 확전되지 않는다면, 비트코인은 다시 사상 최고가 부근을 시험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koinwo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