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부처 흔든 이재명 정부 '인사 칼바람'
기재부 1급 인사 21명 추천…임명은 지연
경제부처 A과장 출국 앞두고 돌연 취소돼
[세종=뉴스핌] 이정아 기자 = "이재명 정부 실용 인사요? 말도 마세요. 지금이 더 심해요."
이재명 정부 출범 후 첫 대규모 고위직 인사를 앞둔 기획재정부 내부가 술렁이고 있습니다. 1급 7석에 21명이 추천돼 3대 1 경쟁이 치열하지만 관심은 '누가 영전할까'가 아닌 '누가 밀려날까'에 쏠려 있습니다. 내부에서는 이번 인사가 "그 어느 때보다 정치적인 인사가 될 것"이라는 평가가 공공연합니다.
기재부 한 관계자는 "최근 예산실이 한 번에 물갈이되지 않았냐. 이번 인사는 전 정권에서 핵심 역할을 했던 인재들이 모조리 배제될 것"이라며 "능력보다 정치적 색깔이 기준이 돼 안타깝다"고 하소연했습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박근혜, 이명박, 윤석열 전 정권에서 총괄직을 맡았던 국과장들이 몸을 사리고 있다"며 "물밑에선 그 당시 밀려났던 국과장들과 접촉하려는 움직임도 있다"고 전했습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집권당의 입맛에 맞는 공직자를 고위급에 앉히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하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대통령을 뒷받침할 행정부가 대통령의 지시에 불복한다면 그것이야말로 정책 혼란을 일으키기 때문입니다. 다만 관가에서는 이재명 정부의 인사 칼바람이 실무자인 '과장급'까지 내려온 것을 두고 경계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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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ChatGPT Image] |
일례로 행정고시 44회 출신인 A과장은 '에이스'로 통했지만, 이번 고위공무원 승진 명단에서 제외됐습니다. 경제부처 한 관계자는 "A과장은 내부에서도 엘리트 중의 엘리트, 부처를 이끌고 나갈 만한 인물로 평가받았는데 고공단 승진에서 누락돼 다들 충격을 받았다"며 "주위에선 대통령실이 과장급 인사에까지 관여하기 시작한 것 아니냐는 의심을 하고 있다"고 귀띔했습니다.
행정고시 44회 출신인 또 다른 경제부처의 B과장도 고공단 승진을 목전에 두고 불가 통보를 받아야 했습니다. 게다가 B과장은 해외 재경관 파견이 확정된 인물임에도 출국 직전 재경관 재공고 사실을 통지받으면서 파견 자체가 취소됐습니다. 한 관계자는 "B과장이 이전 정권 장관의 '키즈'라고 불렸던 인물로 핵심 역할을 한 과장"이라면서 "해외 파견을 위해 가족이 회사를 퇴사하고, 자녀들도 학교를 그만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너무 안타깝다"고 전했습니다.
이렇다 보니 관가에서는 이재명 정부가 지나치게 전 정권 인사를 내치고 있다는 말이 나옵니다. 경제부처 한 고위 관계자는 "윤석열 정권에서 이전 문재인 정권 인사들을 공개적으로 교체했다면, 이번엔 겉으론 '실용 인사'를 외치지만 훨씬 더 매섭게 물갈이하고 있다"며 "특히 과장급까지 그 영향이 미치는 건 이례적인 일"이라고 봤습니다.
이재명 정부 출범 초기만 해도 실용 인사가 힘을 받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그러나 정책적 역량보다 정치적 해석이 인사에 반영되면서 공직사회 긴장감은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습니다. 인사는 단순히 사람을 바꾸는 것이 아닌, 조직의 공기를 바꾸는 일입니다. 출범 초기 '블랙리스트를 없애고 실용 인사를 하겠다'는 이재명 정부의 의지가 꺾이지 않기를 바랍니다.
plum@newspim.com